식객 세트 - 전27권 (식객 전27권 + 식객 매거진)
허영만 글.그림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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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산에 관하여
- 식객 독후감4 - 경우에 따라 최고급 식재료

 
자연산이라고 제목을 부치니 자연산 광어보다 자연산 가슴이라는 말이 먼저 떠오릅니다.

 
음식 맛을 결정하는데 있어 식재료의 중요성은 재론할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좋은 식재료는 자연산인가에 대해 의문이 있고, 만약 좋은 식재료는 자연산이라고 결론이 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 식재료를 어떻게 충당할 것이냐?’

 
바다의 바위에 난蘭이 있습니다. 빛깔도 강렬하며, 매우 아름답습니다. 이 난을 집에 가져오면 빛깔도 흐려지고 모양도 조금 못 생겨집니다. (멸종 위기 종을 채취하면 현행법상 불법입니다) 바다의 바위에서는 종족을 퍼트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주목을 받아야 하지만, 가정집 안에서는 그럴 필요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꼭 난이 아니더라도 자연산이 인공적인 것보다 더 좋을 개연성은 높습니다. 자연산은 여러 가지 조건이 자연적으로 갖춰진 곳에서 생성된 것이고 사람이 그 모든 조건을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니까요. 하지만 반드시, 모든 것에 해당하는 것이냐? 물론 아닙니다. 그렇다면 자연산과 인공적인 것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적절한 것이냐? 글쎄요. 제가 갖고 있는 느낌은 자연산 독성toxicity에 관해 너무 저평가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질병하면 심근경색이나 중풍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 아니며 암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사망 원인 1위를 보자면 심혈관 및 암( 비감염성 질환)이 63%를 차지하는데, 역으로 37%는 감염성 질환입니다. (구글 검색) 우리나라에 살면서 (의료기관에 근무하지 않는 한) 독버섯에 중독되거나 뱀에 물린다거나 하는 일은 거의 보지 못할 것입니다. 따라서 독초를 포함한 자연산의 위험성은 다이옥신과 같은 것보다 낮게 평가하는 것이 옳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개는 기원이 늑대에서 기원합니다. (인공적으로 길러낸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겠지만) 사람과 유대 관계를 갖게 되면서 성격은 유순하고 외모는 귀엽고, 덩치는 작아졌습니다. 쌀(, 벼)의 경우도 자연적 생존도 불가능하며 사람의 손길 점차적으로 끊어 자연 경쟁에서 생존하도록 진화( 또는 퇴행)하면 맛이 더 나빠질 것입니다. ‘꽃’이라는 수식어나 ‘마블링’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맛있다고 하는 소고기는 인위적으로 고지방식이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저 역시 자연(自然 ; ‘nature, greenbelt’와 도가적 ‘스스로 그러하다’ 양쪽 모두)에 애착을 갖고 있지만, 반면 현실을 보지 못하고 목가적 낭만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반성합니다. 분명히 자연산이 좋은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자연산 공급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너도 나도 자연산이 좋다고 자연산만을 먹을 때를 상상하면 끔찍합니다. 속된 말로 ‘씨가 마를 것입니다.’ 자연산만이 존재하던 17세기가 더 좋았을까? 그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7세기까지 역행하지 않더라도 화학비료와 농약이 없이 재배한 농작물, 그리고 공장식 사육이 아닌 축산물, 이런 음식물의 가격을 (서민까지 아니더라도) 중산층이 감당할지 의문입니다.

 
양식이 더 좋다고 알려진 것도 있습니다. (식객 25권 121회 키조개) 자연산 대신 최고의 식재료로 대치에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혹시 요리사는 최고의 요리만을 생각한다고 주장한다면, 이런 패러디도 가능합니다. ; 나는 국가인권위원회 소속이다. 나는 인권만을 생각한다. (파급 효과는 고려하지 않는다. 나의 몫이 아니다.)/나는 의사다. (고가라도) 최신 기기를 이용해서 진단하고 (고가라도) 최고의 기술과 약물을 사용하여 최고의 진료를 할 뿐이다. (환자나 환자 가정경제가 파산하더라도 내가 고려할 바가 아니다.)/나는 토목 건축업자다. 최고, 최선의 댐과 보를 건설할 뿐이다. (환경 파괴 여부에 관한 가치 판단은 시민단체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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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1-06-24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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