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티 페미니스트(anti feminist)다. - 계속 말려주세요.

 # 현재 여성의 불평등이 있다면 어디에서 왔을 까요. 아마도 제 생각은 교육과 직업(경제력)이 아닐까요. 수렵 농경사회에서는 노동력이 경제력이고 이 이유 때문에 불평등한 대우받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 여성이 가장 불평등을 느끼는 것은 아마도 직장을 얻고 승진을 하는 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해도 직장문화에 여자가 적합하지 않은 것을 고려하더라도 이 부분만큼은 불평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직업 기회에 있었어도 청년층을 기준으로 하면, 맞는 이야기이지만, 노년층을 이야기하면 또 달라집니다. 노인 여성은 식당에서 일을 하던, 파출부, 아기보기 등 직업 선택의 여지가 있지만, 노인 남성은 아파트 경비원 이외에 특별히 떠 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 저의 집에서 저와 여동생은 똑같은 교육의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간혹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저와 여동생 중 하나만 교육을 받아야 된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제게 기회가 있었겠지요. 그러나 잠재적인 이런 불평등은 잠재적인 것으로 끝났습니다. 아마 다른 가정도 비슷했으리라 생각합니다. 현재에는 경제적 여유가 아주 없지 않다면, 아들 딸 구별하지 않고 교육의 기회를 주리라 생각합니다.

 * 여동생의 에피소드 : 동생이 ‘H여고’를 다닐 때였습니다. 교감선생님 방에서 전화를 대신 받게 되었는데, ‘H고’라고 말하니, 교감선생님이 다음부터는 ‘H여고’로 받으라고 하였습니다. 당시에는 H 남자 고등학교가 없었기 때문에 동생표현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어감은 어색했지만.

 * 제가 학생회 활동을 할 때에는 여성부가 있었습니다. 진짜 하는 일 없는 부서였습니다. 지금은 여성부가 없습니다. 지금 학과에 여학생이 절반 정도된 이유도 있겠지만, 여학생이 학생회 임원으로 참가하니까요. 그 당시 임원에 여학생이 적었던 이유가 학생수도 적었지만, 남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임원으로 참가하라고 권유해도 여학생들은 거절하던군요. 공부나 하겠다나. 어째든 여학생부 여자 임원 한명 뽑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 이것이 남자때문일까요. 여자때문일까요.

 * 결혼을 앞두고 있는 여자 분이 있었습니다. 제가 물어봤지요. 여자가 결혼하면, 남편 시중들랴, 시집 눈치를 보랴, 뭐하러 결혼합니까. 여자의 답변이 남편 비위 조금만 맞춰주면, 평생 먹여 주잖아요. 그리고 얼마 후에 결혼했습니다. 저는 여자와 선보는 자리에서 결혼해서 나는 아내 비위맞추면서 살고, 여자가 나를 평생 먹여 주는 그런 사람이 좋다고 농담했다가(절반은 진담임) 거절당했습니다.

 * 결혼에서 여자는 자신보다 조건이 좋은 남자(학벌, 체격, 수입)을 선택해서 남자에게 의지한고, 남자는 자신보다 조건이 조금은 나쁜 여자와 결혼하여 여자를 지배하려는 것은 나만의 편견일까.

 * 제가 좋아하는 여성 중에 소피 제르맹(프랑스 여류 수학자)가 있습니다. 이 분은 독신으로 살았습니다. 이 분을 소개한 분은 독신으로 산 이유를 작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그 당시의 남자는 능력있는 여성을 아내로 맞이할 만한 포용력 있은 남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실은 모른 것이고, 저 같으면, 제르맹에게 구혼한 남자가 많았지만 자신에 걸맞는 남자가 없었기 때문에 제르맹이 결혼을 거절한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참고서적>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존 그레이 지음, 김경숙 옮김/친구미디어

우리 부부는 너무 달라요/메이홀 부부/네비게이토

타고난 성, 만들어진 성/존 콜라핀토 지음, 이은선 옮김/바다출판사

성의 계약/헬렌 피셔 지음, 박매영 옮김/정신세계사

매트 리들리의 붉은 여왕/매트 리들리 지음, 김윤택 옮김/김영사

어리숙한 척, 남자 부려먹기/에스테 빌라 지음, 조선희 옮김/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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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3-12-12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아무래도 누구든 자기가 겪은 일을 중심으로 선입관이 심어지고, 그런 선입관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기억을 선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가봅니다.
저역시 저의 입장에서 선택적으로 기억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 전 84학번인데, 저희 학년에서 여학생은 30명으로, 전체의 약 25%였습니다. 보통 남학생들은 여학생들이 딴짓 하지 않고 공부만 열심히 해서 공부를 잘한다고 불평하는데, 저희 동기들은 교내 행사 참가 비율이나, 동기들 챙기는 것, 동아리 활동에 여학생들이 더 적극적이었습니다. 저도 동아리 활동을 매주 토요일 나가던 노숙자 진료를 포함해서 5개 이상 했습니다. 학생회의 학보 편집국장도 여학생이었고, 과대표를 하기도 했습니다. 여학생 혹은 여의사라서 '배려'를 받고, 그에 상응하는 불이익을 당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저희 동기들의 공통된 생각이었습니다.

* 직장과 관련된 부분에서, 여성으로서 가장 어려운 시기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입니다. 결혼하고 임신, 출산, 육아가 이루어지는 시기입니다. 남성의 경우, 물론 결혼이야 하지만, 직장에서는 가장 active하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시기이고, 가정에서도 이에 집중할 수있도록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반면 여자 수련의의 경우, 몇일씩 당직 서고 나서 집에 가면 먼지 쌓인 집과 빨래, 다림질, 상차림이라는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남편은 몇일만에 돌아온 마누라가 차려준 음식을 먹고싶어하지요. 임신하고 출산 휴가 받고, (출산휴가가 실재로 미처 한달을 채울까말까 하는 것, 선생님도 아시지요? 산전휴가? 그림의 떡입니다. 제 친구는 진통이 시작될때까지 일하다가 과장님께 인사하고 산부인과로 직행했답니다. 저도 예정일 전날까지 근무했습니다.) '시댁의 가풍'에 적응하느라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치스럽거나 거추장스러운, '여자니까 역시 activity 떨어진다'는 핀잔을 받기 일쑤입니다. 이것은 남자들이 군대 다녀오는 것 이상으로 handicap이 됩니다. 저도 출산으로 레지던트 지원을 1년 늦추어야 했습니다.

* 선생님께서 예로 든 노년의 취업의 경우, 선생님이 든 직종을 좀 보세요. 모두다 강도 높은 육체노동입니다. 사무직이나 명예직의 경우 노년층에서 어느쪽의 취업 비중이 높을까요?

* 선생님께서 예를 드신 '비위맞추기를 통한 호구지책'에 대해서는 저도 거부감이 듭니다. 이렇게 의존적인 사람은 남편에게도 부담되고, 만약에 남편이 일찍 죽기라도 하면, 가장 대책이 없는 부류입니다. (이 분류는 저희보다 윗 세대에 대해서는 쓰지 않겠습니다. 그분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니까요.)

* 결혼에서 여자는 자신보다 조건이 좋은 남자(학벌, 체격, 수입)을 선택해서 남자에게 의지하고, 남자는 자신보다 조건이 조금은 나쁜 여자와 결혼하여 여자를 지배하려는 것은 나만의 편견일까.
==> 심정적으로는 대단히 못마땅하지만, 진화심리학상으로는 옳은 말입니다.
인간은 임신, 출산, 육아에 다른 동물보다 많은 자원과 시간을 투자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여자는 육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남자에게 수입을 의존해야 했고, 따라서 여성의 배우자 선택에서 물질적인 안정성을 중시하는 ''성향''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한편, 남자의 경우는 과연 이 아이가 나의 아이인가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됩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여자의 경우, 남자가 외도를 할 때 남자가 상대방 여자에게 '마음'을 주었는가 하는 것에 촉각을 세운다고 합니다. 마음 가는 곳에 물질이 흘러갈 것이기 때문에, 마음을 주었다는 것은 조강지처에게 있어서는 큰 위협이 된다는겁니다.
남자의 경우, 여자가 외도를 할 때 '몸을 주었는가'에 촉각을 세운다고 합니다. 여자가 낳은 아이가 자신의 유전자를 계승하지 않았는데, 물질적 support하는 손해를 보지 않도록 심리적으로 진화한거라나요....

덧붙이고 싶은 점은, 우리 사회, 우리 인류가 어느정도라도 물질적인 제약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은 불과 몇 세대가 되지 않습니다. 즉, 우리가 남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여유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옳다도 생각하는 것과, 진화에 의해 살아남은 우리의 성향 사이에는 큰 gap이 있습니다.
이를 '수천 수만년 내려온 우리의 성향이니 그대로 수용하자'라고 주장할 수도 있고, '옳지 않고, 더이상 물질적, 물리적 제약이 문제되지 않으니 이런 관습을 개선하자'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각자의 선택 또한 자신의 입장에 따른 선호에 따라 좌우되겠지요.

저런, 쓰고나니 또 길어졌네요.

가을산 2003-12-12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려달라니 말려드리고는 있지만, ^^;;
사회 활동에 있어서 약간의 불만이 없지는 않지만, 레지던트 수련을 마친 이후로는 여의사라서 그다지 불이익을 받은 적은 없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인의협은 물론이고 지역 의사회나 개원의 협의회, 노숙자 진료소, 자원봉사 동호회 등의 활동에도 문제 없었습니다. (-- 쓰면서 문득, 승진이나 경쟁, 돈벌이와 별로 관련 없는 분야라서 가능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단 한번 '난 동기 여학생을 친구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들은 그저 동기일 뿐 '친구'는 절대로 될 수 없다.'라는 해괴망칙한 말을 하는 후배가 있기는 했습니다. 아마 무언가 트라우마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 세대의 문제는 가정 내에 있습니다. 가정 내에서의 역할에 대한 구분의 벽은 상당히 높습니다. 게다가 그런 압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다름아닌 아들을 지극히 사랑하는 또하나의 여성입니다. 그 지극한 사랑의 결과, 당장의 불이익이 며느리나 여자 형제에게 가겠지만, 결국 그 부담이 아들에게 다시 돌아간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