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테판 츠바이크의 메리 스튜어트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이마고 / 2008년 12월
절판


그러나 여왕으로 되고 여왕으로 남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완전한 정직이 허용되지 않는다. 정치에 몸을 바친 인간은 더 이상 자기 자신이 아니다. 자기 천성의 법칙이 아닌 다른 법칙에 복종하여야 하는 것이다.-48쪽

정치적으로 가장 불행한 길, 즉 이도저도 아닌 길을 선택했던 것이다. (중략) 그러니까 권리를 요구했을 뿐 권리를 수호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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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군주는모든 것을 용서하고 참을 수 있지만 단 한가지, 자신의 권력을 의심하는 자만은 용서하지 못한다.-52,53쪽

운명이 그토록 기만적인 방식으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메리 스튜어트에게 지상의 모든 권력을 마련해 준 것은 그녀의 생애를 비극으로 몰아간 가장 큰 요인이다.-55쪽

그녀는 곧 권력이란 단순히 혈통에 따라 상속받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싸우고 자신을 낮춤으로써 새롭게 쟁취해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었다.-99쪽

두 사람은 제각기 강했지만 다른 의미에서는 약했다. 메리 스튜어트가 영웅적이고 어리석은 대담성으로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었다면 엘리자베스는 망설이고 미루는 성격으로 결국 이득을 얻었다. 정치에서는 언제나 장기간에 걸친 끈질긴 인내가 통제되지 않은 힘을 이기는 법이다. 오랫동안 준비한 계획이 즉흥적인 변덕을 이기고 현실주의가 낭만주의를 이기는 것이다.

결단을 내리는 경우 언제나 메리 스튜어트와 엘리자베스의 성격 차이가 아주 뚜렷하게 드러나곤 한다. 메리 스튜어트는 서둘렀고 참을성이 없었으며 호흡도 매우 빨랐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는 주저하고 머뭇거리는 성격으로 모든 일을 뒤로 미루곤 했다.-125,157쪽

그녀는 시대의 흐름을 이해하였다. 당시는 독제체제에서 입헌체제로 넘어간던 시기였다. 그녀는 계급의 변화와 지리상의 발견을 통한 세계 공간의 확대에서 발전해 나온 새로운 힘을 자발적으로 인정했다. 그녀는 모든 새로운 것을 보호했다. 길드, 상인, 금융 종사자, 심지어는 해적까지 보호했다. 해적들이 자신의 잉글랜드를 위해서 바다를 지배하기 위한 길을 닦고 있었기 때문이다.-131쪽

그렇지만 그들은 이 싸움에서 각자 자신의 의미를 완성했다. 현실주의자인 엘리자베스는 역사에서 승리했고, 낭만주의자인 메리 스튜어트는 문학과 전설로 승리했다.-132쪽

메리 스튜어트는 이 젊은이를 보자마자 성급하게 호감에 사로잡혀, 단리의 아름다운 겉모습 아래는 깊이가 별로 없고, 강한 근육 아래 진짜 가인함은 없으며, 세련된 궁정식 매너 속에 참된 교양이 없음을 보지 못했다.

이런 예술적인 취향은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다.

분석할 수 없는 비합리적인 상태가 바로 정열의 본질이다.-146,148쪽

언제나 영리한 사람들이 가장 미련하게 행동한다. 겸손하게 자신의 권력을 감추는 대신에 리치오는 그것을 - 모든 벼락 출세자의 영원한 잘못이지만 - 허풍스럽게 보여주었다.-174쪽

강철 같은 단호함, 빠르고 놀라운 통찰력, 거칠고 영웅과도 같은 용기, 이런 극단적인 힘들이 일어나려면 그녀의 가장 민감한 본질이 강하게 자극받아야만 했다.

그러면서도 불 속에서 잘 연단된 금속의 유연성까지도 지니게 되었다.-187쪽

영리하고 사려 깊은 남자라면 그렇게 빠른 변화를 의심했을 것이다.-191쪽

그녀가 지금 열렬히 메리 스튜어트의 편을 든다면 - 이 구별을 특히 강조해야 한다. - 그년 절대로 메리 스튜어트를 편든 것도, 한 개인을 편든 것도, 어둡고 수상쩍은 범죄행동을 편든 것도 아니다. 그녀는 여왕으로서 여왕 편을 든 것이다. 지배권에는 절대로 손댈 수 없다는 보이지 않는 이념의 편을 든 것이며, 그럼으로써 자기 자신의 권리를 수호한 것이다.-344쪽

결론적으로 보면 엘리자베스와 메리 스튜어트 사이의 승부를 결정한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엘리자베스에게는 언제나 행운이 따랐고 메리 스튜어트에게는 언제나 불운이 따랐다.-425쪽

그렇지만 - 이 말을 거듭 반복하게 된다 - 엘리자베스가 분명하게 행동했다면 그것은 엘리자베스가 아닐 것이다.-4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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