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 신나는 미네르바 사육제

* 라주미힌님의 페이퍼 ‘진중권 - 신나는 미네르바 사육제’에서 발췌

 
미네르바가 올린 글이 대부분이 허위였다면, 혹은 그의 예측이 대부분 틀렸다면 차라리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올린 글 중에서 허위 사실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고, 그의 예측은 상당 부분이 맞아 들어갔다. 그가 한국의 경제를 망가뜨릴 악의를 갖고 글을 썼다면, 차라리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전망과 정책에 불안감을 느낀 네티즌들은 미네르바에게서 ‘한국 경제를 살릴 선의’(인터넷 경제 대통령)를 보았다. 바로 그 때문에 그는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바로 그 때문에 체포되고 구속된 것이다. 이 얼마나 황당한 역설인가.

* 나관중 ‘삼국지연의’ 중에서

 원소가 조조를 치려 하자, 전풍은 원소에게 지구전을 펼쳐 조조를 지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지만 원소는 자신의 뜻을 꺾지 않았다. 전풍은 재차 간곡하게 원소에게 진언했는데 이에 원소는 크게 노해 그를 감옥에 가두었다. 전풍이 종군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조조는
"원소는 이미 진 것이나 다름 없구나"라며 기뻐했다.
 원소군이 조조와의 싸움에서 크게 패하고 돌아오자, 장군들은 모두 울면서,
"이전에 전풍의 말을 들었으면 이렇게까지 패하지 않았을 것이다" 라고 말했고, 어떤 사람은 전풍에게 "주공은 이젠 그대를 중용하실 걸세"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전풍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공께서는 외견은 관용이 있지만, 속으로는 의심이 많은 분이네. 만약 승리했다면 기쁜 마음에 나를 사면하시겠지만, 이렇게 패배했으니 나는 더 이상 살 희망은 버려야 할 것이야" 패하고 돌아온 원소는 그를 죽였다. 이때 원소는 측근들에게 말하길, "내가 패했으니 전풍에게 조소당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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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9-01-13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구두님의 '저자 거리에 효수된 미네르바'에는 또 다른 '삼국지'의 인용이 있습니다. 또한 멈춰진 시계가 2번 시간을 맞춘 것이라면 적절한 비유가 아닐 수도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