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당면한 문제는 단순한 소아 정신의학적인 문제가 아닌, 세대 간의 대립이나 종교와 신앙의 문제, 성과 본능, 정상과 이상, 문명과 자연 등에 대한 근본적이 질문들로 부터 시작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거울과 램프'-22쪽
모럴이 개입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무조건적인 과학적 행위는 그 자체로 많은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 그러나 의술이란 무조건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교조적인 가치 위에서만 성립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므로 쉽게 어느 쪽이 옳다고 주장하기는 어려운 일이다.-28쪽
그(샤르트르)는 이성과 합리성이라는 근대적 원칙을 부인하고 존재를 부조리로 정의한다.-38쪽
고궁 안내소에서 직원의 태도에 분개한 그는 순간적 동정심으로 노인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그러나 동정심도 잠깐, 동정은 후회로 바뀌고 이는 곧 적개심과 환멸로 탈바꿈한다.-46쪽
"... 거의 모든 환자들이 수술 후유증으로 우울증을 경험합니다. (중략) 의사말이 옳았다. 간질을 제거한 뒤의 삶은 무딘 것이다.
에로스와 마약, 그리고 간질로 그 원천은 달리 하지만, "Happiness is warm gun"이라 했던 유명한 노래처럼 행복이 격발된 총의 ... (중략) 창작의 배후에 간질이 있듯이,-47,49쪽
그리고 여기 한 가지 더 추가한다면 인류 외에 다른 무엇이 인류를 지배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한 공포이다. ---- 마립간 ; 인간은 현재 상태로 영속되어야 하는 윤리적 당위성을 갖는가?
죽음은 거부해야 할 운명이 아닌 인간의 조건이라고.-53,54쪽
인간의 가치에 관한 오래된 윤리학적인 질문, 즉 강요된 선과 자유의지에 따른 악 중 과연 어는 것이 더 옳은 것인가ㅖ 대한 물음-61쪽
연극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인물 둘을 꼽는다면 그것은 셰익스피어와 브레히트일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경우 그의 비극 속에 나타난 모든 주인공들은 자신에 주어진 운명과 싸운다. 그(브레히트)는 인간이 속해 있는 사회의 제도적인 모순과 잘못된 인습으로 개인의 비극이 시작되는 것으로 보았다.-68,69쪽
사드는 개인의 욕망을 상징하며 마라는 집단의 욕망을 상징한다.-70쪽
책과 학교라는 것이 없었던 시절에는 모든 지식이 '도제徒弟수업'의 방식을 통하여 후대에 계승되었고, 무언가를 배우려는 이는 스승의 집에 기거하면서 나무하고 밥을 짓는 머슴살이 틈틈이 스승의 어깨너머로 조금씩 야금야금 배워나갈 수밖에 없었다.
비인부전非人不傳-73쪽
계급이나 돈은 절대로 생명에 우선할 수 없다는 그의 철학은 어느 사회에서도 용납되지 않았다.-91쪽
셸리에 의하면 도덕의 가장 큰 비밀은 사랑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상상력과 동의어가 된다. 왜냐하면, 상상력은 다른 존재가 되어보는 공감의 능력이기 때문이다.-94쪽
환자와 의사의 거리는 과연 어느 정도가 적정한가? 의사는 환에게 항상 초연한 관심(detached concerns)을 보여야만 하는가?-103쪽
'의학은 본처本妻이고 연극은 정부情婦이다.' ---- 마립간 ; 의학은 아내이고 수학은 애인이다.-119쪽
아스클레어피스Asclepius라는 단어의 어원적 의미는 '끊임없이 자비하다'는 뜻이라고 한다.-135쪽
귀족계급에 기생하여 생존하던 의사가 불과 백년이 지나지 않아 최고의 인텔리가 되어 막강한 부를 손에 거머쥐는, 사회의 정점에 위치하게 되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의 가속적인 발전은 또 다른 뒤틀림을 야기한다. 현대의학은 자본으로부터 더 이상 독립적이지 못한다. 연구를 위해, 기술개발을 위해, 환자치료를 위해. 현대의학은 산업이다.-201쪽
'의학의 자주성이 존재할 수 있느냐'-299쪽
그(한수산)의 소설 속셍서 병원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삶 속에서 죽음의 허무를 보고 죽음 속에서 삶의 싱싱한 의지를 보려고 하는 그의 주제의식 탓이다.-3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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