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립간 2003-11-18  

매트릭스1,2,3 - 사과는 맛으로 먹지만 그 안에 영양분이 있다.
처음에 매트릭스 1편을 보고 나서 여러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영화속의 여러 명장면이 있지만, 정작 관심이 있었던 것은 줄거리가 주는 철학적 질문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매트릭스 1편에서 제일 관심이 있던 것은 우리의 삶은 진실인가? 장자가 나비꿈을 꾸고 나서 내가 나비의 꿈을 꾸었는가, 아니면, 나비가 장자의 꿈을 꾸었는가? 이러한 주제는 매트릭스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토탈리콜, TV시리즈 환상특급에 가족과 소풍가는 꿈을 꾸는 여자 등. 저의 결론은 다음과 같이 내렸습니다. 우주에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 두 사람이 멀어진다면, 누가 멀어지는 것이 물리학적을 증명이 불가능합니다. 이것이 상대성 이론입니다. 마찬가지로 장자와 나비에서 어느 것이 진실인지, 제한된 조건에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완벽한 제한된 조건은 실제하지 않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조금의 별 빛조차 없는 우주공간은 실제 존재하지 않습니다. 똑같이 매트릭스와 현실의 구분할 수 없는 완전한 매트릭스가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네오 등의 존재가 완벽하지 못한 매트릭스라는 것을 말합니다. 매트릭스 안에서만 있는 사람은 그가 매트릭스안에 있는지, 현실에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매트릭스 2편에서는 궁극자에 대한 의문을 제시합니다. 오러클, 설계자 등 존재의 궁극에 무엇이 있는가. 영화속에 설계자를 만나는 장면은 이현세씨가 쓴 '아마겟돈'이라는 만화를 생각나게 했습니다. 당시 이 만화를 읽을 때도 이 거대한 줄거리의 끝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 매우 궁금했었습니다. 만화는 꿈으로 마무리하면서 침대 옆에 총을 나두어 꿈과 현실의 어쩡쩡한 위치에 끝났습니다. 영화에서는 3편을 염두해두어 결론을 주지 못했습니다.
매트릭스 3편에서는 위의 철학적인 의문에 답을 주지 못한 상태에서 전쟁 영화가 되었습니다. 전쟁의 종결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영화로의 재미와 시리즈 영화의 마무리로는 훌륭했지만 철학적 답은 주지 못했습니다. 기계 제국은 악인가. 스미스의 위치는 무엇인가. 기계 제국으로 전함을 타고 갔을 때 보여 준 능력은 무엇인가. 이 영화에서 오러클이나 네오가 흡수되는 장면에서는 '악마와 대항에 싸운 천사가 오랜 싸움 끝에 악마가 되어 간다.'는 이야기가 생각나게 합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는 선악이 바뀌었지만.

그외에 많은 곳에서 논의 되고 있지만, 기독교적인 세계관, 불교, 도교적인 세계관, 예언과 관련된 자유의지 등 영화에서는 해답을 주지 않았지요.

사과는 맛으로 먹지만 그 안에 영양분이 있다. - 영화는 재미로만 즐기면 그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수많은 사람에게 회자되고, 이에 관련된 책도 많이 나오는 것은 생각할 거리를 충분히 제공한 것은 사실입니다.
 
 
가을산 2003-11-19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트릭스, 잘 만든 영화죠?
지역적으로 가까운 곳에 계시다면, 그리고 선입견만 안가지시면, 저희 모임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제도 막간을 이용해서 매트릭스에 대해 잠시 이야기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