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왕 - 제7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18
조은이 지음, 유준재 그림 / 문학동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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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경표는 불안정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잠에서 깨어나 보면 어느새 자기 전에 입지 않았던 옷을 입고 있고, 밤 중에 거실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아버지는 온종일 오디오만 끼고 계시고, 엄마는 보지도 않는 텔레비전에만 몰두하며 두 분은 서로 대화하지 않은 채 각방을 쓰신다.

학교에서 선생님은 '낙인' 이론에 따악 맞게, 아이를 다그치기 일쑤고, 경표는 이래저래 시달리고 있다.  그러던 중, 꿈인지 환상인지 모를 공간을 통해 경표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달온'을 만나게 되고, 그를 통해 거울왕의 세계를 다녀온다.  어린 아이가 더 이상 태어나지 않는 그곳에는 노인들만이 살고 있을 뿐이고, 거울왕은 비밀의 방 등등 알 수 없는 얘기만 한다.

경표는 순식간에 현실로 돌아오고 다시 순식간에 이 세계로 빠져든다.   아이의 혼란스러운 의식은 현실 세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도둑이 아닌데 도둑으로 몰리고, 열심히 공부해 놓고도 이혼을 얘기하는 부모님께 반항하는 마음으로 시험을 엉망으로 보았더니 담임 선생님께 반항한다고 무섭게 맞기도 했다.  누구도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지 않고, 누구도 자신의 입장을 고려해 주지 않는다.  매를 든 선생님은 아이를 위하는 마음이었노라고 자신을 항변할 뿐이다. 

'몽유'를 통해서 다시 이 세계로 빠져든 경표는 행복한 기억과 슬픈 기억을 분리 보관하고 있는 달온이 사실은 가면을 쓴 거울왕임을 밝혀낸다.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달온.  그리고 거울왕의 행세를 하고 있는 달온.  경표는 행복 속에 잠적하고 싶은, 슬픔을 분리해 내고 싶은 자신을 깨닫지만 그게 문제의 해결은 아님을 인식하게 된다.

작품은 환타지 소설처럼 현실같은 환상을, 환상같은 현실을 교차해서 어지럽게 보여주는데, 그러면서도 우리에게 익숙한 현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경표가 열에 들떠서 제 정신이 아니었을 때 제일 먼저 아버지의 오디오를 부순 장면은 그 날카로운 한계의 끝을 보여준다.  아버지를 돕고 싶은 마음에 오디오를 청소하다가 망가뜨렸을 때 아버지가 보여준 그 차가운 모습, 엄마가 집을 나갔는데도 걱정마라 한마디로 끝냈을 때 경표는 오디오가 고장 났어도 저리 말할까 생각한다. 

경표가 도둑질한 게 아니라고 항변할 때, 선생님은 "증명해 봐!"라고 잘라 말했고, 어머니는 믿어달라는 애원에 "믿게 해야 믿지!"라며 아이를 막다른 골목으로 밀어버렸다.  자칭 타칭 범생이 미진이가 도둑질의 주범이었고, 컨닝을 했고, 경서를 이용해 먹은 것을 알면서도 선생님은 방치 했고, 미진이는 자신만의 논리로 자신의 잘못을 은닉하고 또 합리화 한다.  경표는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화가 나고 답답하다.

자신의 폭주 이후 부모님은 냉전은 끝냈지만, 재결합의 의지를 보여주진 않았다.  작품은, 어설픈 해피엔딩을 도모하지 않는다.  현실은 늘 그렇게 아름답지는 않으니까.

선생님이 찌질이 게임유저였다는 작은 반전은 이미 예상된 것이었으므로 크게 속시원하진 않았지만, 여전히 찌질한 모습을 보여주어 쓴웃음을 짓게 했다.

깔끔한 흰색 표지에 알록달록 왕간, 그리고 번쩍이는 제목(독특한 소재를 썼는데 뭔지 모르겠다.  각도에 따라서 다르게 반짝인다.), 또 환타지를 보여주는 재미난 그림들이 몹시 인상적이다.  작품은 꽤 거칠게 쓰여졌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진솔한 메시지가 마음에 든다.  초등학교 5,6학년 이상 권장 소설인데, 아이들은 이 책에 비쳐진 어른들의 모습과 자신들의 내면이 얼마나 닮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아마, 크게 공감하며 위로의 말을 전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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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5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6-11-05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덕분에 재밌게 읽었어요. 아마 논스톱으로 읽은 것 같아요. 신나던걸요^^(선생님 너무 미웠어요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