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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스트리트
산드라 시스네로스 지음, 권혁 옮김, 권보람 그림 / 돋을새김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시카고의 멕시칸 빈민 거주 지역에서 성장했다고 하는 작가, 그래서 그녀가 쓴 처녀작에는 가난하되 꿈을 잃지 않은, 악착같이 꿈을 잡고 포기할 수 없는 소녀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마치 우리나라가 한국 전쟁 직후 못 먹고 가난했던 그 시대의 모습이 투영되어 나타나는 것만 같았다.
그녀가 미국계 피를 이어받았다고는 하지만, 태생을 무시할 수 없었고, 그 핏줄이 그녀의 환경을 결정한 것을 보면서, 지금껏 읽었던 소설 혹은 에세이 중 미국 사람이 가난했던 유년 시절을 되돌아보며 바르게 성장한 이야기를 본 적이 있던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전혀 없을 리 없다고 여기는데도 언뜻 생각이 나질 않았다. 내가 읽어왔던 책의 빈약함이 제일 큰 이유일 터지만, 풍족하게 살아온 그들의 풍토가 더 큰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우리에게 원조를 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들은 다른 약하고 가난한 나라를 상대로 도움의 손길을 펴 왔었다. (그들이 왜 약하고 가난한 지는 일단 접어두고..) 심지어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면서 원하지도 않았는데 들어와서 지키겠다고 오버를 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그런 기억들과 지금 당면한 대북 문제 등등 편치 않은 눈길로 책을 보고 있자니 갑갑하기만 했다.
저자가 순수 미국인이 아니었기에 받게 되는 차별이라던가, 그녀의 작품 속에서 영어를 사용하지 못해서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아주머니의 이야기처럼, 억눌린 채 살고 있는 여성들과 교육의 기회조차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너무 화가 나는 것을 느꼈다. 세계의 강국 미국이, 천문학적 숫자의 국방비 혹은 무기 예산비를, 그렇게 가난하고 배우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사용하였다면, 혹은 할 수 있다면, 911사태가, 그 후 이라크 사태가 벌어졌을까 하는 회의.
역사는 되돌릴 수 없고, 그런 가정들이 일없는 짓임을 알면서도 가슴 한 구석이 몹시 답답해지는 것을 느껴야 했다. 우리는 열심히 산다고, 정도를 지키면서 산다고는 하지만 정말 잘 살고 있는 것일까? 과연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