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 멤버에 화들짝 놀란 작품이다.  일단 류정한과 고영만을 한 무대에서 볼 수 있으니까.
직접 보진 못했지만 김영주씨도 익히 이름을 들어보았고, 유나영씨는 몇몇 작품에서 이미 만난 배우이니 역시 반갑다.

게다가 결정타!  프리뷰 무대이기 때문에 무려 40%를 할인해 준다.  소극장인지라 뒷자리에 앉아도 불만이 없을 거다.  실제로 공연장은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이 같은 높이였다. 배우들이 관객들에게로 확 다가온 그런 느낌을 주기에 아주 좋은 정도!

시작 벨소리와 함께 무대 위로 배우들이 쏟아져 나온다.  저마자 핸드폰을 들고 나와서 옥신각신 싸우기도 하고 한숨도 내쉬고, 돈도 꿔 보려고 하지만 잘 안 되고..;;; 하여간 그렇게 그들의 생활상을 한씬에 다 보여주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오래된 연인 준희-경신(류정한, 임수연)
아프리카에 가서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게 꿈이어서 수의사가 된 준희. 현실 감각도 없고 결혼 생각도 없는 그는 현실의 문제를 언제나 인식하고 있는 경신에게는 너무 철없어 보인다. 

시작되는 연인 진희-영만(유나여, 고영빈)
진희는 남편과 헤어져서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고, 영만은 아내를 교통사고로 잃어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다.  진희는 영화 감독이고 영만은 시나리오 작가다.  둘은 티격태격 싸우고 윽박지르고 험한 말도 많이 오간다. (이 영화엔 '18'이란 욕이 참 많이 나온다..;;;;) 투자자의 변심으로 영화는 중단되고 두 사람은 생계의 위험과  꿈의 좌절이라는 절망스런 상황에 놓인다.

연상연하 커플 숙희-새롬(김영주, 성준서)
성에 대해 관심이 많지만 경험 없는 쑥맥 숙희. 연기 지망생 공익요원 새롬과의 귀엽고 섹시한 그리고 코믹한 사랑 이야기.

모두들 사랑을 얘기하고 있지만,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그 사랑은 위기를 맞고 또 위기의 극복이 되기도 한다.

언제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 류정한이 어찌나 순진한 미소를 지으며 나오던지... 겨울연가 패러디 장면은 허리가 꺾이는 줄 알았다지.

고영만은 확실히 류정한과 한 무대에 서니 노래에서 차이를 많이 느끼게 된다.  그래도 뭐 신은 공평한지라, 팔다리를 휘저어 주며 턴 한번에 관객들은 또 눈이 즐거워지게 된다.

유나영씨는 이제껏 들어본 중 가장 안정된 노래를 들려주었고, 김영주씨는 목소리가 시원시원해서 불의 검에서 카리스마를 보여준 진복자씨가 떠올랐다.

그밖에 임수연씨도 노래 참 잘하는 듯. ^^

뮤지컬은 시종일관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만들 만큼 재밌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보인다.  이상만 좇는 준희를 경신이 끝내 보내야 했던 것, 위자료도 받지 못하고 남편과 헤어진 진희가 홀로 아이를 키우며 얼마만큼 거칠게 살아왔는 지도 모두 적나라하다.   이 이야기의 전개가 더 내게 와 닿는 것은 아마도 나의 나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극의 주인공들도 모두 서른을 넘긴 나이였고, 그 시점에서 갖게 되는 고민과 문제점들을 끼고 있었으니...

이 작품의 가사는 미스사이공의 작사가 리차드 말트비와, 토요일 밤의 열기의 작곡가 데이빗 쉬어 콤비가 맡았다.  오리지널 버전도 열심히 들어보았지만, 무대를 알지 못하고 가사의 내용을 알지 못하니 도저히 감흥이 없었는데, 확실히 우리 말로 노래를 들으니 모든 곡들이 다 좋은 것이다!  특히 진희의 솔로곡들이 좋았는데 이야기쇼에서도 한 번 들었던지라 계속 입가에 맴돈다.

여섯 명의 주인공을 내세웠지만 실질적 주인공은 이야기의 중심 축인 세 친구 준희, 진희, 숙희가 되겠다.  그러고 보니 모두 '희'자 돌림이네... 

그밖의 다른 인물은 전혀 나오지 않고 모든 액스트라까지도 여섯 배우가 다 알아서 한다.  뮤지컬에서의 '앙상블' 개념은 사라지고 연극의 요소들이 많이 자리잡았다고 보면 되겠다.  그렇지만 노래가 있고 춤이 있고, 라이브 밴드의 연주가 있기 때문에 뮤지컬의 장점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있다.  현실적인 연애를 다룬 것, 객석에 보다 가까워진 것 등등... 좋았던 점이 참 많다. 모 배우가 노래 부르다가 잠시 목소리가 갈라지긴 했지만 가볍게 넘어갈 정도였다. 누군가 웃던데 참아주지.. 얼마나 민망하겠어.ㅡ.ㅡ;;;;

이 작품은 오픈  런이다.  흥행 정도에 따라 연장 공연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것. 일단은 금년까지는 계속 할 것이고 사정에 따라 내년 2월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연인들끼리 손잡고 가서 보아도 좋고, 친구끼리 가서 함께 웃고 함께 고민해도 좋을 작품이다.  나처럼 혼자 다녀오면 좀 외로울 테지...;;;

하여간, 그래도... 굿!  좋은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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