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한 꿈
장 자끄 상뻬 지음, 윤정임 옮김 / 미메시스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얼굴 빨개지는 아이로 알게 된 작가 장 자끄 쌍페.  그의 작품을 더 접하고 싶었지만, 절판된 책들이 있어 아쉬워했던 차, 도서관에 꽂힌 책을 보고 무척 반가워 했더랬다.

 

얼굴 빨개지는 아이가 그랬던 것처럼 동화적 감수성에 따뜻한 미소가 번지는 그런 내용일거라고 짐작했는데, 책을 읽어보고는 조금 뜻밖이었다.  물론 앞서 한 권, 두 권의 책을 읽어본 내가 작가의 성향을 지레 짐작하는 것은 몹시 오만한 일이지만,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기에 적잖게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뭐랄까.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책은 아니라고 본다.  청소년들조차도 이 책을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어른이 된 나도 작가의 숨은 의도가 무엇인지 바로 찾을 수가 없어서 한참을 헤맸으니까.  그리고 지금도 작가의 저작 의도를 다 파악했다고 자신하지도 못하겠다. 

 

또 이 그림책이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하나의 이야기를 긴 줄거리로 쭈욱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 장마다 새로운 사람들이 새로운 배경으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더 당황스러운 것은 그러면서도 하나의 통일성을 갖고서 내용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나의 느낌은, 도심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메마른 감성과 도식적인 생활에 지쳐 있다가 문득 느끼는 시골의 풍경, 어릴적 추억 같은 옛 냄새에 대한 향수와 비슷한 색깔이다. 


모든 변화에는, 설사 몹시 바라 마지않던 것일지라도, 우울함이 배어있다는 작가의 고백, 떠난다는 건 조금씩 죽어 가는 일이니까....


이 문장이 주는 느낌이 꼭 그런 것이다.  바다 끝 해안 가에는 호텔과 같은 큰 건물이 있고, 모래사장엔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구두를 두 손에 들고 바닷물에 발을 적신 채 걷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 그림도 역시 같은 느낌으로 사무친다.  나 역시 도시에 살고 있고, 가끔은 그 생활에 지쳐서 풀내음 나는 시골 풍광이 그리워지니까 말이다.  열려진 창문으로 내가 보낼 편지가 담길 우체통과, 내게 도착할 편지가 닿을 편지함이 보이는 작은 방, 그 안에서 친구에게 편지를 쓰는 정겨운 모습.


이 책은 그렇게 너무나 많은 그리운 내가 묻어 있다.  그렇다고 그 ‘그리움’만이 책의 내용 전부도 아니다.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만들고, 한 번 더 곱씹어 보게 만드는 그림과 글들...

그렇게 장자끄 상뻬는 내게 동화작가에서 소설가로, 시인으로 다시 만나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