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이태욱 기자]

▲ 흠집이 나 선별 대상에서 탈락한 과일들. 선별 작업을 하는 학생들이 나중에 알뜰하게 깎아 먹습니다.
ⓒ2006 이태욱
▲ 과일을 선별하고 있는 학생들.
ⓒ2006 이태욱
명절 후 '과일 모으기'는 우리 학교(부산의 동아공업고등학교)의 연례행사로 십여 년 넘게 하고 있는 행사입니다.

명절 때 장만해 둔 과일을 가져와 불우이웃을 돕는 행사지요. 이번에도 추석을 보낸 다음 과일을 모았습니다. 처음에는 '사과 모으기' 행사로 시작했는데 요즘에는 제사를 지내지 않는 집도 많아 '과일 모으기'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그렇게 모은 과일을 총정리하는 일을 지난 13일에 했습니다. 학생들이 가져온 과일은 사과는 대부분인데 올해는 배값이 많이 떨어져서인지 배도 제법 있습니다. 그밖에도 감도 있고 참외도 보입니다. 상한 것도 몇 개 있는데 이런 건 당연히 가려냅니다.

어떤 학부모는 이 행사를 뜻있게 여겨 과일 몇 개를 정성스레 싸서 보내기도 합니다. 물론 아무리 말해도 '마이동풍'인 학생도 있습니다. 자발적인 행사이기 때문에 행사의 중요성을 강조만 할 뿐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학교가 공부만 하는 곳인 줄로 착각하는 사람이 더러 있습니다. 그래서 대학 시험과 관련 없는 일에 시간을 할애하면 불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닙니다.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공부보다 더욱 중요합니다. 여행도 가 본 사람이 자주 갑니다. 봉사도 마찬가지로 해 본 사람이 자꾸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봉사 정신은 학창 시절에 많이 익혀야 합니다.

▲ 상자를 차에 싣고 있는 모습.
ⓒ2006 이태욱
▲ 애육원 입구.
ⓒ2006 이태욱
각 반에서 모은 과일을 상자에 담습니다. 박스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틈새 없이 빼곡히 채우다 보면 한 상자 안에 제법 많은 양이 들어갑니다.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홍보용으로 학교 이름도 붙였습니다.

이제 이 상자를 들고 해마다 가는 사회복지시설로 향합니다. 바로 학교 인근의 애육원입니다. 그런데 원장님 말씀이 재미있습니다.

"우리 길동이(가명)가 학교에서 과일 모으기 행사한다고 사과를 하나 가져가더니 이렇게 많이 되어 돌아왔네!"

애육원뿐만 아니라 애아원, 평화노인요양원에도 과일을 전달했습니다. 한 알의 밀알이 썩어 많은 열매를 맺듯이 이러한 조그만 행사가 사회 어두운 곳곳을 비추는 등불의 기초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과일을 전달하는 장면.
ⓒ2006 이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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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0-14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다. 구웃 아이디어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