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세로 세계사 2 : 동남아시아 - 동방의 천년 문명이 열린다 가로세로 세계사 2
이원복 글.그림 / 김영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극동이라 불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남아시아가 '동남'이라고 지칭되어야 할 필연은 없었지만, 너무나 익숙한 지표이니 무시하고 쓰도록 하자.

동남 아시아는 지리적으로도 우리와 가까운 편이고, 문화적으로도 유사한 부분이 많고, 제국주의 열강의 처참한 식민지 생활을 했다는 역사적 공통점이 있음에도, 사실 정서적으로 꽤 멀게 느껴진 나라였다.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 우리보다 후진국이라는 인식.  바꿔 말해 그래도 우리가 조금 더 잘났다고 안도하곤 했던 나라들의 공통집합이라는 생각들이 있었다.  그래서 똑같은 영어 실력으로 미국에 가서 공부를 할 때 주눅들던 학생이, 동남아시아 쪽으로 연수를 받으러 가면 오히려 어깨 펴고 당당하더란 이야기가 나왔던 것이 아닐까.  이런 잘못된 인식들 역시 식민지 시대의 잔재이며 또 우리의 자격지심 같은 것들일 것이다.

그래서, 부끄럽게도... 난 이 책을 읽으면서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들에 대해 너무 무지했던 자신이 많이 부끄러웠다.  사실 이 책은 전문 역사서도 아니고, 가벼운 교양서에 불과한데도, 그 안에 담긴 내용들은 너무나 낯설었다.  우리와 그토록 닮은 꼴이었는데도 말이다.

아마도 내가 그 지역으로 여행이라도 다녀온 경험이 있었더라면 심리적으로라도 좀 더 가까운 기분이 들었을 테지만, 그런 고마운 추억이 아직은 내게 없다.  그렇지만 책을 본 경험으로, 훗날 이 지역을 다녀오게 된다면 좀 더 많은 부분들이 눈에 들어오고 더 가슴에 남을 것이라고 일찍부터 기대해 본다.

마치 일부러 그렇게 정해놓기라도 한 것처럼,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들과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의 역사적 궤도는 참으로 비슷했다.  제국주의 열강의 지배를 받은 것, 민족주의의 발호, 독립, 독재와의 싸움, 민주주의를 이룩하기 위한 투쟁 등등등.  그나마 우리나라가 식민 지배 기간이 좀 더 짧고,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좀 더 일찍했다는 사실에 약간의  으쓱하는 기분이 들어, 속으로 좀 우스웠다. (도토리 키재기 하는 것도 아니고..ㅡ.ㅡ;;;;)

재미를 따지자면 가로세로 세계사 1편이 좀 더 재밌게 읽히기는 했는데, 둘 모두 피의 현장을 목격했음에도 좀 더 가엾게 느껴지는 것은 가로세로 세계사 2편의 동남아시아 편이라는 것은, 역시 '동질성'의 까닭이 아닐까 싶다.

다만 이 책의 옥의 티가 있는데, 끝으로 갈수록 몇몇 나라들을 언급하면서 중복되는 내용을 많이 실었다.  그건 편집 과정에서 내용을 축약 내지 합칠 수 있었을 텐데 굳이 펼치는 바람에 시간 순서가 뒤로 갔다가 앞으로 가는 식으로 중복 되고 말았다.  좀 급하게 만든 티가 난달까^^;;;;

1편 나오고 2편이 생각보다 빨리 나온 편이어서 3편도 현재 기대중이다.  이 시리즈 6권을 완성하고 나면 저자의 관심사는 세계 어느 곳으로 향할까?  무엇이든, 좋은 작품이 나올 거라고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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