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한 개 보리피리 이야기 1
박선미 글, 조혜란 그림 / 보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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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의 책이 어린이 책으로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그 이유를 최근 깨닫고 있다.  보는 족족 별 다섯이니까. ^^

박선미씨가 글을 쓰고 조혜란씨가 그림을 그렸는데 아주 소박하고 정겹고 또 애틋함마저 느껴지는 내용이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야야.  야야가 어렸을 적 집에서 기르던 수탉, 암탉, 그리고 병아리들, 또 달걀 이야기가 이 책에 펼쳐져 있다. 

닭을 기르는 과정의 에피소드보다도 달걀에 관한 에피소드가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나 자신이 닭을 기르는 것을 본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수탉이든 암탉이든 내게는 모두 책 속이나 TV속 대상일 뿐이니까.

계란 프라이나 삶은 달걀은 다르다.  나두 아주 좋아하는 음식. 어린 야야네 집은 식구가 열셋이었다.  할머니와 아버지가 따로 상을 받고 나머지 식구들은 다른 상에서 밥상을 받는다.  솔직히 이런 부분은 조금 열받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정서상 어쩔 수 없는 부분.

하여간, 아버지와 할머니 밥상에만 오르는 계란이나 계란찜.  그것들을 야야가 얼마나 군침흘렸을 지는 나로서도 상상이 잘 간다.  아버지 새참으로 들고 가던 프라이 끝을 몰래 떼어먹다가 티가 나니까 둘러가며 다 먹고 갖다 드리니, 아버지가 문 닫고서 다 먹으라고 몰래 주던 그 접시.  이튿날 동생과 함께 불러 계란 프라이를 주면서 아버지가 얼마나 고되게 일하시는 지를 조근조근 설명하시는 어머니.  모두들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걸 야단치고 나무랐다면 오히려 상처가 됐을 테지^^;;;

학교 선생님이 아프셔서 문병 가는 길에 들고 간 달걀 두어 개.  그걸 모두 모아다가 아이들과 야외 학습으로 승화시킨 선생님.  할머니께 갖다 드려도 되냐고 묻는 어여쁜 아이들.  참으로 고운 풍경이었다.  참으로 따스한 풍경이었다.

그런데, 작품 말미에 이 이야기가 어떻게 나왔는가의 배경을 읽으며 착잡해졌다.  박선미 선생님은 아이들이 급식으로 받은 달걀들을 아무렇게나 버린 음식물 쓰레기를 보고 충격을 받은 것이다.  달걀 하나로도 가족 간의 사랑을 느끼고, 선생님께 마음을 전했던 그 귀한 음식이, 그렇게 형편없이 취급받는 것에 선생님은 답답함과 슬픔을 함께 느낀 것이다. 

글을 읽는 나로서도 마찬가지였다.  비단 달걀 하나뿐일까.  모든 것이 너무 풍족해서 오히려 부족한 것이 많다 느끼며 사는 우리들이니.  그 상대적 박탈감을 채우지 못해 또 다시 더 각박해지는 악순환.

정겨운 그림이 담긴 이 책을 아이들과 같이 읽으면서 "달걀 한 개"의 의미와 그 이상의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참 좋은 책.  별 다섯으로도 모자란 아름다운 책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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