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팔방미인 소금 [제 501 호/2006-09-22]
최근 인기 드라마 ‘주몽’을 보면 소금이 중요한 매매 수단으로 사용되는 장면이 나온다. 노동의 삯으로 소금을 지급하고, 소금으로 필요한 물건도 살 수 있다. 소금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요즘 기준으로 보면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봉급을 의미하는 영어 샐러리(salary)가 소금(salt)에서 유래됐다는 얘기를 들으면 생각을 바꾸지 않을까? 샐러리는 소금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소금의 핵심은 두말할 것 없이 짠맛을 내는 것이다. 우리가 짠맛을 느끼는 것은 소금의 나트륨이온(Na+)이 혀의 짠맛수용체에 닿았을 때다. 짠맛수용체는 혀의 미뢰에 있는 감각수용체의 일종으로 짠맛을 느끼도록 해준다. 나트륨이온의 농도가 적당하면 입맛을 다시지만 과하면 불쾌감으로 바뀐다. 음식에 간을 맞춘다는 것이 이 의미다. 하지만 소금의 역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생선에 뿌린 소금은 어떤 역할을 할까?

먼저 생선을 손질하자. 생선을 먹기 힘들게 하는 것은 특유의 비린내인데 소금은 비린내를 줄여준다. 소금을 뿌리면 비린내를 내는 주성분인 ‘트리메탈아민’이 생선살 밖으로 빠져나온다. 이렇게 소금을 뿌려 비린내를 제거한 음식을 ‘자반’이라고 부른다.

생선뿐인가? 해산물 중에는 끈끈한 점액을 내는 것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문어나 전복은 끈끈한 타액을 내어 먹는데 불쾌감을 준다. 점액이 묻은 부위에 소금을 뿌리고 긁어내면 쉽게 없어진다. 이런 점액질은 단백질 성분인데 소금은 단백질을 굳게 하여 제거하기 쉽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생선 손질이 끝났으면 요리를 해볼까? 소금은 생선살을 단단하게 만든다. 근육을 이루는 단백질 액틴과 미오신은 각각 약45℃와 약50~60℃에서 응고되는데 소금은 이 반응이 빨리 일어나도록 돕는다. 단백질이 빨리 응고되면 음식에 뭐가 좋을까? 생선은 물에 살기 때문에 육류에 비해 살이 부드럽다. 따라서 요리할 때 살이 쉽게 부서지는 약점이 있는데 소금이 가미되면 빠른 시간에 조리가 가능하게 되므로 이런 현상을 막을 수 있다.

또 생선을 굽다보면 지느러미가 쉽게 타는데 소금을 깔고 구우면 이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소금은 녹는점이 800.4℃로 매우 높고 타지 않는다. 소금이 불꽃의 열을 흡수하였다가 적절한 온도로 생선을 익히기 때문에 소금 위에 얹어 구운 생선은 타지 않고 먹기 좋게 익는다.

요리를 다 했으니 이제 기구를 정리해야 한다. 시장에서 상인들이 생선을 다듬고 난 후 지저분해진 도마에 굵은 소금을 좍 뿌리고 닦아내는 것을 봤을 것이다. 도마에 낀 이물질은 대부분 단백질인데 소금이 이를 굳혀 쉽게 떨어져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소금을 뿌려 닦은 도마는 미생물의 번식도 막으니 일석이조다.

먹고 남은 생선은 소금에 절여 보관한다. 이를 염장(鹽藏)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소금이 가진 부패방지 역할 때문이다. 음식이 차지하는 중량의 12% 이상의 소금으로 절인 음식은 오랫동안 상하지 않고 보관할 수 있다. 이는 소금이 미생물 내부의 수분을 삼투압 현상으로 빨아들여 미생물이 살아남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적절한 농도의 소금이 가미된 생선은 달다고 한다. 어째서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것은 소금이 우리 혀에서 ‘맛의 필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미국 필라델피아 모넬 화학감각센터에서 쓴맛을 내는 요소(尿素)와 설탕, 소금을 혼합해서 사람들에게 먹이고 반응을 조사하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실험 결과 사람들은 소금이 포함된 요소를 설탕이 포함된 요소보다 덜 쓰다고 느꼈다. 연구진은 이 원인이 소금의 혼합으로 맛을 느끼게 하는 원인이 선택적으로 억제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소금이 다양한 맛을 조절한다는 의미다.

실제 신맛은 소금을 가미했을 때 훨씬 부드러워진다. 또 설탕에 소금을 약간 가미하면 단맛이 훨씬 강해진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설탕의 0.2% 정도 소금이 가미될 때 닷맛이 최고에 이르는데, 소금을 넣는 단팥죽은 이를 가장 잘 활용한 조상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금의 많은 유익에도 불구하고 과하게 먹으면 몸에 해롭다. 세계보건기구(WTO)가 정한 일일 소금섭취 권장량은 5g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하루 권장량의 2배가 넘는 12.5g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나 소금 섭취를 줄일 필요가 있다. 자극적이지 않은 적절한 양의 소금을 사용해서 우리 혀가 더 민감해 진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맛을 기분 좋게 즐기게 될 것이다. (글 : 김정훈 과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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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9-22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 읽은 동화가 생각나요. 어느 임금님이 딸 셋더러 날 얼마만큼 사랑하냐고 물었을 때 막내 딸이 "소금보다 더 사랑한다"고 말했죠. 열받은 임금님이 쫓아냈는데, 그 후 온 나라에 소금 기근이 들어서 막내 딸의 지혜로움과 사랑의 크기를 깨달았다는. 이야기....^^;;;;(근데 소금보다였나, 소금만큼인가, 소금 다음이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