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700년의 수수께끼
이덕일 지음 / 대산출판사(대산미디어) / 2000년 2월
평점 :
품절


조선 왕조가 몇년 간 존속했냐고 묻는다면 대체로 500년이었다고 비교적 어렵지 않게 대답할 것이다.  그렇지만 고구려 역사가 몇 년이었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고구려의 역사는 전세계에서 단일 왕조로 오래 지속되었다는 조선왕조보다도 무려 200년이나 더 지속된, 7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신채호의 접근이 옳다면 거기서 몇 백년 더 추가되겠지만.)

이 책은 친한 지인의 집에 갔다가 억지로 빌려오고 말았었다.  나 사서 읽을 거라고 얘기했는데도 굳이 빌려주더니, 결국 빌려 읽은 책에는 줄 한 개 긋지 못해 간지러워 하다가 다시 사서 읽으며 밑줄 박박 그었었다. (품절 도서인 것을 보니 조만간 재출간 되지 않을까? 고구려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때이니...)

책을 읽으면서는 여러모로 충격에 사로잡혔다.  우리 역사 교과서에 오류가 많다는 것은 들어 알았지만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되는 지 알지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조목조목 확인할 수가 있었다.  단군이 세운 고조선이 청동기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기원전 2,333년에 나라를 세웠다는 것과, 그리고 우리나라에 청동기 시대가 도래한 것은 기원전 10세기라고 하는 이 어마어마한 간극을 교과서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사실 그런 것에 의문조차 갖지 못한 스스로에게 더 놀라고 실망스러웠다...;;;;;)

삼국유사의 기록이라고 적어놓았지만, 삼국유사에서도 2,333이라는 숫자는 오류라고 지적한다.  뿐아니라, 부여의 시조 동명왕과 고구려의 시조 추모왕도 섞어서 표기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광개토대왕비라는 일차 사료가 버젓이 있는데, 도저히 시정되지 않는다. 얼마 전에 다녀온 고구려 고분전시회에서도 "동명성왕"이라고 표기하고 있었다.)  그밖에 지금은 많이 시정되고 있는 안악3호분의 주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창작 뮤지컬 안악지애사라는 작품도 만들어졌다.)

내가 고등학교에서 국사를 배우던 그 시절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수정된 내용들을 간혹 확인하고는 한다.  그러나 아직도 멀었다는 느낌이다.  두리뭉실, 은근슬쩍 넘어가고 지나치는 부분들이 많다.  게다가 우리 교과서는 1종 교과서라는 태생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역사에서 IF란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매번 떠오른다.  (물론 삼국 통일이란 용어 자체도 문제가 많다.) 아직도 시끄러운 동북공정 문제도 그렇고, 툭하면 터지는 일본의 독도 관련 망언도 마찬가지다.  과거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미래를 온전히 꿈꿀 수는 없는 노릇이건만, 우리 역사에 대한 접근, 연구, 확인 과정이 너무 미비하고 졸속적이라는데 화가 난다.

고구려는 이미 천오백년 전에 역사의 한자락으로 사라졌지만, 그 고구려는 아직도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이다.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우리의 역사를 올바로 찾아내고, 기록하고, 그리고 기억하는 작업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더 늦기 전에.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arine 2006-09-13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에 읽은 "고구려의 역사" 때문에 이 책도 도서관에서 빌릴까 말까 고민하고 있답니다

마노아 2006-09-13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루마린님이 읽은 책하고는 정반대의 입장일 것 같아요^^;;; 두루두루 보신다니까 한번 보셔요. 재밌습니다. ^^

marine 2006-09-13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저도 그래서 읽어 보고 싶더라구요 안 그래도 이덕일씨가 "고구려의 역사" 저자인 이종욱 씨의 입장에 반대한다고 쓴 글을 읽었어요 제가 보기엔 근거가 좀 빈약했지만...

마노아 2006-09-13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종욱씨! 이름이 낯설지 않다고 했더니 화랑세기로 본 신라인 이야기 쓰신 분이군요. 이 책도 그 책도 페이지가 만만치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