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재산환수 작업이 본격화된 가운데 친일파 후손들이 이미 상당수 재산을 제3자에게 매각·처분한 사실이 10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드러났다. 일부 친일파 후손은 재산 매각 후 일본에 귀화하거나 해외로 이민, 이 땅을 떠난 사실도 함께 밝혀졌다. 이에 따라 지난달 18일 출범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의 친일파재산 국고 환수작업에 난항이 예상된다.

한일합방 때 조약 체결에 찬성한 매국노 7인 중 한 명인 조중응은 일제로부터 챙긴 경기 남양주시 등지의 70여만㎡의 땅을 소유했다. 조중응은 일본으로부터 자작의 작위를 받고 조선총독부 중추원 고문으로 일했으며, 조사위의 직권조사 대상 400명에 포함돼 있다. 조중응 소유 땅은 손녀 조모씨가 단독 상속했다.

손녀 조씨는 이후 상속받은 땅을 1963년부터 2000년까지 최소 7명 이상의 제3자에게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국노 조중응의 후손들은 1969~1981년 사이 조씨를 제외하고 모두 일본에 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에 남은 조씨의 재산은 서울 종로구 운니동 대지 1,784㎡,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의 ‘일본문화원’ 대지와 건물뿐이다. 이 일본문화원 소유주는 ㄱ주식회사로 손녀 조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일본문화원이 친일파 후손에게 임대료를 내고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ㄱ주식회사 관계자는 “일본문화원 건물은 조부(조중응)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이 아니기 때문에 환수대상이 아닌 걸로 알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수가 불투명한 재산인 것이다.

일제 때인 1939~43년에 중추원 참의 등을 지내 400명 직권조사 대상에 포함된 친일파 정교원의 후손 역시 대부분의 재산을 매각한 상태다. 정교원은 경북 성주군 등 전국 각지에 총 8만5천여평의 토지 및 임야를 소유했다. 정교원의 후손은 이 부동산을 모두 매각한 뒤 지난 5월 미국으로 이민갔다. 취재결과 정교원의 후손은 심지어 95년 경기 평택시 토지를 매각하면서 발생한 양도소득세 2천1백만원을 관할 세무서에 체납한 사실도 밝혀졌다.

‘겨울연가’로 유명해진 강원 춘천시의 남이섬이 대표적 친일파인 민영휘의 증손자 민모씨 소유인 사실도 확인됐다. 민영휘는 당시 중추원 의장을 지냈고, 일본으로부터 자작 작위를 받았다. 서울 휘문고 설립자이기도 하다. 1966년 경춘관광개발로 시작한 남이섬은 민영휘 손자가 1994년 ‘주식회사 남이섬’으로 명의를 변경, 대표이사를 지냈으며 현재는 증손자가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민영휘의 재산은 이미 조사위의 조사개시 결정이 내려진 상태이지만 주식회사 형태인 남이섬은 ‘선의의’ 다른 주주들 때문에 국고 귀속이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밖에 400명의 직권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친일파들의 재산 환수는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재산조사위는 ‘매국노, 작위 수여자, 중의원, 중추원 참의’ 4개의 범주로 우선 조사대상을 설정한 상태다. 여기에 포함 안 된 친일파 후손은 법망을 피해 조사가 시작되기 전 미리 재산을 매각할 우려가 높다. 예컨대 1943년 평남 강동군수 등을 지낸 윤덕명은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1차 명단에 수록 예정인 친일파이지만 재산조사 대상에는 누락돼 언제라도 이들 후손은 재산을 제3자에게 팔아넘길 수 있다. 실제로 윤덕명 후손들은 강원도청의 지적전산망 열람을 통해 찾지 못한 땅이 남아있는지 확인해간 사실이 밝혀졌다.

〈임지선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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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에 해야할 일을 몇 십 년 뒤에 하니 삐거걱, 그나마 이제라도 하겠다니 다행이라고 여겼는데 역시 삐거걱. 진짜 싫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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