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사회]대부분 초등학교가 개학한 1일 아침, 어머니가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등교한 장용훈군(10·대구 시지초등 3년)은 다른 때보다 훨씬 설레는 모습이었다. 2학기 등교 첫날 용훈이는 교실로 곧장 가는 대신 급식실로 향했다. 방학 기간 중 만들어진 급식실 옆의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서다. 용훈이가 버튼을 누르는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어머니 장영화씨(39)와 용훈이가 동시에 탄성을 지른다.

"엄마, 진짜 엘리베이터예요." 휠체어에 탄 용훈이가 환호하는 옆에서, 어머니 장씨는 이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려고 무던히도 애쓴 지난 1년여의 감회가 새로운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다.

용훈이는 태어나자마자 세균감염으로 뇌를 다쳐 어릴 적부터 휠체어를 타고 학교에 다녀야 하는데, 초등 3학년이 되면서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1∼2학년 때는 특수한 상황이 고려돼 1층 교실에서 수업을 모두 받을 수 있었지만, 3학년 과정의 컴퓨터와 과학 수업은 모두 3층에서 이뤄진다는 것이었다.

장씨의 걱정은 깊어갔다. 장애를 가진 아들이 사회에서 제몫을 하려면 엄마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믿어온 장씨는 아들이 3학년으로 올라가기 1년 전부터 이런 고민을 떨칠 수가 없었다. 장씨는 지난해 4월 어느 날 1층 급식실에서 배식을 받아 식판을 들고 4층으로 올라가던 한 아이가 식판을 엎지르는 상황을 목격한다.

순간 장씨는 '아, 이거구나' 하고 무릎을 쳤다. 장씨는 당장 학교측에 급식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 급식도 원활해지고, 몸이 불편한 아이들 이동에 도움이 된다며 이를 제안했다. 그러나 학교측은 급식용 엘리베이터 이용은 아이들의 안전사고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신중히 판단하자고 답했다.

그러는 동안 장씨는 직접 엘리베이터 회사를 방문, 급식과 승객 이동을 겸하는 엘리베이터 설치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겸용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학교를 답사하기도 했다. 또 교육청별로 연간 엘리베이터 1∼2대를 설치할 예산이 나온다는 걸알고 엘리베이터 설치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 이때부터 장씨는 학교와 해당교육청, 대구시교육청을 뛰어다녔다.

이 과정에서 장씨는 장애인 특수교육진흥법을 꼼꼼히 뒤져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특수교육을 진흥하기 위해 특수교육 기관의 설치, 운영 및 특수교육을 위한 시설 설비의 확충, 정비에 드는 경비를 예산의 범위 안에서 우선적으로 지급해야 한다(제3조 제1항과 제2항)'는 조항을 찾아냈다. 장씨는 이를 관련기관에 제시하며, 아들의 교육권을 위해 밤낮없이 뛰었다.

지금도 장씨는 '학교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는 교육청의 전화를 받던 날을 기억한다. 지난해 7월, 용훈이는 보행을 방해하는 다리 꼬임을 풀기 위해서 다리를 절단하고 다시 접합하는 대수술을 했다.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엔 힘든 수술이었다. 그 후 운동이나 치료를 할 때마다 아프다고 하소연하는 용훈이가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다. 아픈 아들을 병실에 뉘어놓고 온갖 생각으로 마음이 어지러운데 울린 한 통의 전화는 장씨가 우리 사회에 대해 희망을 갖도록 만들었다.

"아픈 아이가 있는 학교상황을 이해해 엘리베이터 설치를 결정해 주신 동부교육청과 대구시교육청 관계자, 시교육위원님들, 또 학교선생님 어느 누구 한 분 고맙지 않은 분들이 없어요. 결코 포기하지 말라고 함께 걱정해 준 엄마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아직도 아이들 교육권이나 이동권, 편의시설은 개선돼야 할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장애를 가진 아이와 가정의 입장을 우리 사회가 더 깊이 이해해 주길 바랍니다."

지금 장씨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평등한 기회와 권리를 찾고 누릴 수 있도록 경산·시지지역 엄마들과 매월 한 차례 모임을 갖고 있다. 장씨의 희망은 장애를 겪는 아이들에게 걸림돌이 되는 우리 사회의 장애물을 허무는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영남일보 글·사진=최경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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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모정의 승리군요. 그보단 아는 게 힘이랄까.  미리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그들을 위한 도움을 미리 생각해서 준비해주면 더 좋은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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