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수 우리문고 2
송영 지음 / 우리교육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향수어린 책들이 범람하는 책 세상이다.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은 물론이요, 그렇지 않은 사람도, 그 시절을 상상하며 나름대로 감정이입을 하고 그렇게 또 다른 향수에 젖게 하는 책들을 많이 보아왔다.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밟아온 과정이 있기 때문인지라, 옛 시절 이야기는 주로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서 때로 진부하기도 하고 비슷한 감동의 나열일 때도 있지만 간혹 정말 괜찮은 작품을 만날 때가 있다.  내게는 낯선 이름이었던 송영의 "병수"가 그랬다.

누군가의 리뷰를 읽고 학교 도서관에 신청해서 읽은 책인데, 이 책은 시대적 배경이 대개 한국전쟁 이후였던 것에 비해 한국전쟁 이전으로 당겨져 있었다.  그것도 내게는 조금은 신선하게 다가온 이유였다.

 

작품은 거의 자전적 소설로 비쳐졌는데, 소설보다도 극적인 드라마였으며, 그리고 한 아이가 자라가는 성장소설의 틀을 갖고 있다.


작품을 읽으면서 눈에 띄었던 것은, 가난한 아이들이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착하고 따뜻하게 그려지지 않았고, 부자 아이들이라고 해서 모두 거만하거나 못되게 묘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다만 그 나이 또래에 맞는 철이 들었을 뿐, 모두 어리고, 때문에 순수한 아이들이었던 것이다. 


가족 모두가 묘사된 것은 아니지만, 저마다의 개성과, 또 장녀로서 혹은 일찍 철들은 형으로서의 캐릭터가 모두 생동감 있게 표현되었다.  주인공 병수의 ‘나름대로’의 의리와 고집 등이 갖가지 에피소드를 만들어 내면서 지금으로부터 반세기도 더 전의 이야기이건만, 너무 멀지 않게 잘 그려내었다. 

 

때로 주인공의 행적을 상상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피식 웃게 되는 부분들도 있었는데, 어렵던 시절의 이야기를 아프지 않게, 소박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썼다고 본다.  제목이 다소 촌스럽게 느껴지지만, 이야기만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다시 한 번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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