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판토 해전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4
시오노 나나미 지음, 최은석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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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로 이름을 떨친 시오노 나나미는 사실 소설가가 되었어도 크게 성공했을 것 같다.  그녀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역사서와 소설의 경계를 찾는 것이 어렵고 때로 무의미할 때도 있다.  모두가 소설같이 보여지기도 하고 또 모두가 진실로 보여지기도 한다.  물론, 그녀가 소설가가 되었더라면 역사가로서의 그녀의 작품이 너무 아까우니, 그녀는 소설가가 되지 않은 것이 내게는 다행이다.^^

그녀의 작품이 좋은 것은, 역사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결코 딱딱하지가 않고 나름의 기승전결을 잘 구성하여 소설적 재미를 부가한 역사적 진실을 말해준다는 데에 있다.

전쟁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인 레판토 해전은 지중해가 역사의 무대였던 기나긴 시대에 종지부를 찍은 전투였으며, 또한 갤리선이 주역을 맡은 마지막 대해전이기도 했다.  동시에 '십자가'를 앞세운 마지막 전투로 이후 서유럽의 어떤  사람도 십자군을 제창하지 않았다.(그런데 부시가 십자군을 말한다ㅡ.ㅡ;;;;)  서유럽이 세계의 주인이 되면서부터 지중해 세계는 역사의 주인공 자리를 내놓아야 했기 때문이다.

작품은 전쟁을 묘사하면서 화가의 붓터치가 지나가듯이 너무 리얼하고 또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어서 마치 이 부분에선 우는 거야! 라고 노골적으로 외치는 영화감독의 의도성 연출을 보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뻔히 알면서도 감독의 마수에 걸리고 마는 관객이 되는 기분을, 책을 읽으면서 느껴야 했다.  (그러니 시오노 나나미는 대단하다^^;;;)

다만, 별점 한 개 빠지게 만든 옥의 티가 있다면, 작가적 상상력을 동원한 러브 스토리의 삽입은 전체 내용 중에서 뭔가 동떨어진 듯한... 굳이 있을 필요가 없는데 억지로 끼워넣은 듯한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픽션일게 분명한 이 끼어들기로,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재현한 이야기까지 픽션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말이다. 

 

모든 역사책을 이렇게 말랑말랑하게 쓸수도 없고, 또 읽을 수는 없는 거지만, 아직은 이런 식의 독서가 더 즐겁다.  내게는 시오노 나나미의 에세이류가 오히려 더 딱딱하고 낯설며 어렵게 읽혀지니, 앞으로도 그녀와의 만남은 주로 역사책일 것 같다.  그리고 그 편이 더 기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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