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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의 아이들 - 양장본
가브리엘 루아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생(生)'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그래서일까. 유독 제목이 마음에 들렸고, 빛바랜 느낌의 표지도 많이 끌렸다. 뭐, 느낌표 선정 책이니 믿을 만하다고 여긴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직 교사였던 분이 쓴 글이라 뭔가 얻어갈 게 많다는 생각을 했다.
난 이 책을 읽는 내내 실화라고 여겼는데, 지금 보니까 분류가 "외국 문학"이다. 그 아래 책들을 살펴보아도 "소설"로 분류되어 있다. 헉... 소설이었나? 자전적 소설... 뭐 이런 분류인가? 갑자기 속은 느낌이 팍 들고 있다^^;;;;
하여간, 책은 비교적 담담하게 읽혔다. 이야기가 뒤로 갈수록 아이들도 나이를 먹고 키가 커지고 성장한다. 뿐 아니라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시선도 더 크고 멀게 바라보는 듯 느껴진다.
이야기들 중에서는 성탄절의 아이가 가장 애잔하게 남았다. 선생님께 선물을 해드리고 팠던 그 소박한 마음과 상처입은 얼굴, 눈길을 뚫고 온 그 정성어린 마음이 눈물 겨울 정도였다. 이렇게나 순수한 아이들이라니...
종달새에 비유된 아이의 노래에 사람들이 힘을 얻고 삶의 위기에서 다시 도전하는 모습은 마치 기적처럼 보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적. 그 노래 나도 듣고 싶은 강한 충동이 일었다. ^^
그런데, 다 읽고서, 뭔가 허전하고 좀 답답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의 배경은 20세기 초다. 조금 더 보태면 거의 100년 전 이야기다. 요즘의 영악한 아이들을 떠올려 보니... 갑자기 한숨이 나왔다. 물론, 여전히 아이들은 순수하다. 때로 그 순수함을 무기로 너무 영악해져서 탈이지만... 그리고 아이들이 그렇게 변하는 것은 사실 어른들 책임이 큰 거니까 탓할 수는 없지만... 어쩐지 기분에, 뭔가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풍족하지 못했던 그 시절에 갖췄던 그 무엇을, 넘치게 풍요로운 지금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를 만큼 멀리 와버린 느낌.
가만. 아니다. 과정과 방법이 다르긴 해도 내게도 순수한 아이의 모습이 방금 막! 떠올랐다. 한번은 수업 시간에 딴짓하다가 걸린 학생이 있었는데, 그때 잠깐 지적하고 난 금세 잊었다. 헌데 수업 끝나고 학생이 쫓아나왔다. 그리고 수줍어하며 쪽지 한장을 내밀었는데 본인이 그린 그림이었다. 자그마한 종이엔 수업하는 내 모습과, "죄송했어요."라는 짧은 글이 적혀 있었다. 그 그림은 지금도 내 책에 붙여져 있다. ^^
아마도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의 지나칠 정도의 눈치빠른 모습과 영악스러움에 혀를 내두를 때가 많을 것이다. 그래도 그런 순간보다 예뻤던 순간들을 더 많이 기억할 수 있는 내가 되었으면 한다. 그렇게 믿어주고, 또 그렇게 이끌어주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도 나중에 "내 생애의 아이들"... 하면서 추억할 아름다운 기억들이 가득찰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