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2 - 사랑의 테마로 읽는 신화의 12가지 열쇠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2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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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때 엄마께서 문학전집을 사 주셨다. 세칸 책장에 100권의 책이 빼곡히 차 있었는데, 첫번째 칸에 진열된 1번 번호의 책이 바로 "그리스 로마 신화"였다.  주니어 문고였던 탓에 많은 생략과 축약이 있었겠지만 어린 내 눈에도 그 책은 재밌었다.  어린 아이에게 신이 등장하는 세계란 환상 그 자체였으니까.

그 다음에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접한 것은 중학교 들어가서였다.  토마스 불핀의 책이었는데, 사실 내가 친한 언니에게 선물로 주고는 다시 빌려 읽은 책이었다.  3개월 걸쳐서 읽었다는 게 문제였지만...;;;;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새로운 버전의 책을 만났다.  바로 이윤기씨의 테마로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

재탕 아니야? 라고 생각할 뻔 했는데 저자가 '장미의 이름'을 번역한 사람이라는 것을 안 순간, '믿을 만 할 거야....'라고 생각한 나의 비굴함이라니.....ㆀ

어쩌다 보니 2권 먼저 보게 되었다.  사랑을 테마로 어떻게 내용을 묶었을까 사뭇 기대가 되었는데 기대 이상의 재미를 맛볼 수 있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사랑을 주제로 열 두가지의 신화를 담았는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비극적 결말을 부른 사랑, 해서는 안 될 사랑 등등... 여러 아픈 사랑의 원형도 소개하였다.  마지막에는 베르툼누스와 포모나의 이야기처럼 아름다운 결실을 맺은 이야기도 있었다.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을 가진 신들의 모습에서부터 태생적 한계를 지녔음에도 사랑을 거부하지 못한 인간들의 모습이 다채롭게 펼쳐진 것.

이루어진 사랑보다 이뤄지지 못한 사랑이 더 많은 것이 안타깝긴 했지만 억지로 해피엔딩을 엮을 수는 없는 노릇. 

우리의 건국신화와 그 밖의 여러 신화들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신화란 단순히 미화되고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라, 그 사회의 많은 부분을 비추어주는 거울 역할을 한다.  서구 문화권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모르고선 그 문화의 기반과 문명의 토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어릴 적 보았던 그 책장에서 왜 그리스 로마 신화가 1번 책이었는지 뒤늦게 이해가 간다.

요즘 아이들은 TV만화를 통해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다 가깝게 이해한다.  올림푸스 12신의 이름을 물으면 하나 정도 버벅거리고 대체로 다 얘기하는 수준이랄까.  아이들이 신화에, 문화에, 역사에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이 생긴 것이 반갑다. (물론 이 책은 어린이용은 아니다^^;;;)

더불어 요 근래에는 드라마 주몽의 성공으로 고구려사와 고구려 건국 신화 등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여서 유독 반가운 기분이다.  그 관심들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바른 공부와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었으면 한다. 

우리 역사뿐 아니라 세계의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맛있게 섭취하기를...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아주 맛좋은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이윤기씨 멋쟁이(>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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