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노예와 병사 만들기
안연선 지음 / 삼인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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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리포트 책을 보다가 이 책을 참고도서로 한 것을 보았다.  올해 초 읽었던 책인데, 찾아 보니 리뷰가 전혀 올라와 있지 않아 기억을 더듬어 써 본다.(생각만큼 잘 안 난다는 게 문제지만...;;;)   당시 이 주제에 대한 관련 책들을 고르다가 게 중 좀 더 근래에 나온 책으로 골라본 게 이 책이다.   제목이 자극적이긴 했는데, 다뤄진 내용을 살펴보면 이 정도 제목은 '자극' 축에도 끼지 못함을 알 수 있다.

저자는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또 민족사적 관점 살펴보는 등 다양한 각도를 유지하며 책을 객관적으로 쓰려고 노력했다.

그녀가 만나본 수많은 일본 병사들-'위안부'를 경험해 본 그들과의 인터뷰가 꽤 인상적이었는데, 게 중에는 '참회'라기 보다 '안타까웠다....' 정도의 반응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일부 사람들은 '당연한 권리'였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해서 분노를 일게 만들었다.  저자도 인터뷰 하는 도중에 숨을 고르느라 애먹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현장에서 그런 목소리를 들었으면 정말 주먹부터 올라가지 않았을까 싶다.

해마다 광복절이 되면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 참배 문제로 국내외가 시끄러운데, 부친이 그 신사에 모셔져 있는 어느 딸의 유골 회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버지는 원해서 나간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끌려간 것이다!라고 해도, 일본 측에서는 그는 명예롭게 죽은 것이다!  영광으로 알라!라는 식으로 대응을 하니, 사회운동을 하고 있던 그 따님도 울컥한 나머지 목소리가 커졌다.  먼저 화낸 사람이 진다고...;;;;  그 심각함과 억울함과 비참함을 알지 못하는 저들은 왜 그리 감정적이냐며 비아냥 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ㅡ.ㅡ;;;;

아무튼!  이 책의 저자는 그래도 꽤 차분하게 내용을 진행시켜 나가는데, 당시 '위안부'로 끌려간 여성들의 흑백 사진 한장이 나를 사로잡았다.  익숙한 사진이었다.  교과서에 이 내용이 실리게 되면 항상 오른쪽에 벽에 기대어 있는 임신한 여성이 나오는 사진이 실리곤 했는데, 그 책이 여기에 실려 있었던 것.  저자가 책을 쓸 당시만 해도 그분은 살아계셨는데 지금은 어쩐지 모르겠다.  관련 자료를 찾아서 확인해 보아야 할 듯.

익명의 사람이 아닌, 우리와 같은 공간에 그 처절함을 그대로 안고 계신 분이 여전히 한맺힌 가슴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을 하니 가슴이 참 먹먹했다.  덮어두고팠던, 동시에 고발하고팠던 그들의 기억, 상흔... 전체 희생자의 일부에 해당하겠지만(많은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하고 죽었거나 다른 곳에서 살아남았거나, 아니면 침묵을 지키기도 했을 것이다.  91년 첫 증언 이전에 이미 돌아가신 분도 상당수일 테고....) 큰 결심으로 진실을 밝히고자 한 이분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책 속에선 '남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책의 제목에서도 나오다시피, '진짜' 남자로 만들어주는 통과의례인 것처럼 남성들의 등을 떠밀어 '위안부'에게로 보낸 사실도 여럿 발견된다.  이런 악습은 오늘까지 남아서 많은 남자들이 군대에 가서 총각 딱지를 떼어온다고 한다.   그걸 진정한 남자다움으로 생각하는 왜곡된 의식구조에 한숨부터 나온다.  그 뿌리가 어디서부터일까를 생각하면 더 기막히다.  뭐, 이것 뿐이던가.  기합 문화 등도 마찬가지..(ㅡㅡ;;;)

표지만 보면 몹시 심각한 느낌이 드는데, 책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물론 내용은 절대로 심각하다!)  보다 대중적인 책이 되어야 마땅한데 많이 소외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좀 더 우리 사회의 중심 이슈가 되고 활발한 반응과 참여를 촉구할 수 있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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