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
아민 말루프 지음, 김미선 옮김 / 아침이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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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구 중심적 시각이 아닌 아랍인의 눈으로 재조명된 십자군 전쟁이라고 하니, 제목에서부터 끌리는 게 있었다.   앞서 “이슬람의 영웅 살라딘과 신의 전사들”을 읽은 뒤라 좀 더 수월하게 볼 수 있을 거란 계산도 깔려 있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초반부터 벽에 부딪쳤다.(ㅡㅡ;;;)  이 책의 딱 절반 부분에 해당하는 200페이지에 이르기까지는 영 진도가 나가지 않아서 책 읽기가 고된 노동이 되었다.  일단 아랍식 이름 체계가 굉장히 낯설기 때문에 내용의 진행이 빠르지 않았고, 더군다나 아랍의 지명 이름은 또 얼마나 익숙치 않은가.  때문에 절반 즈음까지는 읽는 것이 굉장히 곤혹스러웠다.  그런데 놀랍게도 딱 그 시점을 넘기자마자 책이 재미있게, 그리고 빠르게 읽혀지는 것이다. 

 

아마도 그 즈음부터 살라딘이 나오고 리처드가 나오는 등, 앞서 읽었던 책에서 익숙하게 보았던 사람들과 사건이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두 책의 저자 모두 같은 참고문헌을 인용했기 때문에, 오히려 앞서 읽었던 책에서 그 의미를 제대로 깨우치지 못하고 넘어갔던 부분도 마치 반복된 복습으로 자연스레 이해가 되듯이 부드럽게 이해하고 넘어가게 된 것이다.  만약 이 책을 절반까지만 읽고서 중도에 포기해 버렸더라면 뒷부분에서 이어지는 맛깔스런 재미를 영 못 볼 뻔 하였다.


게다가 이 책의 미덕은, 저자 자신이 아랍 세계에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역사에 대해서 비교적 냉정하게, 때로 냉소적으로, 그래서 일방적이지 않은 시각으로 조명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유럽문명과 아랍 문명의 충돌도 아니고, 성전(聖戰)으로 치부해 버리지도 않고 그 내면에 깔린 보다 복잡다단한 이유들을 설득력 있게 제공하였다.  그리고 그 속에는 스스로를 꾸짖는 준엄한 자기 비판이 깔려 있음에 이 책의 의의를 더 높여주는 듯하다.


9.11 이 곧 다가오니, 아랍에 관한 뉴스들이 많이 등장할 것 같다.  그런데 그 뉴스들이라는 게 중립적이고 냉정한 기사였던 적이 별로 없었던 듯 하다.  그런 기사들을 아예 눈감아 버리면 뉴스에 너무 둔감해 지고, 또 너무 맹신하면 진실에서 멀어지는 듯하다.  스스로 감별해 내는 눈을 길러내는 게 참 중요한 일인데 그게 결코 쉽지 않다는 문제가...;;;;

 

하여간에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새삼할 수밖에 없다.  뭐, 늘 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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