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데라토 칸타빌레 (구) 문지 스펙트럼 19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정희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주 얇은 소책자의 표지에 그려져 있는 지적인 여인. 그리고 조금 이국적인 느낌으로 읽혀지는 제목 “모데라토 칸타빌레”

 

“보통 빠르기로 노래하듯이”라는 의미의 이 책은, 감정의 큰 기복 없이 평이하게 진행되나, 노래하듯 경쾌한 소설은 아니다.  대략 어떠냐 하면, 영화 “The hours"와 같은 느낌이랄까?

 

삶 안에서, 우리의 모든 시간이, 모든 행동이 다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다.  때로 걷잡을 수 없는 충동으로 ‘일탈’을 꿈꾸는 것은 소시민적 삶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잠재되어 있는 성분이 아닐까.  모데라토 칸타빌레의 여주인공 안 데바레드가 그랬다. 

 

결혼 생활 10년 동안 남들 입에 이렇다하게 오르내리지도 않을 만큼 조용히 지내온 그녀는 죽음으로 실현되는 절대적 사랑의 장면으로 여겨지는 살인 사건을 목격한 뒤, 한 사내를 만나기 위해 카페를 찾게 된다.  그렇다고 두 사람 사이에 크나큰 일탈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서로 손을 맞잡는 것조차 환영으로 느껴질 만큼 두 사람은 조심스럽다. 

 

어찌 보면 “동문서답”을 하는 듯한 대화가 줄곧 이어지지만, 그 속에서 이미 그들만의 언어로 속 깊은 울림을 토해내는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당신이 죽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남자의 고백에 여자는 “그대로 되었어요.”라고 대답하고 곧 그 자리를 떠난다.  카페의 여주인은 라디오의 볼륨을 높이고 모든 것은 일상의 그 자리로 되돌아간다. 

 

시작부터 끝까지 이렇다 할 상황 묘사도 없고, 행동을 설명하지도 않은 채 조용조용한 어투로 이어지는 대화로 소설은 진행된다.  언뜻 가볍지도 않고, 지나치게 진지하지도 않은 채 작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은유적 표현을 찾아낸 것 같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부유하는 무언가를 잡으려는데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에 뭐 이런 게 다 있지? 하며 당황하였는데, 그 혼란함을 무시한 채 계속 읽어가다 보니까, 딱 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무언가 이미지들이 그려지는 기분이었다. 

 

놀라운 것은, 이 책 어땠어~! 라고 말하기는 어려운데 거부감 없이 별점은 다섯을 주고 만 것.  이유?  나도 모른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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