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먹어라! 동물의 동족상잔 [제 486 호/2006-08-18]
지난 7월 30일 새벽. 레바논 남부의 작은 마을 카나에 미사일이 떨어졌다. 폭격을 맞아 무너진 4층 건물의 잔해에는 56구의 시신이 있었다. 잠옷을 입은 채 발견된 어린이의 시체만 37구. TV로 방영된 이 시체들은 무너진 건물더미에 으스러져 있었다. 전쟁은 인간이라는 종족이 서로를 해치는 싸움판이다. 1년 동안 지구촌 전체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날은 단 3일에 불과하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같은 동족인 사람에 의해 죽는 지 짐작조차 어렵다.

동족상잔의 비극은 인간세계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동물도 동족을 죽인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에는 개미들끼리의 전쟁과 대량학살 장면이 담겨 있다. 소설 속에서 개미는 서로 노려보며 기회를 엿보다 입에 달린 집게로 상대의 머리를 물어뜯는다. 두 마리가 서로 엉켜 싸우고 있는 사이 다른 개미들이 몰려와 자기편을 헤치는 상대 개미의 허리나 목, 다리를 물어뜯기도 한다.

실제로 꿀단지 개미는 다른 개미집단의 굴속까지 쳐들어가 상대집단을 전멸시킨다. 먹이를 약탈하고 애벌레를 잡아먹는다. 상대의 우두머리인 여왕개미를 죽이고 알과 애벌레를 강탈해 노예로 삼기까지 한다. 오랜 옛날 다른 부족국가를 침략하던 인류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부족한 식량 때문이다. 야생 세계에서는 동족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예를 들어 먹이를 찾아 수백만 마리가 떼 지어 북아메리카 서부지역을 횡단하는 모르몬 귀뚜라미는 이동하는 과정에서 동료를 잡아먹기도 한다. 다른 동물의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고 수백만 마리가 함께 움직이는데 그 도중에 믿었던 동료의 먹이가 되는 상황은 역설적이다.

모르몬 귀뚜라미는 탄수화물대신 단백질과 소금을 좋아하는데 그들의 몸 자체가 단백질과 소금 덩어리다. 음식을 먹기 위해 멈추는 순간 모르몬 귀뚜라미가 굶주린 동료의 먹잇감이 되고 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무조건 다른 귀뚜라미보다 빨리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이들은 하루에 2km의 속력으로 최대 10km까지 이동한다. 메뚜기처럼 생겼지만 날지 못하고 걷는 모르몬 귀뚜라미가 이렇게 빨리 움직이는 것은 먹히지 않으려는 필사적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대부분의 어린 거미는 처음엔 알에 남아있는 영양분을 먹다가 먹이가 부족하면 형제를 잡아먹는다. 새끼들이 단합해 어미 거미를 공격하는 경우도 있다. 도롱뇽 새끼도 먹이가 부족하면 자기보다 작고 움직임이 둔한 동족을 잡아먹는다.

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나는 두 번째 이유는 자신의 후손을 남기기 위해서이다. 곤충 대부분은 일생에 단 한번 짝짓기를 하는데 교미 뒤에 찾아오는 건 환희가 아닌 죽음이다. 대표적으로 암컷 사마귀는 교미가 끝난 뒤 수컷 사마귀를 잡아먹는다. 가끔은 짝짓기 중에 등에 매달린 수컷을 머리부터 씹어 먹는 암컷도 있다. 곤충학자들은 교미한 암컷 사마귀의 3분의 1정도가 수컷을 잡아먹는다고 추정한다.

특이한 것은 머리가 먹히는 와중에도 수컷의 배에서는 계속해서 정자가 방출된다는 사실이다. 곤충학자들은 이를 자신의 유전자를 더 많이 퍼트리기 위한 수컷의 전략이라고 말한다. 암컷이 더 많은 영양분을 비축할수록 더 많은 알을 낳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컷은 짝짓기를 할 때 자신의 머리와 가슴을 암컷의 입 쪽으로 구부려 주기도 하고 짝짓기가 끝나도 도망가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 동족을 죽이는 경우는 포유류에서도 발견된다. 사자 같은 경우 하나의 수컷이 여러 암컷을 거느리는 집단생활을 하는데 이 수컷 우두머리가 바뀔 때마다 살육전이 벌어진다. 새 우두머리가 이전 우두머리의 자식들을 모두 죽이기 때문이다. 새 우두머리는 자신의 새끼를 낳을 수 있는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어린 동족을 죽인다. 일반적으로 새끼를 낳은 암컷은 25개월이 지나야 다시 임신을 할 수 있지만 새끼를 죽이면 암컷은 새끼에서 젖을 먹일 필요가 없어 약 9개월 뒤면 다시 임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성보다 본능에 충실한 야생세계에서도 동족을 죽이는 행위는 흔하지 않다. 힘겨루기를 하거나 무리의 서열을 정하기 위해 싸우는 경우는 많지만 상대가 죽을 때까지 싸움이 계속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기싸움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설령 동족을 해치더라도 굶어죽지 않기 위해서 혹은 자기 혈족의 번영을 위한 경우에만 한정된다. 그런데 인간은 무엇이 그리 절박해 서로를 해치는 걸까? (글 : 한지영 과학전문 기자)

http://www.yeskisti.net/yesKISTI/Briefing/Scent/View.jsp?type=1&class=300&seq=2715

 

◈소금으로 인한 고통은 설탕의 12배!!
상처에 소금을 뿌리면 왜 아플까? 상처가 생기면 체액이 흘러나오는데, 여기에 소금을 뿌리면 소금이 체액에 녹으며 농도가 급격히 올라가게 된다. 이러면 체액과 맞닿은 세포들로부터도 삼투현상에 의해 물이 빠져나와 쪼그라들게 되고, 상처 부위에 노출된 피부조직도 전체적으로 쪼그라든다. 이런 수축이 신경을 자극해서 아픔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설탕은 어떨까? 설탕은 분자량이 소금보다 6배 크고, 이온도 반만 작용한다. 소금으로 인한 삼투압 변화가 설탕의 12배, 고통도 12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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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8-18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문씬이 나올 때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이유가 아주 과학적이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