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울린 한국전쟁 100장면 - 내가 겪은 6.25 전쟁
김원일 외 글, 박도 사진편집 / 눈빛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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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울 수 없는 이미지, 한국전쟁을 몹시 인상 깊게 보았다.  그리고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사진은 거의 겹친다.  지울 수 없는 이미지가 거의 사진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면, 이 책은 그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쟁을 직접 겪은 네 명의 작가를 통해 얘기한다.

전쟁... 우리한테 먼 단어가 아닌데 멀게 느껴진다.  우리가 평상시에 얘기하는 전쟁은 출근전쟁, 예매전쟁 정도랄까.  그 치열함에 '전쟁'이라는 단어를 쓰긴 하지만, 실제로 전쟁을 겪은 사람들에게는 그 같은 일에 '전쟁'이란 표현을 쓰는 것이 얼마나 가소롭고 어이 없을까.

얼마 전에 읽은 "쥐"에서 아버지는 친구라는 단어에 대해 설명하기를, 일주일 동안 갇힌 채 굶고나면 친구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거라고 얘기했다.  그렇게 전쟁이 가져다 주는 굶주림과 추위와 공포 등은 사람이 알고 있는, 이제껏 상식이라고 알아온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어떤 사진에서 굶주린 유엔군이 지친 표정으로 기둥에 기대어 있는 장면이 있었다.  그가 고백하기를, 추위와 졸음과 눈보라가 적군보다 더 무섭다고 했다.  한 순간 눈을 감았다가 그 무거운 눈꺼풀을 다시 들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는 극한의 상황이라면, 눈앞의 적보다 무서울 수도 있으리라.

전쟁을 겪었던 작가들은, 그때의 상처와 기억을 평생을 안고 갈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들 작품 속에서 끊임 없이 전쟁을 이야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진정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고 나 역시 동의했다.  5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그들에게는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아마 이 땅에서 눈 감는 날까지 지속될 것이다.

공중에서 함흥을 찍은 사진을 보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  한국전쟁을 공부할 때, 교수님께서 북한은 폭격으로 마치 "석기시대"로 돌아간 것 같았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현실로 다가서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벌집처럼 뻥뻥 구멍이 뚫려 있는 땅이라니, 한순간에 소름이 확 돋았다. 

사진 속에선 인민군이건 국군이건, 중국군이건 유엔군이건 가리지 않고 전쟁에 지친 회의적인 눈동자들을 싣고 있었다.  그가 노인이건 어린아이건, 여자건 남자건... 하나같이 절박한 얼굴들이었다.

어제는 언니와 얘기를 하다가 통일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언니는 통일의 당위성을 어찌 생각하냐고 물으니, 고등학교 때는 당연히 통일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니라고 한다.  왜? 하고 물으니, 먹고 살기 힘들어서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 대답을 찬성하진 못하지만 긍정한다.  내가 결혼해서 아이 둘을 키우며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가장 평범한 소시민이라고 한다면 내 대답도 그와 비슷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그래서.. .슬펐다.  우리는 전쟁을 종결한 것이 아니라 단지 휴전한 것 뿐인데... 우리의 전쟁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닌데 우리는 머나 먼 이야기 다루듯 한국전쟁을 바라보고,그리고 통일을 얘기한다.

전시 작전권을 회수해 오자는 말에 전직 국방부 장관들과 힘있는 언론들이 어떻게 대처했는 가도 함께 떠오른다.  가슴이 묵직하다.  마음도 아프다. 

이 책의 제목은 "나를 울린 한국 전쟁 100장면이다."  나 역시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찌 아니 울까... 어찌 아니 아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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