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적인 동양이 남성적인 서양을 만났을 때
이옥순 지음 / 푸른역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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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근대사는 우리의 근대사와 흡사한 모습을 많이 담고 있다.  영국에 의한 식민지 전락은, 일본에 의한 우리의 식민지 역사를 떠올리게 하고, 또한 분리 독립되어 쪼개져버린 민족도 북한과 남한으로 갈라진 우리를 떠올리게 한다.  뿐이던가.  상대적으로 낮은 여성의 지위도 마찬가지다.

그 역사의 전개과정과 또 그를 유발한 원인이 모두 같을 수는 없지만, 비슷한 흔적은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그래서 19세기 인도의 재발견은, 우리역사의 재발견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영국인들은 자신들의 이익과 편의를 위하여 인도와 그들의 '닮음'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곧 입장이 바뀐다.  그들이 하찮게 여겼던, 또 우습게 여겼던 인도인들은 그들 영국의 문화와 교육을 빠르게 흡수하였고 이내 자신들을 위협하는 위치까지 도달하였다. 

이제 두려워진 것은 영국인들이다.  그들은 노선을 바꾼다.  '같음'이 아니라 '다름'을 강요하며...  그리고 그 노선에는 강한 남성상의 서양과, 약한 여성상으로서의 인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비교적 서정적으로 느껴졌던 제목은 사실은 엄청난 폭력을 의미하는 제목이었다.  그러니 그렇지 않다고, 아니라고 발버둥치며 강한 남성으로서의 자아를 찾으려는 인도의 몸부림은, 우리가 겪었던, 그리고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역사적 상처이기에 더욱 큰 공감을 갖게 했다. 

영국인에 의해 스스로를 他者로 규정되어진 인도인들은, 이번에는 역설적이게도 무슬림들을 자신들의 울타리 밖 사람으로 밀어낸다.  한 번 잘못 꿰어진 구멍의 단추는 아무리 열심히 단추를 꿰어 맞춰도 결국 어긋날 수밖에 없고, 모두 다 풀러내야만 하는 숙명을 갖는다.  그런데, 그게 되지가 않는다.  누구도 책임지지 못하고, 누구도 되돌리지 못한다.  이 또한 우리의 아픈 역사와 오버랩 되면서 몹시 씁쓸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것도 큰 죄라고 생각한다ㅠ.ㅠ)

이 책은 저자가 논문으로 쓰여진 원고를 수정을 한 책이다.  논문은 그렇지 않았겠지만, 이 책 자체로는 딱딱하지도 않고, 여러 문학 작품의 구절이 삽입되면서 내용의 진위성과 함께 문학적 깊이도 더해주고 있다.  제목에서 한번 더 눈길을 끈 이 작품은, 내용을 보면서 한 번 더 반할, 그리고 속쓰릴 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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