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한국사 1 - 단군조선에서 후삼국까지, 식민사관을 벗고 고대사의 원형을 복원한다 교양 한국사 1
이덕일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살아있는 한국사의 개정판이다. '살아있는---"라는 제목도 당시 나왔을 때 유행처럼 퍼지는 제목이었는데, "교양---"라는 제목도 대중적 인기의 잣대를 계산한 것 같아서 조금 씁쓸했지만, 포장만 바꿔 나온 것이 아니라, 내용이 추가 되었으니 그 정도는 너그러이 넘어갈 수 있다.(안 넘어가면 어쩌겠는가.ㅡ.ㅡ;;;;)

저자 이덕일은 참 독특한 사람이다.  학자이면서도 대중 역사서 집필에 골몰하고 있는 이력도 독특하고, 남들과는 다른 시각을 가지고 역사를 들여다보는 안목도 흔치 않은 광경이다.  그래서 학계에서는 이단아 취급을 받기도 하지만 대중에게는 지극히 친근하고 또 고마운 존재로 남아 있다.

그의 연구 방법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1차 사료를 깊이 파고들지만, 그 1차 사료 인용의 함정과 한계를 집중적으로 파헤친다는 것이다.

사실 전문가가 아닌 이상에야, 교과서에서 그렇게 나오고 또 선생님이 그리 알려주시면 우린 모두 그게 진실이려니 의심 않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교과서가 틀릴 수 있고,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내용도 잘못되었을 수 있다는 것을, 아니 틀렸다는 것을, 그는 그 1차 사료를 가지고 조목조목 비판하며 독자를 설득한다.   그러니 그의 책을 진지하게 읽어본 사람이라면 우리가 배워온 역사적 지식에 대해서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책을 찾게 만들고 더 많은 공부를 하게 만드니, 그가 대중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고 하겠다.

이 책은 통사다.  세권으로 이루어졌는데, 우리의 고대사로부터 중세사 근대사까지를 아우르고 있다.  방대한 오천년 역사를 책 세권에 나누었다지만 지면의 한계가 있는 법, 따라서 미시사를 기대하면 안 된다.  대체로 친절한 설명을 유지하고 있지만, 완전 초보용 책은 아니라고 하겠다.  읽다가 막히거나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저자나 그밖의 다른 사람의 책을 참고하며 더 깊이있는 공부를 해야 할 거라고 말하고 싶다.(역시 공부시키는 저자라니까..;;;;)

과거의 제목은 '살아있는 한구가'였는데, 이젠 '교양 한국사'가 되어버렸다.  저자 이덕일의 그간 작업이 죽어있는, 감춰져 있는 한국사를 들춰내는 데에 접목했다고 한다면, 이제 그의 작업은 그렇게 들춰낸 우리의 역사를 대중의 교양으로, 상식으로, 일상으로 파고들게 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제목도 그리 바꾼 것은 아닐까 나름대로 짐작해 본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그의 다른 저작물에서도 느껴지는 바지만, 챕터의 서두에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는 부분인데(원래 좋은 글은 서두에서 판명된다!) 그 글을 아주 문학적으로 쓴다는 것이다.  문학적으로 쓴다고 해서 감정적인 글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딱딱하지 않게, 우리의 논리를 자극하면서 감정도 동시에 따라오게 만드는 글쓰기라는 의미.  아마 공감하겠지만, 그런 글쓰기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사실, 만나기도 쉽지 안?.

그래서 이덕일 선생님의 책은 볼 때마다 경외감이 들고 늘 고맙기 그지 없다.  아마 이덕일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의 한국사 공부는 아주 지루했을 것이다.

너무도 오래, 친일파로부터 시작된 기득권자들의 사학계 지배로 인해, 우리 국민 모두의 머리 속에 식민사관의 틀이 깊게 형성되어 있었다.  지금이야 많이 벗겨내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주류는 그들로 채워져 있다.  어찌보면 그 헤어날 수 없을 것 같은 덫 속에 이덕일 선생님은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살아 움직이고, 교양처럼 인식될 수 있는 역사를 만들기 위해 지금도 애쓰는 그 수고가, 시간은 걸릴지언정 열매를 맺고 다시 씨앗을 뿌리리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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