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지도로 보는 세계, 세계인
황근기 지음, 이루다 그림 / 계림닷컴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처음 책을 펴들었을 때는 목차부터 해서 쓰윽 훑어보았다.  언뜻 보기에 책 구성이 재미있어 보였고,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몹시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쉽게 쓰여졌고, 내용도 재밌었으며 그림도 귀여웠다.  성인이 보아도 즐거울 책으로 느껴졌다.  다양한 나라의 문화와 지리, 그들의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행운으로 여기는 상징과 불길하게 여기는 상징 등등을 콕콕 찝어서 만든 책이라 '차이'를 이해하는 데에 좋은 책이라고 나는 여겼다.  가격도 그럭저럭 만족하는 편이었고, 먼나라 이웃나라 같은 학습서가 되지 않을까... 나는 무지무지 후한 점수를 주었었다.

그런데, 제대로 펴들고 보니 조금 속았다는 기분이 든다.  앞서 얘기한 장점들은 모두 그대로이긴 한데, 글을 구성한, 그리고 편집한 사람들이 좀 못마땅해졌다.

이유는, 내용의 구성이 지나치게 미국, 그리고 서구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일단 대한민국 다음으로 나오는 나라가 미국이라는 것에서 나는 좀 불편했다.  어떤 기준을 갖고서 다음 나라가 나온 것이 아니라 무작위로 나오는데(대륙이라던가 문화권 구성은 아니었다.) 왜 하필 미국부터?  내가 예민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이것은 편집자가 의도했거나, 혹은 무의식 중에 미국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생각들이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전이되는 것에 경계심이 일었다.

그리고 유럽이 이어서 나오는데, 나는 실소가 나왔다.  유럽에 대한 설명은 그래도 멋스럽고 그럴싸한 내용들이 주를 이루지만,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남미가 나올 때는 우리가 인식하기에 지저분하고 야만스럽다고 여길 법한 예시들이 주를 이루었다.

음식 문화를 얘기할 때, 프랑스에서는 와인을 예로 들었다고 한다면, 비서구권 지역에서의 예는 '바퀴벌레'를 먹는 나라도 있더라... 라는 식이다.

화장실을 얘기할 때에도 동남아시아권의 나라나 인도에서는 강물에 그냥 실례를 한다. 그리고 그 물에 머리 감고 목욕하고 심지어 먹기도 한다... 라는 식의 설명이다. 그렇게 나온다면, 산업혁명기까지도 열악했던 화장실 문화를 자랑(?)했던 유럽의 상태는 왜 얘기하지 않는가.  왜 향수가 발달했고 왜 하이힐이 유행했는 지는 왜 말하지 않는가.  페스트가 창궐해서 전 유럽이 도가니에 빠질 만큼 지저분했던 그들의 이야기는 왜 생략하느냔 말이다.

거죽만 보고는 속을 알 수 없다고, 매력적으로 보았던 책이 속을 들여다 보니 이만저만 실망인 게 아니어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하나 건진 게 있다면 각 나라별 국기를 그려주고 그 나라의 크기와 인구수, 정식명칭, 사용언어, 사용화폐를 일목 요연하게 정리해 준 것인데, 여기서 내 시선을 끌었던 것은 다른 나라의 면적을 비교하면서 한반도의 몇 배 크기다...라고 써 준 것이다.

독일의 면적, 한반도의 1.5배... 이런 식으로....

아... 독일이 생각보다 많이 크지 않았네.... 하고 생각해 보니, 비교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남한'이 아니라 '한반도'라는 사실에 침이 꼴깍 넘어갔다.

남북한을 모두 합해 놓으면 크진 않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작다고 느껴지진 않을 텐데... 하는 마음...

그래도 각국 면적을 '한반도'와 비교한 것은, 그래도 조금 땅을 넓혀보겠다는 마음보다 우리 땅이라는 소중한 마음이었을 거라고 믿기로 했다.  그랬더니, 책을 보고 불쾌했던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다.

우리 학생들이 배우는 세계사 책을 들여다 보면 틀린 기술도 많거니와 다분히 서양 위주의 서술이 많다.  일본의 교과서 왜곡만 탓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실정도 반성하고 고칠 일이다. 어린 아이들이 보는 책일수록, 가치 판단의 문제는 신중하게 다뤄야 하건만, 이 책은 중립성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별 셋은 주려다가 다시 맘이 바뀌어 별 둘만 주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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