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울 수 없는 이미지 2 - 한국전쟁에 휩싸인 사람들
박도 옮김, 미 국립문서기록보관청 (NARA) 사진 / 눈빛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2편을 먼저 보고 1편을 보았는데, 서평은 1편부터 쓰고 2편을 이어 쓴다^^;;;

2권은 1권과 비교한다면 꽤 담담하게 읽힌, 보인 편이다. 참혹한 사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1편에 비하면 직접적인 참상(처형장면 같은...)은 보이지 않았고, 다만 인민군 포로들에 대한 인권 탄압이 눈에 많이 띄어 안쓰러운 편이었다.

놀랍게도, 그 잔인한 시간을 살아내면서도 사진 찍는 사람이 보이니, 포즈를 취하며 씨익 웃는 순박한 얼굴들의 사람들이 간혹 보였다는 것이다.  인민군 포로들은 모두 메마른 얼굴에 촛점 잃은 눈빛이었지만, 포로가 아닌 일반인들 중에는 카메라라고 하는 신기한 물체를 재밌게 보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던 것이다.

모두가 전란에 휩싸였건만, 그래도 사그러들지 않는 학구열은, 자신도 어리면서 동생을 끼고 학교를 찾아가게 하였으니, 찡하면서도, 그 역시 생존에 대한 욕구가 아닐까 싶어 싸아한 기분이 들었다.

북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는 인민군들도 있었지만 게 중에는 북도 싫고 남도 싫다며 제3국으로 가기를 희망하는 군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마지막 가는 길에 UN군이 지급한 군복마저도 벗어던지고 새 길을 향해 떠났다.  과연 그들이 도착한 땅에 바라던 자유는 있었을 지...ㅠ.ㅠ

미국에서 찍은 사진이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그들의 시선이 담겨 있을 법하다.  그래서라고 꼭 집고 싶지는 않지만, 사진들 중에는 가난하고 굶주린 우리 국민들에게 온정을 베푸는 미군과 UN군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사진을 마무리하면서 이어진 글에 몇몇 구절이 눈에 띈다.  개전 7개월 동안 서울의 주인은 네번이나 바뀌었고, 전쟁 중 가장 큰 희생자는 군인이 아니라 민간이이었다는 사실...

새롭게 밝혀지고 있는 사실들이 많긴 하지만 전쟁 중에 학살되어 지금껏 덮여지고 가려진 목숨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괴로운 일이다.

개별적, 산발적 소규모 학살보다 집단적, 조직적, 대규모 계획 학살이 더 많았다는 사실도 읽는 것조차 끔찍하다고 여겨졌다.  內爭같은 국제전쟁... 外戰같은 동족전쟁.... 그것이 한국전쟁의 모습이었다.

오늘 동독과 서독의 통일에 대한 기사를 읽으면서 잠시 떠올랐던 생각인데... 우리 남한은 통일 당시 서독보다 잘 살지 못하고, 북한은 동독보다 잘 살지 못한다.  둘은 연합군에 의해 갈라졌지만, 우리는 우리끼리 싸우고 서로 등을 돌렸다.  원인이 어디에 있건, 그 과정에 무엇이 있었건, 그 사실 자체는 결코 변할 수 없다.  우리의 상처는 너무 깊고, 치유의 길은 그보다 더 험난하다.  피할 수 없고, 포기할 수 없는 길인데도, 앞길이 막막하다.  더 두려운 것은, 통일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까 봐...

지울 수 없는 이미지... 이 사진들로... 고의건, 자의건 잊으려 했던 옛 상처와 기억들을.... 되돌릴 수 있었으면 한다.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 지도 심각하게, 깊이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더 늦어지기 전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