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전일제 계발활동이 있는 날이었는데, 내가 맡은 부서는 인터넷 검색과 게임반이다.

아이들은 물론 '게임'에 점을 찍고 들어왔겠지만, 컴퓨터 사양도 그렇거니와 어디 네시간 연속 게임만 시키겠는가. 뭔가 교육적(?)인 것도 시켜줘야지.

그래서 4문제를 풀라고 과제를 준다. 내가 보기에는 정말 쉽다.

네이버에서 검색어를 넣고 엔터를 치면 거의 다 뜬다.

딱 한번 외국 홈페이지 들어가서 영문을 검색해야 하는 게 있었지만, 그때는 첫날이어서 나도 너무 어려운 것을 낸 것 같아 힌트를 거의 다 주어서 풀게 했었다.

그래서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문제는 계속 쉬워진다.

어제의 문제 중 하나는 우리나라 5대 국경일을 쓰라는 것이었다.

사실 난 4대 국경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찾아보니 금년부터 한글날이 추가되었단다.

네이버에서 '국경일'로 치면 바로 친절하게 다섯 개의 국경일이 나온다.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답은 요렇게 다섯인데, 아무래도 너무 쉬운 것 같아 아이들 수준을 무시하는 기분이 들어 날짜까지 같이 적어오라고 했다.

클릭만 하면 날짜도 나오는 거니 대개 잘 찾아오려니 싶었는데, 아이들이 날짜에서 헤맨다.

쿨럭, 이때부터 당황했다. 정말 모르는가????

답안지를 들고 나온 학생에게 물었다. 광복절이 몇월 며칠이니?

학생.... 헤매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6/6이라고 써 넣는다.

헉, 다시 묻는다. 그럼 현충일은 언제니?

학생.... 다시 당황한다.

나는 더 당황한다.

이 학생들만 그러는가 싶어 교무실에 돌아와 지나가는 다른 학생을 붙잡고 물어보았다.

개천절이 언제인지 아니?

학생이 헤맨다. 11월 아닌가요?

나: ..........................................

아, 미티겠다.

날짜를 잊지 않는 것은 숫자가 이름에 드러나는 삼일절 뿐이다.

광복절이 언제인지도 모르는 아이들이 광복절의 의미는 과연 알 것인가.

아이의 탓이라기 보다 교사의, 그리고 교육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간혹 북한 이야기가 나오면 왜 통일이 되어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우리의 아이들.(꽤 여럿 보았다)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교육을 하고, 무엇을 목표로 공부를 하는지...

몹시 심난하고 화가 났다. 젠장..ㅡ.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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