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알베르 카뮈 지음, 박용철 옮김 / 도로시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한남자가 있다.  양로원에 모신 어머니의 죽음을 듣게 된다. 장례를 치르러 가지만 눈물은 흘리지 않는다.  덮여져 있는 관 뚜껑을 열어 시신의 얼굴을 확인하는 것도 거부한다.  날은 덥고 몸은 피곤하고, 그는 커피를 한잔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약간 졸기도 했다.

다음날 어머니의 장례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맘에 있어했던 여자친구 마리를 만나 해수욕을 하고 희극 영화를 보고 그리고 밤에는 정사를 가졌다.

여자 문제로 복수를 하려고 벼르고 있는 친구의 편지 쓰기를 대필해 주었고, 그 친구로 인해 아라비아 사람과 싸우게도 된다.  흥분할게 뻔한 친구 대신 권총을 보관하고 있던 그는, 홀로 아바리아 사람 하나를 마주친다.  그는 단도를 가지고 있었다.  햇빛은 너무 눈부셨고, 마치 단도가 눈을 찌르고 오는 느낌을 받아 그는 방아쇠를 당겼다. 한번, 그리고 네 번을 더 쏘았다.

여기까지가 1부의 내용이다. 1인칭으로 진행이 되었다. 2부 역시 1인칭 시점이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달라진다. 1부는 주인공이 주체이지만, 2부는 주인공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사회가 주체가 된다.

그의 지금까지의 삶의 모습은 법정에서 모두 불리하게 작용한다.  형편이 어려워 어머니를 양로원에 모시면서 이웃 사람들이 자신을 욕했다는 것을 알지 못한 그는, 왜 욕을 먹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신을 거부하여 신앙에 의지하여 동정심을 사지도 못하고, 너무 솔직한 고백으로 일관해 모두로부터 저주의 손가락질을 받는다.  결국, 그는 공개처형으로 단두대에 갈 운명에 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재판장에서 더는 할 말이 없다고 고백한다.

그의 삶은 나른했고, 목적이 없었고, 야심도 없었다.  파리로 전근발령날 수 있었지만, 굳이 갈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 변두리에 남아 있기로 하고, 여자친구 마리가 사랑하냐고 묻는 말에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면서, 결혼하자고 하면 하겠다고 대답한다.  다른 사람이 물어도 그리 대답하겠냐고 물으니, 역시 그렇다고 한다.

참으로 답답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인사다. 그런데, 그것이 알베르 까뮈가 하고 싶었던, 표현하고 싶었던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부조리한 세상에, 인간미 없는 이성, 강요되는 도덕성 등등...

주인공은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가식적이지는 않았다.  그는 감옥에서 죽을 날을 기다리다가 오히려 해탈의 경지와 비슷한 즐거운 깨달음을 얻으니, 그의 마지막 말은 압권이다.

내가 외롭지 않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서

이제 내게 남은 소원은, 다만 내가 사형집행을 받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증오의 함성으로써 나를 맞아주었으면 하는 것뿐이다.

그는 자신다운 삶을 살아내고 있지만, 부조리한 세상에서 부조리한 그의 모습은 어디까지나 '이방인'일 뿐이다.  이성적인 세상은 죽음의 순간에 구경꾼들의 야유와 증오의 함성으로 외로움을 잊으려고 하는 이 메마른 감정의(그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사나이를 절대로 끌어안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는 사회가 규정한 윤리의식으로는 결코 이해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는 절대 이방인 이니까.

그의 행적과 그의 삶에 대한 태도를 긍정하기도, 또 이해하기도 쉽지 않지만, 어쩌면 우리는 살아가면서 스스로 옳다고 믿는 신념 밖의 사람은 무조건 매도하고 배척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지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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