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톡톡 튀는 급훈을 곧잘 보게 된다. 

"담임이 보고 있다."

"우주정복....."

오늘, 어떤 학급의 급훈을 보았다. 

"대학가서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할래?"

웃기다, 하며 무심코 지나쳤는데, 다시 되새겨보니 서늘했다.  대구를 맞춘 구절은 좋았는데, 그 내용이 불편했던 것이다.

질곡의 현대사를 겪은 우리로서는 땅덩어리도 작고 자원은 빈약하고, 기댈 거라고는 사람밖에 없었다. (물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는 성장주도형으로 경제개발을 추진했고, 국가의 발전을 위해 개인을 희생을 강요해 왔다.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은 젊음을 바쳐 나라의 일꾼이 되었고, 그 중에는 가족들의 생계와 동생들의 학비 뒷바라지 등을 위해 열심히 미싱을 돌렸던 여공들도 있었다.

블루칼라로 대변되는 공장 노동자들, 그 시절보다야 권리가 향상되었겠지만, 여전히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고, 사회적 편견에 치이는 그들이다.  중학교 3학년 교실에 쓰여 있는 급훈은, 필시 담임선생님의 입김이 많이 들어간 급훈일 것으로 보이는데, 그 급훈을 일년 내내 보며 공부하는 학생들은, 공부 못해서 인생 어그러지면 공장이나 가서 일해야 한다는 식의 비뚤어진 사고관을 자신도 모르게 주지시킬 수가 있다.

"2호선을 타자"라는 급훈도 마찬가지다.  일류대가 지상 목표인양 학교가 먼저, 혹은 선생님이 먼저 아이들에게 강요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공교육의 산 현장에서 말이다.

"삼십분 더 공부하면 내 남편 직업이 바뀐다."

같은 급훈은 인륜지대사 결혼을 조건 맞춰하는 짝짓기로 전락시키는 기분마저 들게 한다.

그러나 이에 비해 긍정적인 급훈도 잘 보인다. 

OTL(좌절 금지)

포기란 배추를 살 때나 하는 말이다.

게 중 최고의 급훈은 이거였다.

"내가 꿈을 이루면 나는 다른 사람의 꿈이 된다."

무심코 뱉는 말들 중에서, 또 무심코 하는 생각 중에서 우리의 편견과 편협된 인식이 도사리고 있을 때가 많다.  알고서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모르고 쓰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레 전염되는 것은 더 경계해야 할 부분이겠다.  보다 긍정적이고 평등한, 사랑이 깃든, 모두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급훈 교훈 등이 더 늘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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