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게 길을 묻다
이덕일 지음 / 이학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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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씨의 역사서를 처음 접하게 했던 책이 바로 이 "역사에게 길을 묻다"였다.  일단은 문학적인 제목이 마음에 들었고, 읽어보니 쉽게 서술되어 있으며 흥미 진진하지만 동시에 진지함도 잃지 않는 내용에 더 끌렸다.  그래서 역사 입문서로 주변에 많이 추천을 하기도 했지만, 고등학생들은 대개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도 그들 역시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 읽어보면 어렵다는 말보다 감탄이 먼저 나오지 않을까.

우리의 역사 교과서는 국정교과서이다.  8종, 7종 나눌 것도 없이 단일종이다.  나라에서 정해진 그대로, 그냥 가르쳐야 하고 그대로 배워야만 한다.  그 내용이 제대로 기술되어 있는지, 혹은 잘못 기술된 것은 없는지, 모순은 없는지, 우리가 의문을 품어봤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왜? 국정 교과서니까(ㅡㅡ;;;)

해마다 일본은 독도 망언을 퍼붓고, 중국은 고구려사가 지네 거라고 우긴다.  뿐이던가?  역사 왜곡으로 우리 가슴에 멍울지게 하는 뉴스 기사는 심심찮게 발견한다.  그런데 한번 물어보자.  우리는 어떤가?  우리의 역사 서술은 과연 진실만을 얘기하고 있는가?

중국이나 일본처럼 타국의 역사를 의도적인 왜곡으로 비틀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자국의 역사 앞에서는 떳떳하지 않다. 

일제 시대의 식민사학의 잔재가 고스란히 남아 있고, 그 실증사학의 유령에 사로잡힌 자들의 제자들이, 후학이 그대로 오늘의 역사를 서술하는 사람들로 이름을 띄우고 있다.

그렇게 가르쳐주니, 그런 줄 안다.  의문을 제기할 생각도 못한다.  설마 교과서가 틀렸을 거라고 누가 짐작이나 하겠는가.  그러려니 할 테지.

가끔 수업을 하다 보면 답답할 때가 있다.  그렇게 써 있으니 그렇다고 하지만, 아닌 게 분명한데, 이를 해명하기가 어렵다.  "사실은 교과서가 틀렸어."라고 말하면, 이 무슨 개망신이냔 말이다.  나의 망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체성의, 역사관의 망신이란 얘기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크게 고개 끄덕였고 더 마음이 무거웠다.  어느 때쯤 달라질까, 바뀌어질까... 하는 마음에...

저자는 사극의 이야기도 하였는데 내가 지적하고 싶은 부분들이 많이 나왔다.  적어도 요새는 과거의 사극보다는 확실히 고증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기는 하다.  최근엔 사극 열풍이 불어 이미 끝난 대작도 많거니와 곧 시작할 드라마, 그리고 영화계에서도 사극이 대세가 되는 분위기이다.  보다 대중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일으키게 하고 역사 속의 세계로 다가가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잘못된 정보 역시 무서운 파급력으로 영향을 미칠 터이니 조심스러운 게 당연하다. 

더군다나 근래에는 고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이 등장하는데 고대사일수록 미스터리가 많고 신비에 가려진 부분들이 많아 기대도 되고 염려가 되기도 한다.  부디 이 책에서 소개한 것처럼 여인천하 제작진의 "윤원형이 문정왕후의 동생인 것을 우리도 알지만, 저흰 그냥 오빠로 하기로 했습니다."라는 무식한 대답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이 책의 장점은 과거의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현대의 모습과도 견주어 정치판을 비교해주는데, 이 역시 고개 끄덕이며 무릎을 칠 이야기들이 많다.  모두들 직접 읽고서 확인해 보기를...^^

저자의 글솜씨가 탁월함은 마무리에서 다시 한번 느꼈다.  처음에 교과서에서 시작한 것처럼 다시 같은 주제로 마무리한다.  앞에서는 문제를 제기했다면 뒤에서는 해법을 제시했달까.  단숨에 이뤄지기는 어렵지만 단계단계 우리가 밟아야 할 과정을 친절하게 말하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 재밌고 유익하고 친절한 책의 도움으로, 역사가 열어주는 길을 한 번 걸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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