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2 - 한국만화대표선
박흥용 글 그림 / 바다출판사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지난 겨울 생일 선물로 받은 책이다. 물론 내가 고르긴 했지만^^;;;

박흥용씨를 처음 만난 것은 2002년이다. "내파란 세이버"가 오늘의 만화상이던가..;;;;를 받았는데, 몹시 궁금해하다가 우연히 발견하여 읽었었다.  그때도 느꼈지만 작가는 '사회의식'을 철저하게 반영한 작품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주인공 견주가 양반가의 서자로 태어나는 설정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다.  당시 사회에서 양반가의 서자는 일반 농민보다도 암울한 위치였었다.  먹고 사는 걱정이야 덜하겠지만 사회적 성공이 막혀있는 답답한 현실을 젊은 혈기가 이여내기에는 참 버거웠을 것이다. 주인공 견주도 마찬가지다. 남들이 견자(개새*)라고 불려대는 이름을 들으며 욱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른 적이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그가 정신적으로 성장해가면서 스스로 자신을 견자라 부르며 낮추는 모습은 그랬기에 더욱 인상적이다.

한 세상 한만 남기고 꺾일 수도 있었던 그의 삶은 스승 황정학을 만나면서 180도 달라진다.  양반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태생적 장애로 장님이 되어버린 그는, 견주의 설움보다 더 가혹한 대접과 대우를 받으며 유년기를 보내야 했다.  그를 가두었던 독을 깨고 나오면서 그는 다른 인생을 살기 시작한다.  천하를 주유하며 침술쟁이로 생계를 잇지만 그는 당대의 유명한 검객이기도 했다.  그는 한과 설움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키는 법을 깨우쳤다.  그리고 그가 전수해준 그 가르침은 견주에게 있어서 훌륭한 검객이 된 것보다 더 소중한 배움이 되었을 것이다.

작품에는 실존인물인 이몽학도 나온다.  역시 당대의 사회적 한계와 설움에 악이 받쳐있던 그의 모습은 오늘을 사는 젊은 혈기의 청년들과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비춘다.

작가가 여성을 묘사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고정관념에 의하면 조선 시대의 여성은 수동적이고 남자의 부속물 정도로만 인식되는데, 모두 아니라고는 말 못하지만 적어도 임진왜란 이전의 여성의 지위는 열녀문 속의 여자들보다는 좀 더 인격적인 대우를 받았다.  작품 속에서 대쪽이라 자처한 기생과 양반집 귀한 딸이었던 여인(아, 이름이 생각 안 나는..;;;;)은 견주를 좇아가기 위해 험한 길도 마다하지 않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단순히 남자에 미쳤다고 생각지 말자^^;;;) 그래서 마지막 엔딩의 여운은 꽤 오래 간다.  열린 결말이랄까. 이후에 이어질 그들의 삶과 사랑을 상상하는 것은 꽤 즐거운 일이었다. (그래도 나는 혹시 완결이 아닌가 하고 책을 자세히 살펴보기도 했다...;;;;)

스승 황정학의 가르침으로 검술을 연습하는 모습과, 그것을 실제에 응용하여 나날이 성장해가는 주인공의 검술 단련 모습도 꽤 인상적이었는데, 그 속에 인생이, 철학이 담겨 있었던 까닭이다.

분류하기에 따라서 이 책은 만화보다 역사 쪽에 다가가기도 하는데, 내 마음은 오히려 철학 쪽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설마, 아직도 만화는 아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여자들 취향의 이쁜 그림체는 아니지만 아주 부담스러운 그림도 아니고, 자연 풍광의 넉넉한 모습과 인물들이 사실적 묘사는 그림 보는 재미도 제법 더해준다.

그리고, 제목을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이라고 하지 않고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라고 의도적인 파격을 보인 이유를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있을 듯.

사족이지만, 영어판도 나와 있다. 수출작품이라는 것. 외국인의 눈으로 이 작품을 보면 영화 "와호장룡"을 보았을 때의 경탄이 나오지 않을까.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오버일까? 다모도 만들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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