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표류기 - 낯선 조선 땅에서 보낸 13년 20일의 기록 서해문집 오래된책방 3
헨드릭 하멜 지음, 김태진 옮김 / 서해문집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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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릭 하멜과 그의 동료 선원들은 한 번도 예상하지 못했던 조선 땅에 표류하고 만다.  그들이 거부할 수 없는 자연의 힘(태풍, 풍랑) 앞에 무릎 꿇으며 말이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가 증명해 왔듯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살길을 모색한다.  제주도에서 도망치려고도 해보았고, 청나라 사신에게 손을 뻗어보기도 한다.  비록 실패했지만, 거기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기회를 노린 그들은 마침내 13년 만에 조선 땅을 떠나 일본의 나가사키에 도착한다.  그곳에서도 시련은 끝나지 않지만, 결국 그들의 인내와 도전은 조국 땅을 밟는 결실로 되돌아 온다.

작품 속에는 그들보다 앞서 표류한 네덜란드 인 벨테브레도 나온다.  그는 수십 년 간을 조선 땅에 머물면서 귀화하여 모국어를 잊을 지경에 이르렀다. 공과를 떠나서 그는 하멜 일행만큼은 조선 땅을 떠날 노력을 덜 했다고 보여진다.  긴 시간이 걸렸고, 일행 모두가 함께 떠나지 못했지만, 인고의 시간을 견디어 낸 하멜 일행 등은 끝내 원하는 곳을 향해 출발할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기회'란 '늘' 오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오는 것이고, 그것을 잡을 수 있는 자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서양 세력이 우리나라에 처음 문을 두드렸을 때, 19세기 제국주의 시대보다 상대적으로 덜 위협적이었고 보다 예의를 갖추고 있었을 때 조우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고 안타깝다.  역사에 '만약'이란 없는 것이지만 우리 역시 언젠가는 오지만 늘 오지는 않는 그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속이 탄다.

이 작품은 하멜이 13년 간의 밀린 월급을 받아내기 위해서 쓴 글이지만, 목적이야 어떻든 우리로서는 귀중한 자료에 해당한다.  제3의 입장에서 들여다 본 조선의 생활상을 21세기의 우리가 보다 객관적으로 지켜볼 수 있지 않은가.

책이 몹시 얇은데, 그렇다고 단숨에 읽을 만큼은 아니다. 좀 더 눈여겨보면서 공부하듯이 읽히는 재미가 있다.  그럼에도 너무 두꺼워 지레 지치게 하는 맛이 없어 다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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