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도 학교에 가야 한다 난 책읽기가 좋아
수지 모건스턴 글, 세르주 블로흐 그림, 김진경 옮김 / 비룡소 / 1997년 8월
평점 :
절판


조르주 114세는 파산한 왕이었다. 다 쓰러져 가는 성에서 굶주리다시피 하며 살고 있었다. 비라도 오는 날에는 우산을 받쳐들고 밥을 먹어야 했다. 왕의 밑에서 일하던 사람들도 모두 나가고 없다. 가장 마지막까지 버티다 나간 사람은 공주에게 외국어를 가르쳐주던 분들이었다. 알뤼에스테르 공주는 그 와중에도 "네가 공주란 걸 잊지 말아라!"라고 강조하는 왕과 왕비 때문에 더 지칠 뿐이다. 도무지 답이라곤 없는 이 왕가에 서광이 비쳤다. 어느 부부가 와서는 방이 쉰일곱 개나 되는 중세풍의 이 궁전을 사기로 한 것이다. 


이제 왕과 왕비, 그리고 공주는 새 궁전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아파트로 이사한 것이다. 7층에 위치한 이들의 집은 이를테면 현대적인 모양의 '성'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운물이 콸콸 나오는 따뜻한 집이 공주는 더 마음에 들었다. 기본적인 난방이 안 되는 큰 집에 방이 57개나 된들 무슨 소용이랴!


공주는 베란다에서 사람들을 구경했다. 매일 아침 아이들이 일제히 사라지고 마는 특정 건물이 궁금했다. 매일매일 아이들이 쏟아지듯 들어가는 그곳은 바로 학교! 학교를 기웃거리던 공주를 한 여자아이가 발견했다. 여덟 살인 공주가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사실에 소녀는 분개했다. "난 공주도 학교는 다녀야 한다고 생각해!" 옳소! 누구라도 공부는 해야 하는 법! 


하지만 다음 날 공주는 늦잠을 자는 바람에 학교에 오지 못했고, 그 다음 날은 학교가 쉬는 날(수요일)이어서 또 학교를 가지 못했다. 이래저래 바보 멍청이로 불렸지만, 공주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불릴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공주였다. 마침내 학교에 갈 수 있게 되었지만 입학 서류를 통과시키는 건 어른들의 몫. 어린 공주는 아버지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러니까 무려 조르주 '114'세가 움직여야 하는 것!


알뤼에스테르 공주는 이후로도 많은 난관을 거쳐야 했다. 공주 복장이 학교에 가탕키나 한가. 달리기를 하려고 해도 공주가 신는 비단신발로는 어림도 없다. 그렇게 공주가 평범한 학생들처럼 거듭나기 위해서는 꼼짝도 않던 조르주 114세와 왕비가 움직여야 했다. 그리고 그 한걸음이 이들 부부에게도 변화를 가져왔다. 학부모 협회의 적극 회원이 되어 학교 개선에 앞장서게 되었고 관공서에 일자리도 얻었다. 역시, 공주라도 학교에 가야 하고, 왕과 왕비라도 제대로 된 학부모가 되어야 한다. 서로의 삶을 변화시킨 한걸음, 그게 학교에 간 어린이였다. 


수지 모건스턴은 학교를 소재로 많은 글을 써왔다. 공주 이야기가 등장해도 배경은 변하지 않았다. 유쾌하고 재밌는 그림책이다. 오랜만에 세르주 블로흐의 그림도 반가웠다. 


참, 세상의 모든 부모님께는 자신의 아이가 '공주'이고 '왕자'이기도 한 법! 세상의 많은 공주를 만난 알뤼에스테르에게 축하의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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