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인형 상자 (양장)
정유미 글.그림 / 컬쳐플랫폼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먼지 아이가 워낙 인상 깊었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면서 알게 된 작품이다. 

이번엔 글이 들어가 있지만 아주 짤막하다. 대부분은 그림으로 이야기한다.

컬러가 들어가지 않은 연필 삽화로. 도리어 깊은 인상을 준다. 




인형상자가 있다. 문을 여니 2층으로 된 내부 구조가 보인다. 인형도 있다. 잠자리에서 막 일어났다. 표정이 없다. 인형이니까.

거울 앞에 앉아 머미를 매만지고, 옷장을 열어 옷을 고른다. 아이는 이 방을 나가고 싶은 것이다. 



아래층으로 내려와 냉장고 문도 열어보고 쇼파에도 앉아 본다. 각각의 자리들은 저마다 주인이 있다.

골똘히 인형 상자를 보고 있는 유진이를 친구들이 부른다. 뭐하고 있냐고.

아이는 슬며시 상자의 문을 닫는다. 보여주기 부끄러운 것이다.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간다. 아까와 같은 인공 얼굴이 아니라 정말 유진의 얼굴이다. 그런데 얼굴이 하나 더 있다. 이 방에서 나가자고 하는. 방마다 그런 사람이 있다. 주방에도, 거실에도 마찬가지다. 하나같이 유진과 닮은 얼굴을 하고 있다. 유진의 얼굴과 흡사한 엄마, 유진의 얼굴과 꼭 닮은 아빠가 그곳에 있다. 그들은 모두 떠나기를 주저한다. 지금 갈 수 없는 이유들을 계속 나열할 뿐이다. 


계속 듣고 있으면 유진도 설득될 것이다. 도저히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유진은 신발 끈을 고쳐맸다. 마침내 현관 문을 열었다.

이제 바깥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다.

그곳에 무엇이 있든, 누가 있든간에......


다시 친구들이다. 놀림과 비웃음의 눈초리가 아니라 호기심의 표현이었다. 유진은 당당히 인형 상자를 보여주었다.

인형의 손을 빌어 인사도 했다. 


인형상자 속 인물들은 모두 유진의 내면을 표현한다. 떠나고 싶은 유진과 남고 싶은 유진. 도전하고 싶은 마음과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함께 공존한다. 비단 유진뿐 아니라 누구라도 겪을 수 있고 고민할 수 있는 내면의 이야기를 '인형'을 빌어 표현했다. 


2015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우수상을 수상할만큼 좋은 작품이지만 너무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 같아서 '먼지 아이'같은 감동과 아련함은 다소 줄어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깊은 울림이 있는 작품이다. 양장본으로 보았는데 반양장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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