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먹거리 비정한 식탁
에릭 밀스톤 & 팀 랭 지음, 박준식 옮김 / 낮은산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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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와 관련된 전 세계의 이슈 40가지를 선정해서 지도와 그래프로 설명하는 책이다. 그리고 이걸 다시 다섯 가지 주제로 나눴다. '현재의 과제/농업/무역/가공,소매,소비/국가별 농업,소비 데이터'로.


먹거리와 관련한 주제가 나오면 불평등지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 지구 상에는 모든 인류가 굶주리지 않을 정도의 음식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것들이 공정하게 분배가 되지 않으므로 한쪽에선 비만으로 근심하고, 한쪽에선 굶주림으로 신음한다. 이같은 주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우리가 분명히 인식해야 할 이야기들이지만 이 책은 그걸 너무 '도식화'해서 수치상으로 효과적이긴 해도, 감정을 건드리는 건 다소 약한 부분이 있다. 너무 수학적인 접근이랄까?  

 

 

5초마다 아이들이 굶어 죽고 있다

 

1인당 하루 평균 공급 열량을 보여주고 있다. 파란색이 진해질수록 하루에 섭취하는 열량이 적은 것이고, 빨간색이 진해질수록 하루에 섭취하는 열량이 많은 것이다. 짐작하는 대로 아프리카 대륙은 파아랗고, 북미 대륙은 넘치게 빨갛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빨갛다. 뜻밖에도 포르투갈도 많이 빨갛군! 남한과 북한의 색상도 대조적이다. 이 그래프에 따르면 남한이 빨갱이로군.

  

 

농업은 전체 담수 사용량의 70%를 쓰고 있다

 

한 사람의 하루치 먹거리를 생산하는 데 최대 50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남한은 물 부족 국가에 확실히 편입했구나. 북한은 상대적으로 물이 충분하고... 사람 자체가 하루에 필요로 하는 물의 양이 참 어마어마하다. 식수도 그렇고 씻을 물도 필요하고,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한 물이 있고 세탁을 위해서도 물은 필요하니까. 정말이지 물은 어마무시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비타민A 결핍증으로 매년 최대 50만 명의 어린이가 실명하고 20억 명이 빈혈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영양 부족이란 말이로구나.


가상수(virtual water)는 농산물 생산에 필요한 물의 양을 가리킨다. 물 부족 국가가 생산과정에서 물을 많이 쓰는 농산물을 직접 생산하는 대신 외국에서 수입함으로써, 가상으로 물을 수입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얻고 있다는 개념이다. 품목별로 봤을 때, 곡물보다 육류와 유제품의 가상수가 압도적으로 크다. 한국은 세계 5위의 가상수 수입국이다. -34쪽

 

문득 건조한 기후의 유목민이 떠올랐다. 몽골의 유목민들은 농사를 지을 수 없으니 유제품과 육류로 식량을 공급하는데, 정작 그 나라에는 물이 아주 부족하다는 것! 아직까지 대한민국이 물부족 국가라는 것이 잘 실감이 나지 않지만, 많은 지표들이 대한민국은 물이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확실히 지금처럼 물을 아끼지 않고 쓰고, 또 낭비한다면 물이 고갈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바이오연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자동차의 연료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부각하기 위해 농산 연료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바이오연료 생산이 늘면 사람이 먹을 식량을 생산할 토지나 수자원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식물의 섬유소(셀룰로오스)를 활용한 바이오연료나 조류 등을 활용한 바이오연료(2세대 바이오연료) 생산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나 실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런 점에서 '식량이냐 연료냐'의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문제가 될 전망이다. 바이오연료 생산에 사용될 수 있는 토지의 대부분은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이 가장 많은 남미와 아프리카에 있기 때문이다. -35쪽

 

딜레마로구나. 가축의 사료로 더 많은 식량을 쓰고 있고, 그 가축들이 또 어마어마한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것도 같은 악순환일 테지. 고기를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하고 싶지도 않지만 여러모로 불편하게 만드는 현상들이다. 

 

미국의 공장식 양계장 닭에게 주어진 공간은 A4 용지보다도 좁다

  

세상에... 몇 해 전부터 더더더 비참해진 닭들에게 더 큰 애도를...

 

10kg의 사료로 1kg의 쇠고기가 생산된다

 

이렇게 보면 참으로 비생산적이다. 고기는 항상 옳아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고기는 왜 이리 소모적인 존재인 것인가!


유전자 조작의 장단점

 

장점

1. 유전자조작 작물이 수확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2. 건조 지역이나 염분이 많은 지역에서 작물이 자랄 수 있도록 형질을 변화시킬 수 있다

3. 주곡 작물에서 베타카로틴 같은 영양분의 함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

4. 식물에서 백신을 값싸게 생산할 수 있다

5. 작물 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일단 장점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단점

1. 연구의 주안점이 빈곤층의 필요에 있지 않다

2. 값비싼 유전자조작 종자와 제초제 같은 다른 투입물을 공급하느 생명공학 기업에 농민이 종속될 수 있다

3. 유전자조작 유전자가 "탈출하여" 원치 않는 곳에서 유전자조작 작물이 자랄 수도 있고 비유전자조작 작물을 오염시킬 수도 있다

4. 의약품을 생산하도록 유전자 조작된 작물을 예기치 않게 사람이나 동물이 섭취하게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장점이 있다 한들 이미 1번 단점에서부터 무릎을 꿇게 만든다.

 

질소비료는 또한 기후변화의 주 원인 중 하나로 인정되고 있다. 질소비료의 생산에는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며 그 결과 대기 중으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그리고 질소가 풍부한 토양에서 배출되는 아산화질소는 그 자체로 이산화탄소보다 지구 온난화 기여 정도가 300배나 큰 온실가스다. -52쪽

 

무려 300배! 엌! 소리 나는 수치다.

 

한국의 먹거리 수입 의존도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실제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1970년대 80.5%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11년에는 최저 수준인 22.6%까지 떨어졌다. 쌀과 감자, 고구마 등의 자급률은 비교적 높게 유지되고 있지만, 보리와 콩류는 무척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밀의 경우 최근 우리밀 붐으로 자급률이 꾸준히 증가하고는 있지만 2011년 현재 자급률은 1.1%에 불과하다. -87쪽

 

이렇게 미미한 숫자라니... 탄수화물, 특히 밀가루 중독자로서 애석을 금할 수가 없다. 오늘도 먹은 떡볶이에 유감을 표할 수밖에....;;;;

 

외식은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를 막론하고 오랜 전통을 가진 활동이며 여전히 지역 문화가 각 국가의 음식 스타일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례로, 이탈리아에서는 레스토랑을 가족이 운영하는 전통 때문에 국제적 체인이 뚜렷한 입지를 확보하기 힘들다. -102쪽

 

얼마 전에 '대부'를 소개하는 이동진의 '더 굿 무비' 클립을 보았는데,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간 돈 꼬를레오네가 떠올랐다. 


 

미국 식단에서 열량의 10%는 패스트푸드로 섭취한다

 

아프리카를 위한 버거는 없다

사하라 사막 남쪽 아프리카 지역에는 버거 체인이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데, 패스트푸드가 산업국가에서는 싼 음식과 동일시되지만 개도국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살 수 없는 비싼 음식이기 때문이다. 동일한 이유로 몇몇 남미 국가에서도 맥도날드가 철수했다. -105쪽

 

빅맥 구입에 필요한 노동시간도 그래프로 잡아놨는데 실수로 사진 찍는 걸 깜박했다.

영국이 0.2로 가장 적은 노동시간이 들었고, 조지아는 5.0으로 가장 긴 시간을 필요로 했다.

반면 과체중자가 가장 많은 나라도 영국으로 잡혔다. 상대적으로 아주 싼 값에 구입할 수 있는 버거이고, 그런 만큼 많이 먹고 살쪘다는 소린가? 패스트푸드가 살을 찌우는 건 확실해 보인다. 요즘에는 잘 사는 동네 엄마들과 학생들은 날씬한데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일수록 엄마도 아이도 과체중인 경우가 많다. 슬픈 초상이로구나.

 

기본적으로 식량은 권리이지 상품이 아니다

 

식량 주권을 떠받치는 핵심 원칙[닐레니 선언]

1. 기본적으로 식량은 권리이지 상품이 아니다

2. 식량을 생산하는 사람이 존중받아야 한다

3. 식량 체계는 가능한 한 지역화되어야 한다.

4. 지역 자원을 지역민이 통제해야 한다.

5. 지식과 기술이 지원되어야 한다.

6. 자연은 협력 대상이지 싸워야 할 대상이 아니다.  -111쪽

 

식량을 생산하는 사람이 존중받아야 함은 지당하다. 밥을 해주시는 엄마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나라의 농업 사정이나 주부에 대한 저평가에 한숨이 나온다. 역시 협동조합이 대안일까?  

 

한국의 음식물 쓰레기 문제

한국은 음식물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편이다. 넉넉한 반찬을 좋아하는 식문화 탓에 남는 반찬이 많고 국물이나 김치 등 음식물에 염분이 많은 탓에 음식물 쓰레기의 퇴비화나 재활용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음식물 쓰레기가 매립되어 큰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 전체 음식물의 약 1/7이 버려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2005년에 18조원이었고 2012년에는 2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13쪽

 

음식 남기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내 식판에 담아온 급식은 국물을 제외하고는 거의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못 먹겠으면 적게 덜어와야 마땅하다. 욕심 내어서 듬뿍 담아오고는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는 동료들을 볼 때면 울화가 치민다. 음식 자체의 비용도 그렇거니와, 음식물 쓰레기, 굶주리는 지구 저편의 사람들 등등... 이유는 많다. 부디, 음식 좀 남기지 말자. 1차, 2차, 3차로 진행하는 음주 중에도 말이다! 

 

의미있는 책이었다. 기대보다 덜 재밌기는 했어도. 이성은 건드렸지만 감성을 포섭하는 데에는 아쉬움이 있는 책이었다. 그래도 지도와 그래프가 의미하는 바를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그 속에 들어 있는 문제의 핵심을 되새기며 읽어 마땅한 책이었다. 이 비정한 세계에서 충만한 먹거리를 접할 수 있는 축복을 받은 자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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