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 과학

제 2044 호/201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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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사람도 겨울잠 잘 수 있다?!

겨울방학이 되면 태연이 꼭 지키고야마는 철칙이 셋 있다. 첫째, 집 안에서는 절대 걷지 않고 누운 채로 굴러다닌다. 둘째, 하루 24시간 가운데 12시간은 침대에서 나머지 12시간은 소파에 붙어서 산다. 셋째, 하루 다섯 끼니는 반드시 챙겨먹는다! 게으름의 극치를 보여주는 태연의 생활태도에 질린 아빠,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지른다. 

“언제까지 그렇게 게으르고 태만하고 나태한 삶을 영위할 것이야! 오늘부터 아침 6시에 기상해서 3시간 운동하고 하루 8시간 공부, 밥은 세 끼만 먹도록 해!” 

“예에? 방학생활을 그렇게 하는 어린이가 세상에 어디 있어요! 그렇게 사느니 차라리 곰처럼 방학 내내 겨울잠이나 자 버리겠어욧!!” 

“너 말 잘했다. 이제 사람도 겨울잠을 잘 수 있는 시대가 온다니까 한번 그래보자. 나도 게으름 덩어리 딸을 보느니 차라리 겨울잠 자는 딸을 볼란다.” 

“아빠는 농담도 참 귀엽게 하셔.”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의 겨울잠 능력은 원시시대부터 갖고 있었던 거야. 먹이가 없는 길고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대사활동을 극도로 줄인 다음 겨울잠을 잤던 거지. 지금은 유전자에 흔적으로만 남아있지만 말야.” 

“음… 아빠 말씀을 듣고 보니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는 사람도 겨울잠을 잤을 수도 있었겠네요. 물론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얘가 과학자 말을 못 믿네. 유럽우주기구(ESA)도 사람 몸 안에 아직까지 겨울잠 회로가 남아있다고 발표했어요. 단지 겨울잠을 시작하는 단계의 유전자 발현만 억제된 상태라고 말이야. 이건 다시 말해서, 유전자를 발현시킬 수 있는 물질을 대량으로 주입하면 방아쇠가 빵 당겨지듯이 겨울잠에 들 수 있다는 얘기야. 또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 도메니코 투폰 교수는 쥐에 특정 물질을 주입해서 겨울잠 회로를 켜는 실험에 성공하기도 했지.” 

“와~ 대박! 아빠 거짓말 진짜 잘한다. 이제 없는 사람 이름까지 막 만들어요.” 

“진짜야. 너도 알겠지만 쥐는 원래 겨울잠을 자지 않아요. 그런데 연구팀이 쥐에 아데노신이라는 물질을 투입하자 체온과 물질대사, 심장박동, 호흡 수치가 급격히 낮아지고 주요 대사물질이 탄수화물에서 지질로 바뀌었단다. 겨울잠에 빠질 때와 똑같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지. 2013년 9월 ‘뉴로사이언스’지에 발표된 진짜 논문 내용이야. 또 연세대학교 생명과학기술학부 최인호 교수 연구팀도 T1AM이라는 물질을 쥐에게 주입하면 겨울잠에 빠진다는 연구결과 발표한 적이 있어요.” 

“덜덜덜…. 진짜인가보다. 말 안 듣고 시끄러운 어린이들 이제 다 끝장났어요.” 

“헤헤, 당연하지! 자, 어떤 형태의 겨울잠을 재워줄까? 변온동물인 개구리형? 날이 추워지면 간에 저장돼 있던 녹말이 포도당으로 분해되면서 혈당이 평소보다 백배 이상 증가하고, 이 고농도 포도당이 영하의 날씨에도 얼지 않는 부동액 형태의 체액을 만들어 겨울잠을 잘 수 있게 해. 이때 개구리의 심장은 멈추고 반(半)뇌사상태에 빠진단다. 어때 맘에 드니?” 

“시, 심장이 머, 멈춘다고요??” 

“좀 무섭나? 그럼 박쥐나 다람쥐 같은 소형 정온동물 형태는 어떠냐. 얘들은 체온을 천천히 섭씨 3도 이하로 낮춰서 혈액을 과냉각(상(相)변화 이하의 온도까지 떨어져도 액체가 얼지 않는 현상) 상태로 만들지. 불곰이나 흑곰 같은 대형 정온동물도 방법은 비슷한데, 체온을 30도 이하로 떨어뜨리면서 심장은 1분에 9회 이하만 뛰도록 만들어요. 당연히 에너지 대사율도 극도로 낮추고 말이야.”

“악! 생각만 해도 너무 춥고 무서워요. 특히나 겨우내 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는 건 정말이지 참을 수 없다고요!” 

“물론, 말 안 듣는 어린이를 위해 과학자들이 겨울잠 자는 방법을 연구하는 건 아냐. 장거리 우주여행, 저체온 수술과 장기 이식, 다이어트, 수명 연장 등 여러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하고 있단다. 우주여행을 예로 들어볼게. 사람이 우주의 무중력 상태에 오래 있게 되면 근육위축과 골다공증을 겪게 돼. 실제로 우주정거장에 56일간 체류한 우주인의 무릎 근력은 이전보다 20% 감소하고, 175일 동안 체류한 사람의 대퇴부 근력은 25~42%나 줄어든다는 조사가 있어. 그런데 장거리 우주여행자에게 겨울잠을 자게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단다.” 

“어떻게요?”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은 ‘각성’을 통해 근육과 뼈를 보호하거든. 각성은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 5~10일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깨서 체온을 올리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때 근육조직을 보호해주는 열충격단백질(HSP)이 평소보다 50% 이상 늘어난단다. 뼈와 근육은 오랜 시간 움직이지 않으면 쇠퇴하기 마련인데도, 겨울잠에서 깨어난 동물들은 금세 멀쩡해져서 잘 움직이지 않던? 그게 다 각성 덕분이란다. 마찬가지로 장거리 우주여행자에게 겨울잠을 자게 하면 중간 중간 각성이 돼 근육과 뼈 건강을 지킬 수 있게 되는 것이지.” 

“겨울잠이 건강에 도움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또 겨울잠을 자는 동안은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바이러스와 병원균이 침투하기 쉽지만, 체온이 너무 낮아서 질병으로 발전하는 것 역시 힘들단다. 그러다 각성 상태가 되면 체온이 오르면서 급격히 면역체계가 가동되고 바이러스와 병원균도 한꺼번에 물리치지. 우주여행자가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방법 역시 겨울잠이라는 얘기가 돼.” 

“잠시만요~ 태연이 아데노신과 T1AM 급히 찾아 오실게요!” 

“뭔 불곰 겨울잠 깨는 소리냐?” 

“저 이제 효녀 태연으로 거듭나볼게요. 찬바람 불기 시작하면 다리가 쑤신다, 어깨가 결린다, 감기가 한 달 씩 간다 하시며 눈물짓는 아빠를 보면서 꼭 효도를 해드리자 다짐하고 또 다짐했건만, 소녀 여태껏 방법을 찾지 못하였사와요. 그러나 이제 겨울잠 보신방법을 알아냈으니 곧바로 실천에 옮겨볼게요~.” 

“요것아, 아빠를 겨울잠 재워놓고 방학 내내 게으름의 극치를 달려볼 생각이란 걸 내가 모를 줄 알고? 고렇게는 못하지!”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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