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밖 지리여행 사계절 교실밖 시리즈 6
박병석.노웅희 지음 / 사계절 / 2006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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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둔 지 꽤 오래된 책을 뒤늦게 찾아 읽게 된 것은 올해는 역사 없이 사회 수업만 맡았기 때문이다. 개편된 교과서는 고등학교 과정이 내려와서 꽤 어려워졌는데, 그나마도 아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위도 경도가 먼저 나와서 쉬운 수업을 위한 도우미가 필요했다. 그때 이 책이 떠올랐다. 대체 언제 사둔 건지도 사실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아무튼 큰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비록 지리 수업 다 끝나고 읽어서 적용은 못 시켜봤지만, 아무튼 내게는 유익한 독서였다.^^

밑줄긋기에 사진을 많이 포함시켰더니 정작 포토 리뷰에 쓸 사진은 몇 장 남지 않았다. 그래도 포토리뷰에 써야 사진이 크게 보이니 별 수 없다.

신기습곡 산지의 대표 사례 중 하나인 알프스 산맥이다.
높다고는 알고 있지만 그게 어느 정도인지는 사실 감이 오지 않았다. 좀 막연하게 높이로 짐작했던 것을 사진으로 보니 정말 까마득하게 높아 보였다.
히말라야 산맥은 더 엄청나겠지?

책 속에서 하이디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어릴 적 만화영화로 하던 알프스 소녀 하이디~
사실 그림체랑 하이디의 앞치마와 발그레한 볼 정도만 기억 난다. 하이디가 몽유병 걸렸던 것과 무척 해맑은 아이였다는 대략의 느낌은 남아 있지만 워낙 어릴 때 보아서(사실 다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몰랐다. 이 책에서는 알프스의 자연 환경을 설명하면서 왜 하이디가 겨울에만 학교에 다녔는지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설명해 주었다.
오홋! 재미있구나. 오늘 시민 혁명에 대해서 수업을 했는데 아해들이 '베르사유의 장미'를 보았더라면 훨씬 이해가 빨랐을 것을... 하면서 안타까워 했다. 점점 나이 차가 벌어지다 보니 내가 어릴 적 즐겨보았던, 혹은 커서라도 즐겁게 보았던 프로그램들을 학생들은 알지 못한다. 물론 그네들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은 내가 모른다. 안타까워, 안타까워....

코르크참나무 사진이다. 참나무과에 속하는 늘푸른 키큰나무로, 지중해가 원산지이다.
사진에서 나무껍질의 갈색부분은 포도주병마개를 만들려고 코르크층을 벗겨낸 자국이다.

지중해성 기후를 설명할 때는 여행가와 지리 교사의 문답 형식으로 소개를 했는데, 알기 쉬운 사례를 들어가며 잘 설명해 주었다.

102쪽의 설명을 보자.
-우리나라 아이들은 ‘하늘 향해 두 팔 벌린 나무들같이 무럭무럭’ 자라라는 말을 쉽게 알아듣지만, 이탈리아처럼 지중해성 기후가 나타나는 지역의 아이들은 그 말에 의아해할 것이다. 그 지역의 나무들은 대체로 키가 작고 옆으로 퍼져 있기 때문이다.

오홋! 좋아하는 노래다! 그렇구나. 이런 동요에서도 우리나라의 기후가 드러나는구나. 하긴, 한번도 눈을 보지 못한 사람이 한 겨울의 그 하얗고 차가운 느낌을 이해하는 것은 무리다. 똑같이 온대기후 안에 속하지만 우리랑 스타일이 아주 다른 지중해성 기후가 한번에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 입지 조건으로 배산임수가 있는데, 남향 집이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구체적 과학 원리까지는 몰랐다. 그걸 대류 현상으로 설명해 주는데 아주 쉽게 이해가 되었다. 저자 분들은 지리 이야기를 하면서 역사를 비롯한 인문, 과학을 모두 동원하는데 그야말로 융합의 이해라고 할까.
이 책이 94년도에 출간되었다가 2006년에 개정판이 나왔고, 그걸 2013년에 읽는데도 여전히 좋은 책으로 남아 있는 이유를 알겠다.

런던 교외의 밀밭 사진이다.
내가 신기했던 건 '벼' 사진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밀이 이렇게 벼와 닮아 있는 줄 몰랐다. 사실 밀 이삭을 볼 일이 내게 뭐가 있겠는가.
날마다 보는 것은 그저 '빵'일 뿐!
밀레의 '만추' 배경이 황금빛 풍경이었던 건 기억난다. 색깔은 알겠는데 생김새도 이럴 줄은 몰랐지.
가만, 내가 보리 생김새는 알던가? 예전에 50원짜리 동전에 보리 이삭이 있었던 것도 같고... 지금도 있나????

내 생각보다 백인의 비중이 높아서 조금 놀랐다. 그리고 생각보다 흑인이 적었던 것도 좀 놀라웠다. 그러나 아메리카 원주민의 숫자가 2%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260쪽의 설명을 보자.

-질병뿐 아니라 극심한 노동 착취에도 수많은 원주민들이 죽어 갔다. 예컨대 산토도밍고의 인구는 처음 백인들에게 정복될 때는 20만 명이었으나 20년 뒤 1만 4천명, 다시 30년 뒤에는 겨우 200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비극은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일어났다.


세상에, 20만 명의 인구가 반세기 만에 200명으로 줄어들었다. 이 정도면 멸종에 가까운 게 아닌가.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뽑은, 주객이 전도된 대표적인 사례지 싶다.

난 학창 시절에 지리 과목을 무척 좋아했다. 지리와 역사는 무척 가까운 관계고, 지도 역시 무척 긴밀한 연관성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더 이 책이 즐거웠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처럼 호감 있는 사람이 아니어도 이 책은 충분히 즐겁게 읽힐 수 있으리라고 본다. '유익성'에 있어서는 말할 것도 없고.

요즘 청소년들은 사회 과목을 아주 어려워 한다. 평균 점수가 영어나 수학보다 훨씬 낮다. 오죽하면 수준별 수업을 사회를 시키겠는가. 기본적으로 아해들이 독서량이 없어서 어려운 한자어가 즐비한 우리 교과서를 소화하지 못한다. 교과서의 단어들이 어려운 학생이라면 사실 이 책도 어려울 것이다. 이 책은 그래도 어느 정도의 독해력은 가진 사람에게 더 필요한 책일 것이다. 사실 지금 쓰고 있는 교과서는 구성이 아주 난잡해서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싶은, 쫌 많이 못 만든 교과서였다. 출판사 이름은 차마 말하지 못하겠네...;;;;
암튼, 그래도 된다면 이 책을 교재로 쓰고 싶다. 즐겁게 읽고, 도판도 쉽게 이해하고, 무엇보다도 세계 속의 한국을, 한국 안의 세계를 피부로 느끼게 되지 않을까. 우리가 가져야 할 더 넓은 눈과 안목도 가지면서...
우리 삶 속에 녹아 있는 무수한 지리적 편린들을 같이 찾아보자고 권하고 싶다. 좋은 책 같이 읽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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