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국경선 스퀴텐 & 페테르스 어둠의 도시들 2
프랑수아 스퀴텐.보누아 페테르스 지음, 정재곤 옮김 / 세미콜론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첫 시작의 날짜가 761년 6월 30일이다. 주인공 롤랑은 새로이 지도제작사에 부임하게 되었다. 지도 만드는 사람이지만 심각한 방향치였던 롤랑은 엄청나게 헤맨 끝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명문가 자제인 롤랑은 새로 만난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모두들 그의 종조부 이름 앞에서 표정이 변했다. 그의 상사는 미스터 폴이라 불리는 할아버지였는데, 그 역시 롤랑의 종조부와 일했던 적이 있는 인물이었다. 폴은 롤랑의 실력을 테스트 하겠다며 판화 그림을 보여주었다. 이 그림 안에서 무엇을 읽어내야 할지 몰라서 땀을 삐질 흘리는 롤랑. 폴은 이 그림에서 수로를 지적했다. 파괴된 수로의 흔적은 분쟁의 증거였다. 끊임 없는 전쟁은 국경선을 수시로 바꾸었던 것이다.

 

 

방향치 롤랑은 미스터 폴 없이 혼자 돌아가다가 뜻밖의 장소를 방문하게 되었다. 기계로 지도를 제작하는 곳이었는데, 그건 마치 원하는 방향으로 지도를 만들어 내고, 그 지도에 따라 국경선을 멋대로 정할 것만 같은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이곳에서 만난 드주노프는 내친 김에 클럽 구경까지 시켜주었다. 그곳에서 유일하게 옷을 벗지 않는 여자를 만났고, 묘한 분위기에 끌려 롤랑은 이 여자에게 접근했다. 그녀의 이름은 스코드라. 그녀가 옷을 벗지 않았던 까닭은 몸에 그려진 얼룩 때문이었다. 남들은 문신이나 얼룩 정도로 파악했지만 지도 제작사인 롤랑은 단숨에 그것이 '지도'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 여자의 몸에 있는 지도의 비밀은 대체 무엇일까.

 

 

지도 제작국에 국가 원수가 도착하게 되었다. 놀이공원 자전거 같은 이동수단이 있는가 하면 하늘을 나는 비행선도 있는 공간이 바로 이 작품 속의 배경이다. 작품속 시간인 761년이 서기력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국가 원수는 이 나라 소드로브니의 무한한 국경선 확장과 그를 통해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그렇게 다시 군사력을 키우는 원동력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리고 롤랑은 스코드라의 모메 있는 지도가 이 나라의 '국경선'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라디직 원수는 그 국경선이 아닌 더 확장된, 더 커다란 국경선을 원했다. 롤랑은 스코드라가 위험해질 거라는 불길한 기분에 싸인다.

 

 

3주 동안의 휴가를 지내고 왔더니 미스터 폴은 해임되었고, 지도 제작국은 모든 게 변해 있었다. 옛 지도는 모두 사라졌고 기계에 의한 지도 제작이 이뤄졌다. 그리고 그렇게 배출된 지도는 현실의 지도가 아니었다. 롤랑은 모든 게 엉망으로 느껴졌고 점점 더 불길한 기분에 시달렸다. 마침내 스코드라와 함께 탈출을 감행하는 롤랑. 그리고 마침내 확인한 국경의 마을. 심지어 마을 이름조차도 '스코드라'다. 당연했다. 그곳 출신들은 지명을 따서 이름을 짓곤 했으니까.

 

 

탈출은 실패했다. 롤랑은 이 나라의 거대한 톱니바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하지 못한 채 서툰 순정으로 덤비다가 오히려 스코드라에게 수치와 치욕을 안겨 주었다. 명문가의 자제란 타이틀로 목숨은 건졌지만 미래를 잃고 사랑도 잃어버린 롤랑. 정처 없이 길을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먼 배경에서 바라보는데, 뻗어 있는 길이 여자의 몸을 형상화했다. 그러고 보니 이 작품의 곳곳에서 펼쳐진 길들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을 때가 많았다. 읽을 때는 몰랐는데 다시 앞으로 돌려서 그림만 찬찬히 보니 그렇게 숨어 있는 그림들이 깜짝 메시지처럼 다가왔다.

 

 

 

거대한 우주, 광활한 자연 안에 하나의 개인은 얼마나 작고도 소소하던가. 이 한 편으로는 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큰 흐름을 다 찾아내지 못하겠다. 조금은 어렵고, 조금은 버거운 느낌이다.

 

 

속표지와 겉표지를 같이 담아봤다. 보이지 않는 국경선. 끊임없이 확장하고자 하는 국경선. 끝이 보이지 않는 욕망과 탐욕의 결말은 아닌지......

 

시리즈는 12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해외 시리즈는 18권인 모양이다. 그러나 국내 출간작은 단지 4권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시작은 했지만 완성은 보지 못하는 시리즈가 될 것 같아 안타깝다. 이런 책들은 아무리 훌륭하고 좋더라도 대중성과는 거리가 좀 있고, 좀처럼 수익을 내기 어려우니 말이다. 안전하게 출간될 수 있게 보조해주는 정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유독 만화 시리즈는 시작은 했어도 쫑내기가 어렵다. 예전에 고전을 만화로 옮기는 시리즈도 한창 진행되어서 황미나, 강경옥, 신일숙 같은 작가님들의 이름이 심심찮게 보였는데, 그 책들도 어느새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서글픈 일이다.

 

덧글) 127쪽에 오타가 있다. 지도제작국를 >>> 지도제작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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