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비캉드의 광기 스퀴텐 & 페테르스 어둠의 도시들 3
프랑수아 스퀴텐.보누아 페테르스 지음, 양영란 옮김 / 세미콜론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우르비캉드의 도시를 완벽한 대칭으로 설계하고 싶은 도시 설계가이자 건축가인 유겐 로빅. 그는 자신이 설계하고 밑그림을 그린 도시의 구조물들이 어느 순간 균형을 잃은 것을 알아차렸다. 그가 계획했던 공사가 중단되었고, 그 바람에 짓다가 만 건축물들은 조심 전체와 구별되어 볼썽사납게 변해버렸다.

 

 

 

이 비대칭이 우르비캉드를 찾는 여행자들에게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거라고 힘주어 강조하는 유겐 로빅. 그는 도시의 위원회에 장문의 편지를 올려 도시 정비 사업을 제안하지만 생각처럼 매끄럽게 진행되지를 않았다. 그게 6월 18일의 일이었고, 며칠이 지난 6월 24일. 위원회의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유겐은 책상 위에서 모서리만 있는 정체불명의 육면체를 발견한다. 클라우스와 프리드리히가 폰 하르덴베르크 작업장에서 발견한 것이라고 했다. 물체는 너무나 단단해서 표본 추출기의 날을 부러뜨렸다. 한 변의 길이가 15cm를 넘지 않는 속이 빈 단순 육면체 구조물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으로 보였다.

 

 

 

 

위원회로부터 퇴짜를 맞고 사무실로 돌아와 보니,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육면체의 길이가 자라 있었다. 마치 싹이 돋아나듯이. 육면체는 점점 자라났다. 게다가 책상에 뿌리를 내려버렸는데 그렇다고 책상을 망가뜨리지도 않았다. 그냥 통과하듯이 깊이 박혔을 뿐이다. 육면체가 궁금했지만 로빅은 자신의 도시 계획을 관철시키는 것이 더 중요했다. 관련자들을 만나고 설득하느라 자리를 비웠더니 그 사이 육면체는 더더더 자라서 정글짐 모양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틀 뒤 책상에 엎드려 잠들었다가 깨어나 보니 구조물의 한 기둥이 자신의 팔을 통과하고 있었다. 희한하게도 아프지는 않았다. 구조물은 계속 자라고 있었으므로 잠시 후 팔을 뚫었던 구조물은 옆으로 비켜갔고 유겐은 그제서야 겨우겨우 방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성장한 육면체는 유겐의 사무실을 뚫고, 건물을 뚫고 우르비캉드 전체를 점령하듯이 퍼져나갔다. 도시 주민들이 놀라고 당황해하고, 게다가 신기해한 것은 당연한 일! 구조물은 도시를 갈라놓은 양 편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었다. 사람들은 지체 없이 경계를 넘어 건너갔고, 이 신기한 구조물은 누군가에게 신앙의 대상이 되고, 누군가에겐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이 와중에도 유겐은 처음 육면체가 책상에 비스듬히 놓여있었던 게 마음에 안 든다. 처음에 반듯하게 세워졌더라면 이만큼 자란 구조물이 완벽한 대칭을 이루었을 텐데, 그가 못견뎌하는 비대칭의 비대칭을 아주 제대로 표현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람들은 놀랍게도 빠르게 적응했다. 그 구조물을 이용해서 돈벌이를 하고 농사도 짓고 자신만의 영역을 설정했다. 스스로 자란 이 구조물은 신기하게도 계절을 탄다. 겨우 내내 성장을 멈추더니 날이 풀리자 다시금 활동을 개시했다. 마치 살아 숨쉬는 것처럼!

 

 

 

구조물 사이사이를 연결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엘리베이터도 설치하고 모노레일도 세웠다. 더 빨리, 더 쉽게 이동하기 위한 갖은 방법을 동원하며 구조물을 이용하던 어느 날, 지진이 나듯이 구조물이 무너져버렸다. 마치 하늘에 닿을 것처럼 높이 세웠던 바벨탑이 무너지는 것처럼.

 

도시는 폐허가 되었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사람들을 떨궈낸 구조물은 전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더니 마침내는 우르비캉드를 벗어나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자 이 도시의 정치가들은 사라진 구조물을 대신한 인공 구조물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어마어마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아류작은 오리지널의 위엄을 감당하지 못했다. 그리고 지칠 줄 모르는 건축가이자 설계자인 유겐은 자신의 힘으로 육면체를 만들어 내려고 애를 쓴다. 과연 그의 작업은 성공할 수 있을까. 끈기와 자부심은 하늘을 찌르지만, 그것이 생명력 있던 자가 생성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어둠의 도시들 시리즈를 무척 궁금해 했는데, 지인의 사무실에 두권이 있길래 빌려왔다. 다시 돌려주기 전에 먼저 집은 게 이 책인데 시리즈 중 세번째 책이다. 같이 빌려온 책 중에 두번째가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뒷권을 먼저 읽어버렸다. 굳이 순서가 아주 중요할 것 같지는 않아 보여서 읽던 것을 멈추지 않았다. 각별한 세계관을 가진 독특한 그래픽 노블로 보인다. 가상의 도시지만 우리 사는 문명 도시와 그렇게 큰 차이는 보이지 않는다. 인간이 살고 있는 곳은 어디든 그러해 보이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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