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째 생물 대멸종, 진짜 올까?
선선한 바람과 함께 드디어 나들이하기에 딱 좋은 계절, 가을이 돌아왔다. 가을에는 뭐니 뭐니 해도 동물원이 최고라는 태연의 근거 없는 주장에 따라 태연이네 가족은 오랜만에 동물원 나들이에 나섰다. 무척이나 따분해 보이는 엄마 아빠와는 달리 태연은 포유류, 조류, 파충류 우리를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동물들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러니까 호돌이가 너 말고 저 바위 너머 호숙이를 좋아한다 이거지? 됐어, 모양 빠지게 매달리지 말고 포기해버려~. 세상에 수호랑이가 호돌이만 있는 건 아니잖아? 훨씬 더 멋진 호랑이들이 쌔고 쌨어. 자고로 여자의 생명은 도도함이라는 걸 명심하도록!”
“태연아, 그건 잘못된 충고인거 같다. 세상에 수호랑이가 많다는 착각은 버려. 호랑이는 벌써 오래전부터 멸종위기종이란 말이다. 저쪽에 있는 코끼리, 침팬지, 매, 독수리도 다 멸종위기종이고. 머지않아 사진에서만 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많이많이 봐두렴.”
“예에에에? 무슨 그런 무시무시한 농담을 하세요. 동물이 이렇게 많은데 멸종이라니, 우리아빠 오늘 쫌 오버하신다.”
“아니야. 얼마 전 세계 자연보전기구는 현존하는 동물들 가운데 포유류 22%, 양서류 43%, 파충류 29%가 멸종위기종이라고 발표했단다. 멸종위기종이란 개체수가 극단적으로 감소해서 확실히 멸종으로 가고 있다고 판단되는 동식물군을 말하는데, 그런 생물이 엄청나게 많다는 거야. 전문가들은 환경오염 때문에 옛날보다 멸종 속도가 천 배에서 심하게는 만 배까지 빨라졌다고 얘기하고 있어. 하루에 한 종 이상이 사라지고 있다는 거지.”
“이 사랑스러운 동물들이 다 사라질 수 있다고요? 아빠, 지난번에 들었던 식인종 얘기보다 더 무서워요. 으으으….”
“생물종이 하나 없어지는 건 어쩌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어. 하지만 사라진 그 생물 때문에 생태계의 고리가 끊어지면 연속적으로 다른 종까지 빠르게 파괴될 가능성이 있거든. 그래서 급격히 대멸종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주장도 커지고 있단다. 6,500만 년 전 공룡을 멸종시킨 중생대 대멸종처럼 말이야. 그래도 그 때는 전체 생물의 4분에 1이 살아남았으니까 완전한 대멸종이라고 보긴 힘들지.”
“그럼 그보다 더 많은 생물이 죽은 적도 있단 말이에요?”
“그렇단다. 지구가 탄생한 이래로 지금까지 모두 5번의 대멸종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약 2억 5,000만 년 전에 일어난 페름기 대멸종 때는 전체 생물의 95%가 멸종됐다는구나. 시베리아의 화산이 폭발하면서 지각 속 깊은 곳에 있던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됐고, 이 때문에 지구온난화현상이 일어나서 지구의 기온이 지금보다 섭씨 6도나 높아졌단다. 그렇게 되면서 거의 모든 생물이 멸종되고 말았다고 해.”
“휴, 그래도 다행이에요. 앞으로 시베리아처럼 넓은 땅덩어리가 갑자기 폭발을 일으킬 일은 없을 테니까요.”
“글쎄다. 안심할 일은 아니야. 전문가들은 페름기 대멸종 때와 같은 이유로 지구에 6번째 대멸종이 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단다. 환경오염 때문에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건 너도 잘 알고 있을 거야.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온도는 약 0.7도 올랐는데, 앞으로는 온도상승 속도가 점점 빨라져서 이번 세기 말쯤이 되면 지구 평균 온도가 6.4도나 오를 수도 있다는구나.(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 발표) 그럼 페름기 때보다도 온도가 더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6번째 대멸종이 오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거지. 얼마 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안토니 바르노스키라는 교수가 현재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들이 아예 사라질 경우, 인류는 300~2,200년 안에 대멸종이라는 큰 재앙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단다.”
“생물종의 95%가 멸종된다면, 인간도 멸종될 수 있다는 거예요?”
“인간도 자연 생태계 측면에서 보면 하나의 생물종에 불과하니까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지.”
“아빠, 전요. 정말 오래, 오~~~래 살고 싶어요.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하고 있기 때문에 200년쯤은 너끈히 살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단 말이에요. 그런데 지구온난화라는 나쁜 녀석 때문에 장수의 꿈을 이룰 수 없을 수도 있다니, 이건 아니에요. 정말 말도 안 된다고요!! 아빠,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이 한 몸 불살라 지구온난화를 꼭 막아보겠어요!!”
“음…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 배출을 줄여야 하니까,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일회용품은 사용하지 않고, 전기와 물을 아껴 쓰고…, 그리고 무엇보다 방귀를 좀 그만 뀌어야 한단다.”
“엥? 방귀요?”
“그래, 바로 바로 삼 만년 묵은 썩은 청국장 냄새가 나는 네 방귀 말이야! 젖소 한 마리는 소형차 한 대 분의 메탄가스를 배출해서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한다지만, 내가 짐작 컨데 넌 대형버스 열 대 분의 메탄가스를 배출하는 게 틀림없다고! 그러니까 지구온난화를 막아 오래 살고 싶다면 제발 방귀와 트림을 적당량만 배출하기를 바란다. 꼭꼭꼭!!!”
“흥! 아빠 배출량은 뭐 적은지 아세요? 내가 누굴 닮아서 초대용량 방귀를 뀌는 장트라블타가 됐는데요. 아빠, 미워!!”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