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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의 소원 ㅣ 민화그림책시리즈 1
윤열수 이호백 기획.글 / 재미마주 / 2003년 10월
구판절판
얼싸절싸 봄이로세
엄동설한 지나갔네
얼싸절싸 밭을갈아
풍년씨앗 뿌려보세
즐거운 노랫가락을 읊으며 산길을 가던 토끼에게 호랑이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몹시 시장하여 토끼를 잡아먹을까 했지만, 토끼는 기지를 발휘해서 자신을 종으로 삼으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통큰 호랑이는 토끼에게 말벗을 청한다.
그리고 너희 사는 세상의 소원을 물었다.
속세를 떠나 사는 산신령같은 태도의 호랑이다.
토끼가 말했다. 자신의 소원은 풍년이라고.
달 속에서 떡방아를 찧는 게 아니라 달을 보며 방아 찧는 토끼의 모습이 흥미롭다.
닭의 소원은 건강이라고 했다. 그림 속 닭은 건강을 상징한다.
호랑이는 한발 더 나간다. 건강하기만 할 게 아니라 오래 살아야 할 게 아니냐고.
그래서 거북이를 소개해 주었다.
오래 사는 것이 거북이의 소원이라고.
장수를 상징하는 대표 거북이 등장이다.
호랑이는 다시 딴죽을 건다.
오래 살기만 하면 뭣하느냐고. 품위 있게 오래 살아야지.
해서 품위 하면 떠오르는 두루미 등장했다.
선비 같은 품격을 자랑하는 두루미다.
하지만 고아하다 보니 또 외롭지 않겠냐고 호랑이가 한마디 덧붙인다.
그래서 똑똑한 토끼는 사슴을 소개해 주었다.
고결하고 오래 살며, 큰 식구들과 같이 평화롭게 사는 사슴이라고.
이번에도 호랑이가 한마디 한다.
큰 무리도 좋지만 특별히 짝을 지어 사랑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짝 하면 누가 등장해야하겠는가.
당연히 원앙 한쌍이다.
부부 간의 사랑이 나왔으니 자식 복도 등장할 차례다.
자식 복이라면 잉어이에게 맡김이 옳다.
많은 후손을 남기는 귀한 동물이다.
이제 웬만큼 다 나왔다.
호랑이가 다시 묻는다. 재미있는 소원은 없냐고.
해서 등장한 이가 바로 원숭이!
자신의 재주로 다른 동물들의 웃음을 사는 게 원숭이의 소원이었으니까.
호랑이가 다시 물었다.
많은 동물들이 나왔는데 사람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동물이 무엇이냐고.
하하핫, 보지 않고도 알 수 있다. 바로 개다!
사람의 사랑도 많이 받지만, 사람을 또 가장 많이 사랑하는 게 개가 아닐까.
동물들의 갖은 소원을 다 들은 호랑이는 유익함으로 배를 채우고 다른 길로 사냥을 떠났다. 토끼가 무사했음은 물론이다. 정말 배포가 큰 호랑이라 할 수 있겠다.
위기를 넘긴 토끼는 다시 노래를 부르며 길을 재촉했다.
귀뚤귀뚤 가을왔네
이강산에 가을일세
귀뚤귀뚤 가을왔어
방아찧어 떡만드세
눈치 챘겠지만, 이 책에 나오는 그림은 모두 민화다.
다양한 민화속 동물들과, 그 동물들이 상징하는 바를 토끼와 호랑이 이야기에 엮어서 구술한 것이다. 아이디어가 번쩍인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소개된 그림들에 대한 소개와 설명이 이어진다.
해학이 넘치는 조상들의 유쾌한 그림 잔치 한판을 구경했다.
배가 부르진 않지만 즐거움으로 배가 부르다. 호랑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