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거인 골렘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15
데이비드 비스니에프스키 글.그림, 김석희 옮김 / 비룡소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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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도시 프라하에서는 무려 천 년 동안이나 종교와 민족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 미워하고 있었다. 체코인과 독일인, 신교도와 구교도, 기독교인과 유대인이 격렬하게 맞서 싸웠던 것이다. 1580년은 특히 유대인들이 다른 민족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유대인들이 기독교 아이들의 피에 밀가루와 물을 섞어서 무교병을 만든다는 나쁜 소문을 퍼뜨린 것이다. 사람들은 거짓 소문을 곧이듣고 화가 나서 유대인들을 못살게 굴었다. 유대인들만 사는 게토 주위에 성벽을 쌓아 유대인을 가두고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게 했다. 유대인들은 갇힌 채로 소문이 퍼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보고만 있어야 했다.

 

프라하의 우두머리 랍비인 유다 로에프 벤 베자렐은 앞으로 큰 싸움이 일어날 것을 알아차렸다. 유대 민족을 구하기 위해 금식 기도를 하던 중 그는 모든 것이 불타서 파괴되는 꿈을 꾸었다. 그런데 그 잿더미 사이로 '골렘'이라는 낱말이 새겨져 붉게 타오르는 것이 아닌가. 골렘은 진흙으로 빚은 다음 카발라로 생명을 불어넣은 거이니었다. 카발라는 중세에 유행한 유대교의 신비주의 교리인데 로에프 랍비는 바로 이 골렘을 만들어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차디크였다.

 

 

아침이 되자 로에프 랍비는 사위인 이차크 코헨과 수제자인 야코프 사순을 불러 도움을 청했다. 다시 어둠이 깔리자 세 남자는 비밀 통로를 통해 게토를 빠져나갔다. 블타바 강의 진흙 강둑에 이르자 이차크와 야코프는 땅을 파기 시작했다. 자정 무렵에는 커다란 진흙 더미가 랍비 앞에 쌓였다. 몇 시간 후 랍비의 앞에는 엉성하게 만들어진 진흙 거인이 강둑에 누워 있었다. 로에프 랍비는 두 팔을 들어 올리고, 강력한 카발라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 하늘 높이 올라가 생명의 힘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창조의 힘은 진흘 속으로 들어갔다.

 

 

랍비는 거인의 이마에다 '에메트'라는 글자를 새겼다. '진리'라는 뜻이다. 그러자 거인의 가슴이 부풀어 오르더니 깨어나 버렸다.  일어나라는 명령에 골렘의 첫 반응이 놀랍다.

"아버지, 이게 과연 잘한 일일까요?"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만 같은 기분이다. 세상에 처음 눈을 뜬 골렘은 자신의 존재가 세상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임을 직감했던 게 아닐까.

로에프 랍비는 골렘을 서재 이 다락방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골렘의 창조 이유가 유대인을 보호하기 위함임을 강조했다. 유대인이 사람 피를 먹는다는 거짓 소문을 퍼뜨리는 자들을 찾아내어 관청으로 데려가는 것이 골렘이 해야 할 일이었다. 골렘에게는 '요셉'이라는 이름이 주어졌다.

골렙은 다시 또 놀라운 질문을 던졌다.

"저는 얼마나 살게 됩니까?"

역시 이번에도 골렘은 자신의 쓸모가 사라지게 되면 제거될 수밖에 없는 운명임을 직감했던 것일까. 랍비는 유대 민족이 더는 위협 받지 않을 때까지 살고 그 후 흙에서 왔듯이 흙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골렘은 남다른 감성을 지녔다. 어두운 하늘이 새벽빛으로 파랗게 물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경탄할 줄도 알았다. 그 아름다움에 경의를 표하는 인물이다.

골렘은 유언비어를 퍼뜨리던 많은 이들을 잡아들였다. 사람들은 그를 보고 공포에 질렸고, 그 크기만큼 다시 유대인들을 미워했다. 그리고 골렘은 더욱 더 큰 거인으로 성장했다. 랍비 역시 두려움을 가질 만큼.

공포와 미움으로 찌든 사람들이 성안으로 뛰쳐들어왔고, 골렘은 그들을 응징했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는 도움을 입은 유대인들조차도 골렘을 무서워하게 만들었다.

 

 

프라하 성의 황제는 랍비를 불러 유대인의 안전을 보장한 뒤, 더 이상 명분이 없음을 이유로 들어 골렘을 제거할 것을 명령한다. 랍비는 다시 유대인이 위협을 받게 된다면 더 강한 골렘이 부활할 것을 강조하며 성에서 나왔다. 랍비는 골렘에게 진흙으로 돌아갈 것을 명령했지만 골렘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골렘은 더 살고 싶었다. 뜨는 해를 바라보며 경탄했던 것처럼 지는 해를 보면서도 경배할 줄 알았던 골렘이었다. 그는 아직 보고 싶고 봐야 할 것들이 많았지만, 랍비는 그의 이마에 적힌 낱말에서 첫글자를 지웠다. 그러자 '에메트'는 '메트'가 되었다. 메트는 죽음이라는 뜻이다.

 

 

골렘은 살려 달라고 애원했지만 결국 쓰러져 진흙으로 돌아갔다. 절규하는 그의 모습이 안타깝게 보인다.

골렘은 그 후 꿈도 없는 깊은 잠을 자게 되었다. 전설 속에서 골렘은 여전히 살아 있고, 사람들은 정의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 신성한 목적과 만나 하나가 되면 골렘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여러모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토사구팽 당한 골렘이 가엾기도 하고, 억압받고 배척받은 서러움을 힘으로 갚아온 이스라엘의 역사를 그대로 재현했다는 생각도 든다. 필요에 의해서 만들었지만 종국에는 더 큰 위험으로 다가오는 전쟁 무기도 떠오른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그림이다. 이 그림은 작가 데이비드 비스니에프스키가 종이를 오려서 만든 것이다. 특수한 칼로 색종이를 잘랐다고 작가 소개에 나오는데 언뜻 봐도 아주 정교한 작업으로 보인다. 신비롭기도 하고 으스스하게도 보이는 독특한 종이 예술이다. 굉장히 많은 공을 들였을 텐데, 작가가 2002년에 고작 49세의 나이로 사망을 했다. '비의 신과 겨룬 소년'도 동작가의 책인데 역시 종이 예술인지 찾아봐야겠다. 사둔 것 같은데 아직 읽지는 못했다. 이 책은 칼데콧 상을 받았다. 충분히 상받아 마땅한 작품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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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2-08-20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쓴 리뷰가 있어서 그림만 추가할 생각이었는데 그새 까먹고 리뷰를 새로 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