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의 편지 창비아동문고 262
송마리 지음, 문지후 그림 / 창비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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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편의 동화가 실린 동화집이다.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감동과 재미를 보장해 주는데 그 중에서도 표제작 '올가의 편지'가 가장 마음에 남는다. 몽골에서 막 학교에 입학한 소녀가 한국에 일하러 간 아버지께 편지를 쓰고 있다. 엄마가 처녀적부터 탔던 말이 어느 날 집을 나갔고, 엄마가 그 말을 찾으러 떠나서 돌아오지 않고, 그 엄마를 찾으러 삼촌마저 떠난 상황에서 아이는 학교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던 동무와 만나자마자 헤어지게 된다. 아이의 아버지도 한국에 일하러 가셨는데, 산재를 당해서 추방당한 나머지 아이의 공부가 끝이 나버렸던 것이다. 몽골이라는 이국적 풍경의 삶의 모습도 담아내었고, 막 학교에 들어간 아이의 설렘, 말을 찾아 나선 가족들에 대한 걱정과, 한국에서 점점 늘어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모습까지 욕심껏 담아내었다. 아이의 입을 빌려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때문에 애처로움이 더 짙게 묻어난 것으로 보인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이었다.

 

두번째 이야기 '엄마는 울지 않는다'는 태평양을 넘어 파라과이로 독자를 초대한다. 한국인과 재혼한 엄마가 한국에서 파라과이의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축구를 무척 좋아하는 나라라는 것, 카톨릭이 지배적인 나라나는 것 등을 작품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내었다. 아이가 한국에서 만나게 될 이복 동생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까지, 또 울고 싶지만 꾹 참아낸 마음을 결국엔 울음보로 떠트리기까지를 극적으로 잘 표현했다.

 

세번째 작품 '일봉이'에서는 유소년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된 아이가 북한 선수 일봉이와 경기장에서 맞닥뜨린 이야기를 담고 있다. 머나먼 몽골과 파라과이에 이어, 이번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 더 멀어져버린 북한 이야기까지. 정말 작가님의 관심과 열정의 눈길이 못 미치는 곳이 없다. 짧은 단편들이지만 모두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는 것이 마치 영상으로 보는 것처럼 눈앞에 이야기가 펼쳐진다.

 

2부로 넘어가면 운전면허시험을 229회만에 합격한 박끝내 할머니의 십전팔기 면허시험기가 나온다. 은근과 끈기를 넘어 도전과 열정의 표상으로 제대로 군림하셨다. 면허 없는 내가 문득 죄송할 지경으로...

 

다섯번째 이야기 '커트'는 장애 엄마를 둔 아이가 새아버지와 이복 동생이 생기게 되면서 겪게 되는 마음의 갈등에 대해서 담아냈다. 엄마는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시는 분이었다. 아이는 어려서부터 잘 울지 않아서 순둥이란 별명을 가졌지만, 그건 아이가 순해서가 아니었다. 울어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아버린 까닭이었다. 이 부분이 참 먹먹했다. 지나치게 일찍 세상을 알아버린 아이의 마음을 달래주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그렇지만 그건 새롭게 만들어진 따뜻한 가정에서 해줄 몫이다. 다행히 새아버지와 여동생은 아주 좋은 사람 같으니까.

 

다음 이야기는 '매~애 매~애'라를 독특한 제목이다. 짐작했듯이 염소 울음 소리다. 해녀였던 엄마가 바다가 거칠었던 날 물질을 나갔다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엄마가 가시던 꽃섬에 뗏목 만들어 다녀오려던 아이가 이웃집 오동나무에 톱질하다가 사단을 낸 사건이 이야기의 배경이다. 서로 선장하겠다며 다투던 아이들의 고만고만한 모습들이 귀여웠지만 딸 시집갈 때 장농해주려던 오동나무 주인은 상처낸 나무가 또 얼마나 아팠을까. 나무에서 수액이 나오는 것이 상처를 치료하려는 자구책이라는 것에 신비감을 느꼈다. 자연 앞에 인간은 늘 작고 겸손해야 할 존재임을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이야기는 '나.를.불.렀.니?'라는 아주 짧은 이야기다. 놀아주지 않는 아빠가 신문보다가 잠이 드시자, 신문의 글자를 오리며 놀던 아이가 마치 글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이 모든 것들이 이야기에 꿈과 생명을 불어넣은 작가의 모습이지 싶다. 작가님은 이제는 한국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여러 가족들의 모습을 세계를 배경으로, 또 다양한 인물들의 입을 통해서 직간접적으로 소개하고 따뜻한 이야기들을 전한다. 짧지만 굵직한 메시지가, 진한 감동들이 있다. 

 

나는 이 책이 '몽골'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관심을 가졌는데, 별점이 하나도 없어서 더 궁금했다. 좋은 책인데 먼저 읽고 별점을 줄 수가 있어서 기쁘다. 더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만났으면 좋겠다. 요새는 유아용 그림책보다 이런 종류의 아동문고에 관심이 더 간다. 조카들이 자라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 아무튼 그림책도 동화도 모두 반가운 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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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5-22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비에서 상받은 책이군요.^^
세계를 무대로 펼쳐보였지만 사람 사는 세상은 어디나 다르지 않은가 보네요.

마노아 2012-05-22 00:49   좋아요 0 | URL
창비에서 받은 책 맞아요. 잘 고른 것 같아 흐뭇해요. 사람 사는 세상, 정말 모두 비슷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