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의 대단한 심부름 - 서울시교육청, 고래가숨쉬는도서관, 경기도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 2013 전북교육청 선정 학교종이 땡땡땡 1
이소 미유키 글, 쓰치다 요시하루 그림, 류화선 옮김 / 천개의바람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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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양동이의 작가님이 그림을 그렸다고 하는데, 이미 읽은 노란 양동이의 내용이 생각나지 않고 있다. 슬픈 일이다. 다만 그림체는 확실히 눈에 익다. 그나마 다행이랄까.

 

 

 

"처음 심부름은 할머니 집으로 갈래요."

 

고릴라 우고가 똑 부러지게 말했다. 고릴라 마을에서는 어린 고릴라들이 먹을 것을 구할 수 있을 만큼 자라면 혼자 심부름을 다녀오게 하는 규칙이 있다고 한다. 어른 고릴라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연습이다. 부모님들은 너무 머니 처음엔 좀 더 가까운 곳으로 가라고 권했지만 우고는 고집을 부렸다. 우고에게는 할머니와 함께 사과를 먹던 따뜻한 추억이 있었다. 나이가 많아서 뾰족산 밖으로 거의 나오지 못하는 할머니께 우고가 사과를 갖다 드리면 얼마나 기뻐하실까. 우고는 반드시 이 임무를 완수하리라 결심했다.

 

할머니 집으로 떠나는 날, 엄마는 도시락을 싸주시면서 우고가 꼭 지켜야 할 것들을 당부하셨다. 하룻길에 도착할 곳이 아니니 나무 열매를 한 번에 다 먹으면 안 된다는 것, 이웃 마을 숲의 동물들이 고릴라를 본 적이 없어서 우고를 보고 놀랄 수도 있다는 것을 차분하게 알려주셨다. 그러나 도전 정신 강한 우고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로 여기며 도리어 기뻐하였다. 씩씩한 우고에게 점점 믿음이 간다.

 

 

 

 

홀로 시작한 첫 여정은 출발이 좋았다. 새로운 나무 열매를 맛보는 기쁨도 컸고, 이제 맞닥뜨릴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도 컸다. 일주일이 지났고, 멀리 뾰족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가면 숲을 벗어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저녁이 되어 폭풍우가 몰려와버렸다. 온몸이 비에 젖어 으슬으슬 추웠다. 하늘은 시커멓고 바람은 괴물처럼 으르렁거렸다. 우고는 무서웠지만 꾸욱 참아냈다. 할머니가 짜준 목도리를 두르니 할머니 냄새가 나면서 용기도 솟았다.

 

다음날, 날이 개고 다시 길을 나선 우고는 그만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하여 찾고 있는 길을 물어보려고 했지만 마주치는 동물들은 모두 기겁을 하며 도망가기 바빴다. 하얀 귀의 토끼도, 금빛 꼬리의 여우도 마찬가지였다. 꽃을 꺾던 다람쥐는 꽃가지를 내팽개치고 도망치기 바빴다. 이쯤 되니 우고가 시무룩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고릴라를 처음 본 다른 동물 친구들이 무서워할까 봐 씨익 큰 미소도 지어보였지만, 그런 표정조차도 낯선 이들에게는 무섭게 보였나보다. 심지어 고슴도치는 우고를 내쫓기 위해 호두를 던졌지만, 긍정 마인드가 강한 우고는 배고픈 자신에게 준 선물로 착각한다.

 

 

 

 

사실은 숲속 친구들 사이에서 외톨이로 지내던 고슴도치는 이참에 낯선 침입자를 쫓아내고 영웅이 되려고 결심했다. 해서 우고를 향해 좀 더 큰 열매를 던지려고 했지만, 무거워서 들 수가 없었다. 그러던 걸 우고가 번쩍 들면서 도움을 준다. 우고가 다가오자 놀라버린 고슴도치는 잔뜩 몸을 웅크리며 비명을 질렀다.

"으악, 무서워! 무서워! 저리가!"

 

우고는 시름에 잠겼고, 고슴도치는 자기 반성에 들어갔다. 방금 자기가 뱉은 말은 숲속 친구들이 늘 자기에게 던지던 말이었다. 그 말이 얼마나 아픈지 알고 있던 고슴도치가 먼저 우고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둘은 급격히 친해졌고 서로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사이가 되었다. 더불어 길을 잃은 우고를 위해 뾰족산 길잡이가 되어준 고마운 고슴도치.

 

 

 

 

힘이 좋은 우고는 통나무도 번쩍 들어서 다리를 만들 수 있다. 고슴도치 입장에선 우고가 대단해 보이는 게 당연! 또 물이 무서워서 다리를 건너지 못하는 우고에게 겁내지 않고 다리를 건널 수 있게 조언을 해주는 고슴도치는 우고 입장에서 참으로 멋진 친구다.

 

그렇게 해서 우고의 첫번째 미션은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되었다. 할머니가 뜨겁게 우고를 반겨준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

 

 

 

 

새 친구도 사귀고, 첫 번째 임무도 완수한 우고의 마음은 뿌듯함으로 벅차다. 이날 우고는 얼마나 좋은 꿈을 꾸었을까.

우고가 스스로 정한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들이 아주 교육적으로 묘사되었다. 충분히 짐작 가능한 이야기이지만 그럼에도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내내 흥미로웠고 또 뿌듯함도 느꼈다. 혼자서 척척 일을 잘 해낸 것보다, 위기를 만났을 때 고민하고 협동을 구하고, 도움에 대해서 고마워할 줄 아는 모습들이 모두 보기 좋았다. 우고뿐 아니라 고슴도치까지 동반 성장했으니 더더더 멋진 이야기이다.

 

여러모로 이슬이의 첫 심부름이 떠오른다. 아이가 자라서 첫 번째 심부름을 혼자 힘으로 해낼 때 부모는 아이가 다 자랐음에 기뻐하고, 또 한켠으로는 이렇게 쑥쑥 자라는 아이 때문에 서운함도 느낄 것 같다. 다만 요즘은 세상이 워낙 험한지라 우고처럼 거창한 일은 혼자 시키기 어려워 보인다. 조절은 필요하겠지만, 아이도 부모도 함께 성장하기 위해선 이런 도전도 꼭 필요한 법! 큰 조카는 이제 제법 자라서 웬만한 심부름은 다 해내고, 혼자서 버스 타고도 잘 다닌다. 어이쿠, 정말 빨리 자란다. 다현양도 금방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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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1 06: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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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1 12: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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