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행복한 미술 선생님 엄마와 행복한 미술 시간
바오.마리 지음 / 진선아이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동물을/사람을 잘 그려요 시리즈를 재밌게 보았다. 똑같이 그림을 쉽게 그리고 즐겁게 그리게 하는 안내 책이지만 이 책은 미술 지도가 왜 필요한지, 어떤 효과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 무척 설득력 있게 표현하고 책을 시작한다. 좀 길게 느껴질 수 있지만 크게 공감이 가서 옮겨 보았다.

 

미술을 지도할 때 창의성이나 EQ,감성적인 부분을 지나치게 강조하시는 분들이 흔히들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안 보고 그려야 창의성이 생긴다?

코알라를 보지 못한 아이가 코알라를 잘 그릴 수 있을까요? 어떤 모양인지 모른다면 그림으로도 표현할 수 없겠지요. 오랜 경험으로 사물의 모습을 외워 버린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그런 경험이 많이 부족하니까요. 아이들의 눈을 가리기보다 자세히 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사물을 자유롭게 관찰하고 특징을 발견하는 시간이 아이에게는 또 다른 행복과 즐거움이 됩니다.

 

실물을 보고 그려야지, 또래의 그림은 도움이 안 된다?

아이들은 아직 화가가 아니랍니다. 사진이나 동영상처럼 실물을 보고 그리는 것은 아이들에게 너무 힘들고 어려운 방법이에요. 미술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 아닌, 즐겁고 행복한 놀이가 되어야겠지요? 아이들은 실물을 똑같이 그려 낼 수 없기에 대상을 단순화하여 표현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동화를 그리는 시기에 가장 좋은 참고 그림은 바로 또래 친구들의 멋진 그림입니다. 그림 속에 담겨 있는 친구들의 재미있고 행복한 모습은 그림을 보는 아이에게도 그대로 전해져 행복감을 느끼게 합니다.

 

남의 그림을 보고 그리면 다 같은 그림이 된다?

같은 노래를 불러도 다 다르게 들리듯이,같은 그림은 참고해도 아이들은 서로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배워 갑니다. 아이들은 본 것을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생각으로 재구성하여 표현하기 때문이지요. 무엇을 더하거나 빼기도 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싣고 얹어서 독특한 그림 세상을 만들어 갑니다.

 

미술은 실기력보다 창의력이다?

'미술'이란 어떤 뜻일까요? 아름다울 '미’와 재주 ‘술'이 합쳐진 '미술’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미적 감성과 이를 드러내는 표현력,이 두 가지가 하나가 되어야 하지요. 따라서 마음속의 넘쳐나는 창의력을 마음껏 표출하기 위해서는 실기력을 튼튼하게 기르는 것이 우선입니다. 미술이라는 하늘을 자유롭게 날게 하려면,하늘을 날 수 있도록 멋진 날개를 먼저 달아 주세요. 행복하게 날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기대되지 않나요?

 

요새 조카들은 미술 학원에 다닌다. 언니의 말로는 초등 저학년 때는 상장의 대부분이 미술 관련이라나. 그래서 뒤늦게 보내기로 결심했다고... 그리고 둘째 조카 다현이는 워낙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아직 집중력이 부족한 편이라 일주일에 두 시간을 가지만, 내년에 일곱살이 되면 일주일에 세 번으로 늘어난다고... 아무튼, 화목 이틀을 다니는데 이것저것 그리고 만들고, 아주 신나하고 있다. 손이 잔뜩 지저분해져서 돌아오지만 아이의 상기된 표정에서 그림 그리기에 푹 빠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옛 기억을 떠올려 보면 나도 꼭 그랬다. 공책마다 그림을 그렸고, 엄마 따라 교회에 가면 예배 시간 내내 찬송가 뒤쪽에 그림을 그렸다. 나중엔 낙서하지 말라고 엄마가 아예 스케치북을 갖고 오시기도 했다. 그게 늘 나의 놀이가 되다 보니 나중에는 만화가를 장래 희망으로 삼기까지...^^

 

 

우리나라가 사계절이 뚜렷한 까닭에, 계절에 따라 나무들도 옷을 바꿔입는다.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차분히 설명해 주고 있다. 여러가지 꽃과 곤충, 그리고 동물과 바닷속 생물까지도... 오른쪽 면은 사진을 못 찍었는데, 어린이 친구들이 직접 그린 그림들을 같이 실었다. 어린이의 솜씨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꽤 수작들이 많았다. 마지막 사진의 열대어 그림이 참 탐난다!

 

 

여러가지 교통수단, 여러가지 과일과 야채, 또 여러 가지 표정과 얼굴 방향, 그리고 몸의 방향까지 무척 디테일하게 접근한다. 오른손잡이인 나는 항상 사람의 얼굴을 그릴 때 약간 비틀어서 오른쪽을 보고 있는, 즉 왼쪽 뺨이 드러나는 여자의 얼굴만 그렸더랬다. 방향을 바꾸서 그리면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고, 정면으로 그리면 같은 얼굴로 보이지 않았다. 늘 얼굴만 그렸으니 몸통이 어색했고, 어쩌다가 그려도 입체감이 살지 않았다. 디자인 감각도 전무하여서 따라 그리지 않으면 당최 입을 옷 수준이 되질 못했다. 그래서 무척 좋아했음에도 불구하고 만화가는 내 길이 아니라는 것을 이십 대 초반에 깨달았다. ㅠ.ㅠ

 

  다양한 그림 그리기의 실례와 색상을 이해하는 법을 같이 설명해 주었는데, 미술학원 광고할 때 꼭 등장하는 그림들을 보는 것 같았다. 포스터 물감으로 그리곤 하던 저 선명한 경계들의 그림을 참 좋아했다. 저렇게 그려본 적은 없지만...

 

 

1부가 소재 그리기라면, 2부는 주제 그리기이다. 다양한 주제들이 소개되어 있고, 다양한 경우의 수를 가진 그림들이 나올 수 있게 되어 있다. 즐거운 명절은 단골 소재이지만, 아프리카 원주민이라니! 왜 나는 이런 그림들은 못 그려본 것일까!

 

 

시화 만들기 과정은 무척 흥미로웠다. 수채화 물감을 풀어서 도화지에 대강 칠하고, 그 종이를 구기는 것이다! 그리고 반쯤 말랐을 때 다리미로 다려준 뒤 그 위에 시를 쓰고 장식을 한다고! 오오오, 파스텔을 동원하지 않고도 저런 은은한 그림이 연출된다는 것이 신기했다.

 

문자 꾸미기는 나도 많이 했었다. 중학교 때 같은 교회에 다닌 언니가 저런 쪽으로 무척 재능이 좋았는데, 그 바람에 입체적으로 글씨 쓰는 거랑 동그라미와 네모가 많은 한글의 자음 꾸미기 등등을 좋아했다. 아, 카메라가 있으면 하나 해서 사진을 찍었을 테지만, 여전히 휴대폰으로 찍고 있기 때문에 힘들어서 패쓰..;;;;;;

 

비 오는 날은 정말 빗줄기가 흐르는 효과를 연출해 내었는데, 이 또한 신기했다. 유치원 시절에 크레파스 칠해 놓은 것 위에 새까만 크레파스로 다시 덧칠하고 칼로 긁어냈을 때 나오던 오묘한 색에 환호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마지막 사진은 기억을 더듬어서 찾아낸 앨범이다. 초등학교 2,3학년 무렵일 거라고 여겼는데 연도를 보니 무려 6학년 때 그림이다. 열 셋에 저 정도밖에 못 그렸구나...;;;;;; 샹카? 그런 이름이었나보다. 무슨 국제 미술 대회였는데, 동상이라고 해서 무척 기뻐했다. 그러면서 그림 표구 값으로 얼마를 걷어갔는데, 내 그림을 액자에 담아준 게 아니라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왔다. 헐! 국제대회라고는 했지만, 참가비만 내면 누구나 다 입상하는 그런 대회가 아니었을까 지금 막 의심 중이다.

 

하여간, 저 시절에 무슨무슨 그림 대회는 모두 나갔다. 그게 추천 받아 가는 게 아니라 지원하면 누구든 갈 수 있는 대회였으므로...^^

 

까마득하게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런 것도 모두 추억으로 남아 있다. 오랜만에 떠올려 보니 그립고 재밌다.

 

이 책의 제목은 '엄마는 행복한 미술 선생님'이다. 엄마 아빠와 함께 집에서 얼마든지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그런 책이다. 가족과 함께 이런 그림을 그리는 것! 얼마나 낭만적인가. 여유로워지면 피아노 학원을 다시 가고 싶었는데, 이 책을 보니 어른을 위한 미술 학원을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도 뭉게뭉게 피어난다. 이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인데 하나 소장해야지 싶다. 탐나는 그림이 많다. 조카들이 상장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겁고 재밌어서 미술학원을 열심히 다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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