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메이 아줌마 (반양장) 사계절 1318 문고 13
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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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그리움을 한껏 담은 책이다. 작품은 첫 소절부터 제목의 메이 아줌마의 죽음을 고했다. 남겨진 사람이 그리움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서머에게 메이 아줌마는 각별한 사람이었다.  

오하이오에서는,항상 누군가가 해야만 하는 숙제 같은 신세였던 그 곳에서는 먹는 일이 조금도 즐겁지 않았다. 내가 잠깐씩 지냈던 집들은 하나같이 음식에 대해 몹시 까다로웠고,내가 먹을 음식에 대해서는 특히 더 그랬다. 그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어쨌든 나는 어느 단추를 눌러야 컵 속에 먹을 것이 떨어질지 몰라 허둥대는 실험실 속의 생쥐가 된 심정이었다. 우리에 갇힌 채 먹이를 구걸하는 생쥐. 바로 그런 심정이었다. -14쪽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이곳저곳을 전전긍긍했던 서머를, 메이 아줌마와 오브 아저씨가 데려오기로 결심했다. 두 분은 친척집을 방문했다가 서머를 보았는데 우유 한 잔 더 달라는 말도 하지 못하는 이 가엾은 아이를 보는 순간 아이들 데려가기로 바로 결정했다. 두사람은 이미 나이도 많았고 건강하지도 않았지만, 누구보다 간절하게 아이를 원했다. 그리고 이 아이에게도 자신들에게도 그때가 베스트 타이밍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한때는 왜 하느님이 너를 이제야 주셨을까 의아해하기도 했지. 왜 이렇게 다 늙어서야 너를 만났을까? 나는 집 안이 좁을 만큼 뚱뚱한데다 당뇨병으로 고생하고 있고,아저씨는 해골처럼 삐쩍 마르고 관절염까지 앓고 있으니 말이야. 3,40년 전에 너를 만났다면 쉽게 해줄 수 있었던 일들을 이제는 해주지 못하잖니.
하지만 그 문제를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니, 어느 날 답이 떠오르더구나.
하느님은 우리 마음이 더욱 간절해지길 기다리신 거야. 아저씨와 내가 젊고 튼튼했으면 넌 아마도 네가 우리한테 얼마나 필요한 아이인지 깨닫지 못했을 테지. 넌 우리가 너 없이도 잘살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그래서 하느님은 우리가 늙어서 너한테 많이 의지하고, 그런 우리를 보면서 너도 마음 편하게 우리한테 의지할 수 있게 해주신 거야. 우리는 모두 가족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이었어.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꼭 붙잡고 하나가 되었지. 그렇게 단순한 거였단다. -124쪽 

'간절함'과 '절실함'이란 단어가 눈으로 파고든다. 만나야 할 사람들이 만났다. 고마운 일이다. 서로 애틋하게 사랑하는 메이 아줌마와 오브 아저씨를 건강하게 받아들인 것은 서머가 어려서 받은 사랑에 기인한다. 아주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었음에도 서머는 엄마가 자신에게 주고 간 사랑의 크기를 알고 있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도 그렇게 사랑받았을 것이다.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날 밤 오브 아저씨와 메이 아줌마를 보면서 둘 사이에 흐르던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우리 엄마는 살아 계셨을 때 윤기나는 내 머리카락을 빗겨 주고,존슨즈 베이비 로션을 내 팔에 골고루 발라 주고,나를 포근하게 감싼 채 밤새도록 안고 또 안아 주었던 게 틀림없다. 엄마는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그래서 다른 엄마들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나를 안아 주었던 게 틀림없다. 그리고 그 때 받은 넉넉한사랑 덕분에 나는 다시 그러한사탕을 보거나 느낄 때 바로 사랑인 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9쪽 

증명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서머의 짐작이 맞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이렇게 사랑을 주는 아이로 자라지 못했을 것이다. 빨강머리 앤이 떠오르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렇게 애틋하고 절절한, 고마운 메이 아줌마가 밭일을 하다가 돌아가셨다. 반려를 잃은 오브 아저씨도, 그리고 소중한 보호자를 잃은 서머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혼란스러워했다. 북받치는 설움과 아픔이 있음에도 서머는 울지 못했다. 지금 무너져 내리면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을, 이제 열두 살이 된 아이가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것이다. 오브 아저씨의 슬픔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더 불안해할 서머를 위해서 좀 더 일찍 털고 일어났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만큼 메이 아줌마의 자리가 컸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야기의 전환은 친구 클리터스의 등장으로 이뤄진다. 꽤나 괴짜인 이 녀석이 오브 아저씨와 제법 통했던 것이다. 새침한 서머는 클리터스를 경계했다. 더구나 죽은 메이 아줌마가 곁에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는 오브 아저씨에게 심령교회 얘기까지 꺼낸 것은 서머에게 있어서 화가 날 일이다. 흔히 우리가 하는 얘기로, 죽은 사람이 우리 곁에서 지켜줄 거란 말을 정신적인 의미가 아닌 물리적인 의미로 받아들인다면 누구라도 난감할 것이다. 게다가 그것을 확인까지 하려고 한다면 말이다. 이때부터 이들의 이야기는 로드무비처럼 흘러간다. 그 과정에서 벌어진 예기치 못한 반전과, 다시 재반전 등이 찡하면서 짠하게 진행된다. 그래도 오브 아저씨가 어른의 입장으로서 제 몫을 다해서 고마웠고, 거기엔 필시 메이 아줌마가 힘을 준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작품의 말미에 옮긴이의 말도 인상적이었다. 

일상 속에서 함께 살아가던 사람이 사라진다는 것,부재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부재인 동시에 한 공간 속에서 그와 함께 있었던 '나'의 부재를 뜻한다. 곧 그 존재의 상실과 더불어 '나'의 상실이 초래되는 셈이다. 그 상실과 부재의 공간을 메우고, 살아남고, 살아가는 것은 이제 살아 있는 자들의 몫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 마음속에 응어리져 있는 부재와 상실의 아픔과 화해해야 한다. 작가는 그 화해의 열쇠를 '사랑'에서 찾는다. -131쪽 

부재와 상실, 그리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의 사랑이 참으로 아름답게 묘사된 책이었다. 어려운 주제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었고, 성장하고 자라는 아이와 어른의 모습이 모두 조화롭게 어울렸다. 뉴베리 상에 빛나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언뜻 '홀리스 우즈의 그림들'과도 무척 통하는 소재였는데, 그 작품도 '뉴베리상'을 탔다는 것은 역시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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